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의 경선 기탁금을 직전 전당대회보다 2~3배 가까이 인상하자 ‘청년 홀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 보라”며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 본선 기탁금을 1억 원, 최고위원 후보 기탁금을 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직전 전당대회 때와 비교해 당 대표는 6000만 원, 최고위원은 3500만 원이 오른 액수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에게는 기탁금의 절반을 감면해 주기로 했지만 그 기준을 적용해도 청년 당 대표 후보는 직전보다 3000만 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175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당 안팎에서는 “신인과 청년에게는 사실상 ‘돈의 문턱’을 세운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청년 후보가 ‘돈이 없어서 출마를 할 수 없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SNS에 퍼지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이 급속히 확산했다. 민주당 기득권이 청년 정치의 앞날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렇게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여당 지도부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기탁금이 대폭 상향되고 특히 청년 후보의 기탁금은 몇 배로 늘어나 청년 후보들이 힘들어 한다니 아쉽다”며 “당의 재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청년들의 어려움과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돈 때문에 선거에 나갈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일 뿐 아니라 부정부패의 유인을 키우는 일”이라며 “가능하다면 기탁금을 종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 보시면 어떻겠느냐”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통령이 직접 당내 전당대회 규정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최근 민주당에서 불거진 ‘청년 홀대’ 논란과 직결돼 있다는 해석이 많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청년 최고위원을 별도로 뽑는 ‘청년최고위원 분리 선출’ 안을 올렸지만 최고위원회 표결에서 친청(친정청래)계 우위 속에 부결된 데 이어 기탁금까지 크게 오르면서 청년 후보들의 출마 문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당 대표 출마자 5명 가운데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 최고위원 출마자 14명 가운데 김형남 전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정민철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만 39세 이하 청년 후보로 분류된다. 이들은 그동안 정청래 전 대표를 비판해 온 인사들로 당내에서 “현 지도부와 친청계가 반 정청래 성향 후보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글이 공개되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당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당원 자격으로 문제 제기할 수 있다”는 옹호가 엇갈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례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로 착각하는 것 같다” “당무 개입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명백한 당무 개입”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 대통령은 다시 글을 올려 직접 반박에 나섰다. 그는 한 누리꾼의 대통령 당무 개입에 댓글에 직접 대답하며 “박 전 대통령은 공직선거 후보 공천이나 경선에 개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며 “현행법과 당헌·당규상 대통령도 당원으로서 소속 정당의 당무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명백한 당무 개입”이라며 공세 수위를 거세게 높이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 기탁금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X에 글을 올려 “공당이 당직선거와 공직선거조차 구분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그건 국정과 개인 사업을 구별 못 하는 것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런 역량으로는 국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비난 논평을 내실 때 최소한의 상식은 갖추시는 게 좋겠다”고 적어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국정 운영 능력 자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기탁금 인상 방침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21일 전체 회의를 열고 청년 후보에 대한 기탁금 인하 또는 추가 감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원 수가 늘면서 전당대회 관리 비용이 증가해 불가피하게 기탁금을 조정했다”면서도 “청년 후보에 대해서만이라도 인하가 가능한지 논의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기탁금 인상과 청년최고위원 분리 선출 무산, 대통령의 공개 문제 제기와 선관위 재논의, 그리고 친명-친청계의 복잡한 계파 구도가 겹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룰의 공정성’과 ‘청년 정치’에 대한 여당의 인식을 가늠하는 시험장으로 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한번 결정한 사안을 번복하는 것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반발을 할 수도 있고 기탁금 규모와 감면 범위를 어디까지 되돌릴지에 따라 계파 간 이해관계도 달라진다는 점에서 어느 선에서 타협안이 이뤄질지 지금으로선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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