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동포청 주최 3번째 모국 연수 참가
"잊혀가는 고려인 역사와 문화 젊은 세대에 알리는 게 목표"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제 증조할머니께서는 늘 '우리는 함께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재외동포청이 주최하고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주관한 '2026년 제1차 차세대 동포 청년 모국 초청 연수'에 참가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4세 홍 아나스타샤(24)는 19일 연합뉴스와 만나 강제 이주의 고난을 공동체의 연대로 이겨낸 증조부모의 삶을 이렇게 소개했다.
타슈켄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세종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김요(Kimyo)국제대학교 한국학과를 졸업한 후, 유창한 한국어 능력을 인정받아 현지 골프장에서 리셉션 업무를 맡고 있다.
그에게 타슈켄트는 단순한 고향이 아니다. 강제 이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증조부모가 낯선 땅에서 다시 일어선 가족사의 출발점이다.
그는 "제 증조부모님도 많은 고려인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다시 삶을 시작해야 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고 성실하게 일하며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도 증조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한국어만 사용했던 증조할머니에게서 강제 이주의 역사와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덕분에 자연스레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게 됐다.
그러나 대학 생활이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면서 대면 수업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한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때로는 하나의 언어가 하나의 세계를 열어주기도 한다"며 "저에게 한국어는 바로 그런 세계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제 가족과 뿌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매개체"라며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이야기와 전통을 이해하고 조상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수는 2024년과 2025년에 이은 세 번째 모국 방문이다. 재참가자를 대상으로 강원도에서 진행된 심화 과정에 참여한 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세계 각국의 동포 청년들과 교류했다.
모국 연수는 지원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주변 친구들이 선발되지 못한 가운데 참가 기회를 얻은 그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년에도 연수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한국 취업을 고려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어 함께 생활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높은 생활비로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계획을 접었다.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외국인 구직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한국행을 망설이게 하는 현실적인 장벽이다.
그런데도 홍 씨에게 한국은 가족의 기억과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나야 할 모국이다. 강제 이주의 역사를 다룬 영화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우즈베키스탄의 김병화 농장과 박물관을 방문하며 고려인의 발자취를 되새겼다.
그의 목표는 세대를 거치며 희미해지는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것이다. 모국 연수 프로그램을 알지 못하는 사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참가를 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홍 씨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과거의 기억을 지키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깊이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국 초청 연수는 한국 문화에 더 깊이 다가가고 우리 민족의 언어와 역사를 더욱 잘 이해할 소중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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