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과급 제도 수정 가능성을 시사해 내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측의 '성과급 자사주 지급안'에 노조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발언까지 더해지자 구성원 사이에서는 기존 성과급 체계를 축소하려는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20일 SK하이닉스 노동조합 익명 소통방과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최 회장의 발언을 공유하며 "사측이 정부 정책 등을 핑계로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더니 이제는 성과급 제도 자체를 손보겠다고 공개 압박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성과급 줄일 때만 '이해관계자 이익'을 들먹인다"며 "직원들이 밤새 야근하며 올린 실적인데 정당한 보상을 빼앗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최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발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긍정적 영향도 물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성과급 제도의 수정 및 보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다른 조합원 역시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삼성전자보다 더 받아도 부족한 마당에 성과급 수정이라니 말이 되느냐"면서 "이럴 때야말로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사측에 맞서 강경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최 회장의 발언이 난항을 겪던 SK하이닉스 임단협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지급안에 이어 총수의 성과급 개편 가능성언급까지 나오면서 노조의 대사측 투쟁 수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노조는 지난 14일 제3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 교섭 당시 사측은 삼성전자 방식과 유사하게 기존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직원 개인이 희망할 경우에 한해 성과급 중 최대 50%를 자사주로 선택해 수령할 수 있었다. 이 자사주를 1년 이상 보유하는 임직원에게는 주식 매입가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추가 지급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번 임단협을 통해 내년부터 성과급의 50%를 자사주로 의무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급 후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해 임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현금성 보상의 실질적 후퇴라며 수용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노조가 기대했던 보상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데다 자칫 실질 수령액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세 속에서 노사 간 성과급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연관된 소부장 생태계 전체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노사 간 조속한 타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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