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군 해법?’ 70년 묵은 사관학교 통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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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군 해법?’ 70년 묵은 사관학교 통합론

일요시사 2026-07-20 10:53: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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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추진하면서 군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전 대응을 위해 군의 합동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인지를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결국 관건은 합동성과 군별 전문성을 어떻게 함께 확보하느냐다.

··공군사관학교 통합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계획을 공개하기도 전에 정점으로 치달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브리핑을 불과 1시간40분 앞두고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
한 교실로

이후 “추후 재공지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했고, 사관학교 통합 방안 마련을 위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맡긴 연구용역의 세부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발표가 미뤄진 사이 반발은 더욱 커졌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사관생도 학부모, 예비역 단체 등은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000명이 모였으며,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정부 정책에 맞서 공동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정부가 충분한 연구와 검증, 국민적 공감대 없이 장교 양성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육군은 지상전, 해군은 해양전, 공군은 항공우주 작전을 담당하는 만큼 생도 때부터 각 군의 환경과 문화를 체득해야 하는데, 통합교육이 이를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공방도 격화했다. 야권은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안보 정책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사관학교 통합 중단과 안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서명이 잇따랐다.

결국 국방부는 기본계획을 발표한 뒤 공청회와 정책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큰 방향을 먼저 정해놓고 사후에 여론을 듣는 것 아니냐는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관학교 개편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장교 양성체계의 변화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구상의 핵심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완전히 폐지해 하나의 학교로 합치는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신입 생도는 군 구분 없이 통합 선발하되 1·2학년은 가칭 ‘국군사관학교’에서 함께 교육하고, 3·4학년부터 육·해·공군 가운데 소속을 정해 기존 사관학교 또는 군별 교육기관에서 전문교육을 받도록 하는 이른바 ‘2+2 체제’다. 저학년 공통 과정에서는 기초 교양과 전공 기초, 리더십, 국가 안보, 미래전 관련 교육 등을 함께 이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후 고학년 과정에서는 육군의 지상작전, 해군의 함정·해양 전력 운용, 공군의 항공우주 작전 등 각 군 특성에 맞는 전공 교육과 군사훈련을 받게 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교육 장소로는 대전 자운대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고, 서울 태릉에 있는 육사는 전남 장성 상무대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 위치와 이전 여부, 통합 선발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합동성 명분 앞세운 통합…부작용은?
합참 지휘·교육·보직 개혁 논의 밖

정부가 내세우는 첫 번째 명분은 합동성 강화다. 인공지능과 드론, 우주·사이버전, 장거리 정밀 타격이 결합하는 미래 전장에서는 육·해·공군이 각자의 영역만 이해해서는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생도들이 입학 단계부터 함께 생활하고 교육받으면 다른 군의 작전 개념과 조직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임관 이후에도 군별 칸막이를 넘어 협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장관도 “합동성은 사관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훈련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체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군을 단순히 작전상 협조 대상이 아니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도 통합교육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과 전자전, 포병, 기동부대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작전 안에서 함께 운용되고 있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고 기존 전투 방식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참호전과 시가전, 근접전 위에 드론과 첨단 장비가 더해진 형태다.

그만큼 장교도 자기 군과 병과만 아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전력의 역할까지 폭넓게 이해하며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합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진단과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 사이에는 설명되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생도들이 2년 동안 같은 교실과 생활관을 사용한다고 실제 합동작전 지휘 능력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합동작전은 임관 이후 야전에서 각 군의 전력을 운용한 경험과 합동훈련, 합동 보직, 참모 교육, 작전지휘 체계 속에서 축적된다. 생도 시절의 공동 교육은 기초적 이해와 교류를 넓힐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군의 합동성을 책임지는 핵심 조직은 사관학교가 아니라 합동참모본부다. 각 군의 전력을 하나의 작전으로 묶고, 합동교리와 훈련 체계를 만드는 역할도 합참이 맡는다. 장교의 합동교육 이수와 합동부대 근무 경험을 보직·진급에 반영하는 것 역시 합동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군의 합동성이 부족하다면 사관학교 통합에 앞서 이런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관생도들의 군별 교류 교육도 이미 시행되고 있다. 생도들은 학년별로 육사·해사·공사를 오가며 다른 군의 교육과 훈련을 경험한다.

2년 함께
2년 따로

천안함 피격 이후에는 순환 교육과 공동 교육도 확대됐다. 그러나 기존 제도가 어떤 성과를 냈고, 한계가 있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검증하지 않은 채 더 큰 구조개편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을 전제로 한다. 육군 장교가 지상전과 제병협동을 이해하고, 해군 장교가 함정과 해양작전을 익히며, 공군 장교가 항공우주 전력 운용에 숙달돼야 각자의 전력을 합동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

군별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생도에게 처음부터 합동성을 강조하면 다른 군을 폭넓게 이해하는 대신 어느 군에도 깊이 뿌리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군 교육에는 단계가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먼저 각 군 내부에서 병과와 전력을 결합하는 제병협동 능력을 익히고, 이를 토대로 육·해·공군이 함께하는 합동작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의 군이 함께 움직이는 연합작전은 그 이후의 단계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생도들에게 군별 전문성과 제병협동보다 합동성을 앞세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1·2학년 공통 교육이 군별 전문교육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저학년 때는 일반 대학에서도 교양과 전공 기초를 중심으로 배우는 만큼, 3·4학년 과정에서 군별 전문교육과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학군장교 역시 대학 3·4학년을 중심으로 군사교육을 받고 임관한다는 점을 들어 2년의 전문교육이 반드시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병력과 학령인구 감소도 통합론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으로 군 규모와 장교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3개 사관학교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별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 흩어진 교수진과 교육시설, 연구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사관학교 경쟁력 저하 역시 정부가 강조하는 문제다. 안 장관은 최근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실제 일부 사관학교의 1차 시험 합격선이 하락하고, 일반대학 중복 합격자들의 등록 포기와 입교 후 중도 이탈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통합 선발을 통해 모집단을 넓히고, 전과나 군 선택의 폭을 확대하면 우수 인재 확보와 자퇴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묵은 과제
번번이 좌초

