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최근 교역조건 개선은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아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출을 이끌면서 국내총소득(GDI)이 크게 늘었고,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져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장기화할 경우 산업 편중과 금융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2009년과 2015~2016년, 2020년 등 과거 사례와 달리 수출물가 상승이 주도했다”며 “과거에는 국제유가 하락 등 수입물가 하락이 교역조건 개선의 핵심 요인이었지만, 이번에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강세가 수출물가를 끌어올리며 교역조건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AI 기반 반도체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이번 교역조건 개선도 과거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 대비 3.8% 성장했지만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2% 증가했다. GDP와 GDI 증가율 격차는 9.4%포인트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반도체 수출 확대가 GDP를 끌어올린 데 이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GDI를 추가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5% 급등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이 차지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22.8% 올랐고 실질무역이익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 이번 교역조건 개선이 과거보다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가격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끄는 국면에서 소비가 유의하게 증가하고 투자도 초기부터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확대 기대도 커졌다. 한은은 “글로벌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설비투자가 과거보다 신속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본지출(CapEx)이 지난해 75조원에서 올해 120조원, 내년 150조원 수준 확대를 전망했다.
다만 이번 호황의 혜택이 반도체 등 IT 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다는 점은 한계로 꼽았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도 높아 내수 파급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한은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자금이 생산적 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유입될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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