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올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대출 총량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6,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4조6,912억원 증가한 규모다.
은행들이 올해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인 약 4조3,400억원을 이미 3,500억원가량 웃돌았다. 불과 지난 9일까지만 해도 목표 대비 약 80% 수준이었지만 엿새 만에 연간 한도를 모두 소진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에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당분간 신규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5대 은행 가운데 3곳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의 약 150% 수준까지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곳도 목표 대비 소진율이 40~50% 수준이지만, 다른 은행의 대출 규제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경우 대출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은행들은 총량 관리 차원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5대 은행의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하루 평균 1,857억원으로 지난달보다 약 25% 감소했다.
은행별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했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취급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했다.
여기에 주요 은행들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도 중단하면서 실제 대출 가능 금액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다.
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금리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7~7.49% 수준으로 집계됐다.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금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신용대출은 오히려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5일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608억원 증가한 반면 신용대출은 1조3,764억원 늘어 증가폭이 두 배 가까이 컸다.
금융권은 최근 증시 활황과 함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호금융권도 총량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의 상반기 집단대출 잔액은 38조1,5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 증가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폭이 컸던 영향으로 올해 추가 대출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기존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되면서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 역시 연말까지 집단대출 제한 등 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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