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실=한스경제 신희재 기자 | 프로야구 KT 위즈 베테랑 투수 고영표(35)는 2024년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도입 후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잠수함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공략해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데, ABS 시대에는 과거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던 떨어지는 공들이 볼로 잡히는 사례가 늘어나서다. 달라진 환경에 맞춰 바뀌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고영표는 ABS 존 상단 공략에서 해법을 찾았다. 1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전과 달리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쓴다"며 "그 전까지는 어떻게 해야 ABS 존 상단을 걸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올해 포수 한승택과 여러 시도를 하다가 '캐치볼'하는 것처럼 가슴 높이로 던져야 하는 걸 느꼈다. 마인드셋을 바꾸니 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고영표는 천적 LG 트윈스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데뷔 13년 차인 그는 근래 들어 유독 LG전에 힘을 쓰지 못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10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43에 그쳤고, 지난해는 아예 LG전을 건너뛰었다.
그러나 올해는 LG전에 2차례 선발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38로 천적 관계를 뒤집었다. 19일 경기에서도 3회까지 퍼펙트로 막아내는 등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KT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시속 139km의 투심(37개)과 체인지업(38개), 커브(8개)를 섞어 던져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고영표는 "(가슴 높이는) 예전엔 무조건 볼이어서 (스트라이크를) 생각조차 못 했다. (도루에 대비해 높게 던지는) 피치아웃 수준의 공인데, 이제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다"며 "하이존은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 타자의 존을 흐트러뜨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가볍게 던지려 한다"고 부연했다.
하이존 공략은 이제 사이드암 투수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최근 본지와 만난 KT 사이드암 우규민도 "예전엔 높은 공을 던지면 장타가 많이 나온다고 이야기했지만, 시대가 바뀌고 타자들의 스윙 메커니즘이 달라지면서 요즘엔 오히려 낮은 공이 장타가 더 나온다. 그에 맞춰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많이 이용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영표가 살아나면서 KT는 무려 1080일 만에 7연승을 내달리며 2위(51승 1무 35패)로 도약했다. 1위(53승 2무 33패) 삼성 라이온즈와는 불과 2경기 차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한 마운드의 힘이 단연 돋보였다.
고영표는 "선발 투수들이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최소 실점을 한 게 7연승의 원동력"이라며 "후반기에는 투수들이 안정감을 찾아야 가을야구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흐름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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