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투데이 임헌섭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체의약품에 집중됐던 사업 기반을 비만·당뇨 치료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펩타이드 분야로 확대해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일 폴리펩타이드그룹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14억 6,000만 스위스프랑(약 2조7,000억 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진행된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다.
회사는 올해 12월 말까지 폴리펩타이드그룹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를 거쳐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과 메신저 리보핵산, 항체약물접합체에 이어 펩타이드 의약품의 개발·생산 역량까지 확보하게 된다.
펩타이드는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짧은 사슬 형태로 연결된 물질로, 체내에서 호르몬이나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한다. 이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질병 치료에 활용한 것이 펩타이드 의약품이며, 최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생산시설과 기술, 전문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된다. 폴리펩타이드그룹이 수행하고 있는 기존 CDMO 계약도 승계해 거래 완료 직후부터 수주 물량을 이어갈 수 있다.
양사가 보유한 생산 역량의 결합도 추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설계·운영해온 경험을 폴리펩타이드그룹의 공정개발 및 생산기술과 연결하고, 시장 수요에 따라 추가 생산시설 확충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생산 거점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인천 송도를 중심으로 구축한 대규모 항체의약품 생산 기반에 유럽과 미국, 인도의 펩타이드 생산시설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확대된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펩타이드 사업 진출의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비만치료제 시장이 국제적인 수요 증가와 적응증 확대에 힘입어 2035년 최대 1,500억 달러(약 222조 4,35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시장이 커질수록 원료와 의약품 생산을 맡는 펩타이드 CDMO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통해 관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조기에 확보하게 됐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이번 인수는 생산능력∙사업 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대 성장축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결정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양사의 독보적인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더욱 폭넓고 우수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글로벌 CDMO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폴리펩타이드그룹은 1996년 글로벌 제약사 페링의 펩타이드 생산사업부에서 분사한 전문 CDMO 기업이다. 스위스 바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펩타이드 치료제와 관련한 개발·생산 실적을 1000건 이상 쌓았다.
신약 후보물질을 실제 생산 공정으로 전환하는 공정개발 역량도 갖추고 있으며, 펩타이드 생산에 사용하는 유기용매의 양을 줄이는 제조기술을 확보해 원료비와 폐기물 배출을 함께 낮출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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