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BD) 지분이 25%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피지컬 AI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미래 성장 동력이자 정 회장의 고가치 비상장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최근 보유 중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9.65%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대차그룹에 속한 각 주주사는 계약에 따른 지분 인수 의무가 발생하면서 내부 절차를 거쳐 인수 규모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00% 확보로 지분 재편…승계 자산 가치 '주목'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현재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참여한 투자법인 HMG글로벌이 56.4%, 정의선 회장이 22.6%, 현대글로비스가 11.25%, 소프트뱅크가 9.65%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주주가 현재 지분율에 비례해 소프트뱅크 지분을 인수하면 HMG글로벌 지분은 약 62.4%, 정 회장은 25%, 현대글로비스는 12.5%로 높아진다.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에는 약 3억2000만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정 회장이 부담할 금액은 약 8000만달러(약 1200억원) 안팎이다. HMG글로벌은 약 2억달러, 현대글로비스는 약 4000만달러를 각각 투입하는 구조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 측은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재 각 주주사가 지분 인수에 대한 의무 발생과 관련해 내부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의 추가 출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자 규모와 지분율이 모두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배지분을 인수할 당시 사재 2389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여러 차례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분까지 더하면 누적 투자액은 8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넘어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다. 반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개인 지분이 25%에 달할 수 있는 핵심 미래 자산이다. 향후 피지컬 AI 시장 성장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정 회장의 개인 자산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기업가치 30조 몸값 거론…상장 기대감↑
업계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가 30조~50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정 회장의 지분 25%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7조5000억원에 이른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출을 활용하거나 상장 후 일부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상속세 납부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 지분을 현 평가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는 점도 정 회장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양측은 지난 2021년 거래 당시 일정 기간 내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상장하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풋옵션을 설정했다. 인수 가격도 당시 거래 때 산정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 지분 9.65%의 인수가는 약 3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현재 기업가치를 30조원으로 볼 경우 같은 지분의 산술적 가치는 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과 정 회장 측은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보다 낮은 기준으로 잔여 지분을 인수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실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앞세워 제조 현장 중심의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아틀라스는 FIFA 월드컵 경기 하프타임에서 심판에게 경기구를 전달하고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를 재현한 바 있다. 앞서 23㎏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들어 옮기며 전신 제어와 물체 조작 능력을 선보이는 등 산업 현장 상용화 가능성도 입증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공정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부터 부품 서열 작업에 활용하고 검증을 거쳐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복잡한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안전과 품질 중심의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로봇을 인류와 함께하는 파트너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제조혁신 실현과 글로벌 로봇 생태계 구축, 로보틱스와 AI, 에너지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미래 산업 생태계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지분 100% 확보 효과…피지컬 AI 생태계 확장 본격 시동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 확보는 사업 추진력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로봇 개발과 양산, 외부 협력, 생산 현장 투입에 이르는 전 과정의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 혁신을 가속하고 글로벌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로보틱스와 AI를 중심으로 미래 산업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관건은 상장 시기와 글로벌 기술기업과의 협력 확대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면 아틀라스 상용화와 상장 준비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상장에 앞서 프리 IPO를 통해 외부 투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분야에서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하고 강화학습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구글이나 엔비디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 재평가와 함께 그룹의 피지컬 AI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단순히 로봇 기술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상장 전 투자 유치 과정에서 구글 등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한다면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피지컬 AI 생태계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 입장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를 위해서는 실제 산업현장에서 축적되는 물리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현대차그룹의 제조 현장은 상당한 강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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