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로맨스는 언제나 시청자의 시선을 끄는 강력한 카드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나 진부한 애정선은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기 십상. 때문에 제작진은 로맨스가 뻔한 상투성을 탈피하도록 관계의 출발선부터 고심을 거듭한다. 최근 공개되었거나 현재 방영 중인 세 편의 작품 속 커플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장르물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관계성의 특이점으로 서사의 골격을 단단히 지탱하는 이색 커플들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본다.
장르물에 재 뿌리지 않는 '퇴마 콤비' | 〈동궁〉 남주혁·노윤서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동궁〉은 궁을 배경으로 저주에 깃든 악귀를 퇴치하는 오컬트 호러 사극이다. 장르적 긴장감이 흐르는 이 작품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귀신을 보는 구천(남주혁)과 귀신의 소리를 듣는 생강(노윤서)의 독보적인 케미스트리다.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결합으로 시작된 이들의 관계는 공조를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끝내 목숨까지 내어주는 단단한 구원의 서사로 발전한다. 자칫 진지한 오컬트 장르물에서 로맨스가 불필요한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위험을 깔끔하게 지우고, 캐릭터들의 개연성과 서사적 깊이를 더하는 훌륭한 촉매제로 작용한 좋은 예다.
돈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향하는 '간헐적 부부' | 〈아파트〉 지성·하윤경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 역시 인물 간의 기묘한 관계성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숨겨진 178억 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접수하려는 전직 조직 보스 박해강(지성)과, 학자금 대출과 거짓말 수습을 위해 '석 달에 1억'짜리 아내 대행 알바를 수락한 강하리(하윤경)의 만남이 그러하다. 철저한 고용인과 피고용인, 즉 비즈니스 동맹으로 출발한 두 사람은 가짜 부부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점차 묘한 감정의 파동을 겪는다. 정통 로맨스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본'으로 얼룩진 계약 관계가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거치며 '진심'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이 흥미로운 사기극을 이끄는 유쾌하고도 강력한 관전 포인트다.
오컬트 수사물 위로 얹은 공조 로맨스 | 〈오싹한 연애〉 박은빈·양세종
tvN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는 동명의 인기 영화를 원작으로 삼아 장르적 스펙트럼을 안방극장으로 확장했다. 귀신을 보는 호텔 재벌 상속녀 천여리(박은빈)와 귀신을 유독 무서워하는 열혈검사 마강욱(양세종)이 뜻밖의 사건으로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로맨틱 코미디의 결을 보다 전면에 내세우지만, 해결되지 않은 한 맺힌 사건들을 귀신과의 공조를 통해 풀어가는 '오컬트 수사물'이라는 뼈대가 확실한 차별점을 만든다. 사랑의 상처를 품은 여리와 겁 많은 강욱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며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 그리고 원작에는 없던 인물인 옹성우의 합류로 완성될 삼각관계가 극에 활력을 더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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