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모리 거품 키우더니 삼성·SK 급락에 경제파탄 외치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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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모리 거품 키우더니 삼성·SK 급락에 경제파탄 외치는 모순

여성경제신문 2026-07-20 1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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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달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달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청와대

'코스피 행복론'은 최근 몇 년간 대표적인 비판 대상이었다. 주가 상승이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자산가격과 실물경제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다. 실제로 주식시장과 실물경제는 서로 다른 변수에 의해 움직이며, 코스피 상승만으로 경제 전반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증시 조정 국면에서는 금융 담론의 이중성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가는 실물경제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코스피 상승의 의미를 축소하던 시각이, 최근에는 코스피 하락을 경제 전반의 위기나 정책 실패의 직접적인 결과로 연결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같은 지표를 두고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해석 기준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반도체를 둘러싼 담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관찰된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HBM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경쟁력이 국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확산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며 움직였다. 일부에서는 메모리 경쟁력을 한국 AI 산업 전체의 경쟁력과 동일시하는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시장 조정은 이러한 서사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AI 산업은 메모리뿐 아니라 GPU, 첨단 패키징, 전력 인프라, 추론용 반도체, 데이터센터 투자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메모리 경쟁력만으로 산업 전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다시 힘을 얻고 있으며, 상승 국면에서 형성된 기대 역시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환율을 둘러싼 해석도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던 시기에는 외환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1470원대로 내려왔음에도 당시의 위기론은 크게 약화됐다. 같은 지표라도 상승기와 하락기에 적용되는 해석 기준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시장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과 얼마 전까지 '메모리 신화'의 확산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HBM만 있으면 한국 반도체는 영원히 승리한다는 낙관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단순한 공식, 코스피 상승을 산업의 구조적 성공으로 연결하는 서사가 시장 전반을 지배했다. 반도체를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신앙처럼 소비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이런 담론이었다.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하루 주가를 동일시했고, 메모리 사이클을 AI 산업 전체의 성장으로 일반화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GPU, 첨단 패키징, 추론 반도체, 전력 인프라 등 훨씬 복합적인 변수를 지워버린 채 '메모리만 오르면 한국도 오른다'는 서사가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삼성·SK 급락이 경제위기라면
환율 위기론 어디로 사라졌나?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호남 AI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최근 증시 조정을 정책 실패와 연결하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중심 성장 모델을 다시 부각하거나 이병철 회장의 경영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는 조갑제식 주장도 오래된 레퍼토리다.

보수 정권은 좌파보다 시장 경제를 잘 운용한다는 서사도 힘을 잃고 있다. 메모리 신화를 앞세워 형성된 과도한 기대가 최근 시장 조정 과정에서 증폭된 실망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에서, 과거 성공 경험을 현재 산업 전략의 잣대로 삼는 접근은 최근 주가 급락을 정부 산업정책 실패와 연결하는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가 하락은 오너 일가에게 지배력 확대의 최적 환경을 제공한다. 주식 가치가 낮을수록 증여세 및 상속세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더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 세대로의 지분 이전이 완료된 이후에는 경영 효율화나 각종 호재를 통해 주가를 부양함으로써 승계 비용은 최소화하고 자산 가치는 극대화하는 방식이 지배구조 개편의 전형적인 공식이다. 따라서 주가 하락을 무조건적인 경제 위기로 규정하는 자칭 보수 진영의 프레임은, 주가 변동이 가진 경영권 승계라는 경제적 효용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반쪽짜리 담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공지능 시대의 주가는 인간의 기대와 공포를 반영하는 후행지표일 뿐, 반도체 산업의 시장 원리는 그와 별개의 층위에서 작동한다. 마이클 버리의 거품론 역시 시장 심리와 밸류에이션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사후적 스토리텔링의 성격을 벗어나기 어렵다. 메모리 신화가 꺼지고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되어도 데이터센터와 AI 연산 인프라를 위한 반도체 공급은 자체적인 수요·공급 알고리즘과 수율 최적화 공정에 의해 단절 없이 지속된다.

결국 이번에 무너진 것은 코스피가 아니라 하나의 신화다. 메모리만 있으면 AI 시대를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는 신화, 주가가 오르면 국가가 성공하고 떨어지면 경제가 실패한다는 신화, 환율 하나로 외환위기를 예언할 수 있다는 신화다. 시장은 언제나 복합적이었지만, 무너진 것은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숫자와 하나의 서사로 단순화해 온 금융 담론이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 초반 6,500대까지 밀린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7.02포인트(2.60%) 내린 6,643.58로 출발해 3~4%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24.54포인트(3.10%) 하락한 767.30이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하락 출발해 장 초반 6,500대까지 밀린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7.02포인트(2.60%) 내린 6,643.58로 출발해 3~4%대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24.54포인트(3.10%) 하락한 767.30이다. / 연합뉴스

☞ 주식시장은 AI 시대를 왜 못 따라가나 = 주식시장이 가격을 붙이는 대상이 달라졌다. 과거 자동차와 철강은 생산량이 늘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가 비교적 분명했다. 지금은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 누가 미래 AI 패권을 차지할 것인지에 더 큰 가격이 붙는다. 기대가 큰 만큼 작은 기술 뉴스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AI가 여러 산업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목적기술이라는 점도 판단을 어렵게 한다. 키미 K3 같은 모델 하나가 GPU와 데이터센터에는 호재가 되고, 고가 API를 파는 폐쇄형 모델 기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같은 사건이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모델 기업에 서로 다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장이 충격의 방향을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과거 공식을 반복한다. 딥시크 공개 때 반도체주가 급락했으니 키미 K3가 나오자 다시 반도체부터 파는 식이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속도가 시장이 새로운 인과관계를 학습하는 속도보다 빨라지면서, 주가는 과거 경험에 먼저 반응하고 실물 데이터가 쌓인 뒤 뒤늦게 방향을 수정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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