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현장感] 기립박수, 박근형·신구 향한 '찬사'...원진아의 재발견 '베니스의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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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민의 현장感] 기립박수, 박근형·신구 향한 '찬사'...원진아의 재발견 '베니스의 상인'

뉴스컬처 2026-07-20 11:39: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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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위대한 연극계 거목인 박근형·신구가 손을 잡고 천천히 커튼콜에 등장하자 대극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기립박수가 터졌다. 60여 년 만에 '샤일록'으로 돌아와 건재함을 과시한 박근형, 90세 나이에도 극의 절정에서 위엄 있는 모습으로 극장을 장악한 신구 선생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뉴스컬처는 지난 18일 오후 2시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이 펼쳐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찾았다. 이날 공연에는 박근형·신구를 비롯해 원진아, 카이, 이상윤, 김슬기, 최정현, 조달환, 한세라, 박민관, 조한준, 이원승 등이 주역으로 나섰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인 만큼 다양한 성별과 연령층의 관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박근형, 원진아, 신구. 사진=파크 컴퍼니
연극 '베니스의 상인' 박근형, 원진아, 신구. 사진=파크 컴퍼니

관객들은 저마다 기대감이 가득찬 표정으로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특히 살아있는 전설 박근형·신구의 재회가 담긴 포스터를 줄지어 촬영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니스의 상인'은 지난 8일 개막 이후 객석점유율 80% 이상을 돌파한 데 이어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연극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날도 1500석이 넘는 해오름극장은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객으로 가득 찼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이 열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사진=뉴스컬처
연극 '베니스의 상인' 공연이 열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사진=뉴스컬처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카이)는 친구 바사니오(이상윤)를 위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박근형)과 위험한 계약을 맺는다.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심장과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바사니오는 샤일록에게 빌린 돈을 들고 벨몬트로 향한다. 그곳에는 포셔(원진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금, 은, 납 세 개의 상자 중 하나를 고르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많은 구혼자들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가운데, 바사니오는 납 상자를 선택해 포셔의 사랑을 얻게 된다.

이후 안토니오의 배가 난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샤일록은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며 법정에 선다. 오랜 모욕과 딸의 배신 등 그간 쌓여온 분노는 안토니오를 향한 복수로 이어진다.

베니스 공작(신구)이 주재하는 재판이 열리고, 그 자리에 한 젊은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법과 자비 사이에서 벌어지는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사진=파크 컴퍼니
연극 '베니스의 상인'. 사진=파크 컴퍼니

'베니스의 상인'은 법과 자비, 차별과 편견, 정의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해석되고 논의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다.

오경택 연출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적 리듬을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생생하게 살려내며 자칫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극을 관객들이 쉽고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냈다.

막이 오르는 순간부터 대극장 공연의 참맛이 전해진다. 와이어를 이용한 첫 무대 연출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감동적이다. 이와 함께 웅장한 합창과 화려한 가면무도회가 펼쳐지는 베니스 축제 장면에서 대극장만의 스케일을 몸소 느낄 수 있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사진=파크 컴퍼니
연극 '베니스의 상인'.사진=파크 컴퍼니

박근형은 독보적인 감정 열연으로 '샤일록'을 제 옷을 입은 듯 그려내며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다. 여기에 카이는 탄탄한 발성과 절제된 표현력으로 무게감을 더했다. 이상윤은 재치 있는 연기로 유연하게 인물을 그렸으며, 김슬기는 풍부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 어디서나 '감초' 존재감을 뽐내는 조달환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톤의 이 작품에서 환기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특히 2023년 연극 '파우스트'로 무대를 경험한 원진아는 주로 TV나 영화 등 매체에서 활동했음에도 정확한 딕션과 시원시원한 연극 발성으로 돋보이는 열연을 펼쳤다. 모험심 강하고 사랑스러운 극의 중심인물 '포셔'를 입체감 있게 담아내며 작은 체구로도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사진=파크 컴퍼니
연극 '베니스의 상인'. 사진=파크 컴퍼니

그리고 극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법정 신에서 신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무게감을 과시한다. 무엇보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서 무대를 향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이들 배우의 앙상블은 후반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관록의 연출자와 조화로운 배우들이 빚어낸 140분은 마침내 기립박수로 화답받는다.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을 판단하기보다 이해하려 했고, 도덕을 설교하기보다 인간 그 자체를 무대 위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베니스의 상인'이 호평받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사랑하는 '배우' 그 자체인 박근형과 신구 선생이 무대 위에 있어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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