통합 찬성론자들은 사관학교가 단순히 각 군의 초급장교를 만드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미래 전장을 이해하는 전략적 사고와 첨단기술 활용 능력을 갖춘 국가 인재를 양성하려면 기존의 군별 폐쇄적 교육 구조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 군 전문교육은 3·4학년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며, 학군장교도 대학 3·4학년 때 군사교육을 받고 임관하는 만큼 2년의 전문 과정이 반드시 짧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통합 교육이 좋으냐 나쁘냐가 아니라 기존 교육보다 어떤 성과를 더 낼 수 있는지다. 공동생활을 통해 군 간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와 군별 전문교육 기간이 줄어드는 부담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

기존 순환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임관 이후 합동교육과 인사 제도 개편이 더 직접적인 해법은 아닌지도 검증해야 한다.

더구나 1·2학년을 함께 교육하고 이후 군별로 나누는 방안은 70여년 전부터 여러 정부와 군 연구기관이 반복적으로 검토해 왔다. 그때마다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끝내 제도화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면, 현재 통합안이 마주한 갈등의 뿌리도 확인할 수 있다.

통합 문제가 처음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1953년이다. 당시 마크 클라크 미8군사령관은 3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어 1·2학년은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3학년부터 희망과 적성에 따라 각 군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다. 합동작전을 원활하게 하고 학교시설과 교수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백선엽 당시 육군참모총장도 이 구상에 동의했지만 해군의 강한 반대와 공군의 소극적인 태도로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예산 절감과 군 조직 효율화를 명분으로 한 통합론은 장면정부와 박정희정부에서도 이어졌다. 1960년대 국회와 국방부는 3군 사관학교 통합을 위한 위원회와 연구기구를 구성했고, 1970년에는 교과 과정 중복과 합동 교육 부족을 이유로 사관학교를 가칭 ‘국방대학교’로 통합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다만 안보 환경과 정치 상황 변화로 실제 추진되지는 못했다.

1986년에는 현재의 2+2 체제와 유사한 방안이 나왔다. 1·2학년은 공동 교육하고 3·4학년은 기존 학교에서 군별 교육을 실시하는 구상이었다.

분리한 미국·합친 일본
갈림길 선 한국형 모델

노태우정부도 국군사관학교 설립을 검토했으며, 이명박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합동성 강화를 이유로 통합을 추진했다. 그러나 육군 중심 체제에 대한 해·공군의 반발 등 각 군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또다시 무산됐다.

해외 사례를 보면 사관학교 통합이 합동성을 높이는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각국은 병력 규모와 안보 환경, 장교 교육 및 인사 체계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리형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해 입학 단계부터 군별 전문성과 정체성을 키운다.

대신 임관 이후 합동전문군사교육과 합동 보직, 합참 및 통합전투사령부 근무를 인사·진급 체계와 연계해 합동성을 강화한다. 학교를 합치기보다 장교 경력 전반에 걸쳐 합동교육을 제도화한 방식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군별 장교 양성기관을 유지하면서 임관 이후 합동참모 교육과 연합 훈련을 실시한다. 군별 전문성을 먼저 확보한 뒤 합동작전 능력을 쌓는 단계적 구조다.

반면 일본은 방위대학교 한 곳에서 육상·해상·항공자위대 간부 후보생을 함께 교육한다. 다만 일정 단계부터 소속 자위대를 나누고, 졸업 뒤 각 자위대 간부후보생학교에서 별도의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학교는 통합했지만 군별 훈련까지 하나로 합친 것은 아닌 셈이다. 호주와 캐나다도 통합형 기관을 운영한다.

그러나 호주는 상당수 후보생이 입학 전부터 소속 군을 정하고 공동 학문 교육을 받으며, 한국보다 상비군 규모가 작아 교육시설과 인력을 통합할 필요성이 크다. 캐나다에서도 교육의 질과 군사훈련 실효성을 둘러싼 개혁 요구가 이어져 통합 자체를 검증된 정답으로 보기는 어렵다.

독일은 일반 학문과 리더십 교육은 공동으로 실시하고 군사기술과 실무 훈련은 각 군 기관이 맡는 절충형에 가깝다. 학교의 통합 여부보다 어떤 교육을 함께하고 무엇을 군별로 남길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결국 각 나라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식 분리와 일본식 통합 가운데 하나를 그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다. 학교가 분리돼있어도 임관 이후 교육·보직·진급 체계가 뒷받침되면 합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학교를 합쳐도 군별 전문교육이 부족하면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전투력
문제없나

한국 역시 통합 여부뿐 아니라 군 소속을 언제 결정할지, 공통 교육과 전문교육을 어떻게 배분할지, 임관 이후 합동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특히 1·2학년 공동 교육 뒤 3학년부터 군별 훈련을 시작하는 ‘2+2 체제’가 각 군 장교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충분히 길러낼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문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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