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르헨티나가 끈질기게 버티며 연장 승부로 끌고 갈 수 있었던 건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의 선방쇼 덕분이었다.
20일(한국시간) 미국의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 스페인이 연장전 끝에 아르헨티나에 1-0으로 승리했다.
스페인이 16년 만에 월드컵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주역 카를레스 푸욜, 세르히오 라모스 등이 귀빈으로서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일궈낸 우승이다. 이번 대회 최강 전력으로 인정받는 팀다웠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 가장 극적인 승부를 양산하면서 수많은 역전을 달성했지만 스페인의 빈틈없는 경기 운영만큼은 아예 뚫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엔소 페르난데스의 퇴장으로 자멸했다. 리오넬 메시조차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경기였다.
스페인의 슛 중 막기 쉽게 마르티네스 정면으로 온 것이 많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많은 유효슛이라면 하나쯤 잘못 튕겨 골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쳐낸 뒤 상대 선수의 쇄도를 허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다 밖으로 쳐내거나 잡아내면서 철옹성 같은 모습을 보였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선수는 못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영웅이 되곤 하는 게 마르티네스의 특징이다. 그래서 국가대항전을 비롯한 컵대회에 강하다. 이미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1회 우승과 코파 아메리카 2회 우승 등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이끈 바 있고, 이번 월드컵 직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소속팀 애스턴빌라에 트로피를 안기기도 했다.
이번 대회 역시 가장 꾸준하게 선방을 하고 수비 안정화를 이끈 골키퍼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작정하고 문전 방어에 집중하자, 조금이라도 예상할 수 있는 슛은 다 막았다. 유효슛 11개를 막아낸 뒤에야 실점을 했다.
전반 39분부터 선방쇼가 시작됐다. 다니 올모가 살짝 흘리면서 미켈 오야르사발이 순간 노마크 상태가 됐고, 논스톱 중거리 슛이 에밀리아노에게 잡혔다. 후반 19분 올모의 제자리 중거리 슛도 쳐냈다.
후반 22분 스페인의 결정적인 기회를 막아냈다. 라민 야말이 나가는 줄 알았던 공을 순식간에 따라가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페란 토레스가 높은 타점에서 헤더를 시도했는데 마르티네스가 이것도 잡아냈다.
후반 32분 스페인의 페드리가 슛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슛 직전 방해를 받으면서 또 마르티네스의 정면으로 차고 말았다. 곧바로 이어진 쿠바르시의 강력한 중거리 슛은 마르티네스가 쳐냈다. 36분 라포르트의 헤더도 쉽게 잡아냈다.
후반 추가시간 8분, 야말이 프리킥을 날렸다. 이날 가장 날카로운 슛이었으나 에밀리아노가 선방했다.
연장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약 40초 만에 마침내 선제결승골이 터졌다. 스페인이 차분한 패스 연결 대신 기습적인 롱 패스를 아르헨티나 수비의 빈틈에 찔러 넣은 것이 주효했다. 오른쪽 멀리서 올라온 크로스를 윌리엄스가 직접 슛이 아닌 헤더 백패스로 정확한 판단을 했다. 헤더를 막으러 달려나갔던 마르티네스 골키퍼가 잠시 골문을 비웠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선방을 할 수 없었다. 토레스의 왼발 강슛이 골망을 찢을 듯 적중했다.
마르티네스 입장에서는 필드 플레이어들은 뭐하고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지 원망할 만한 경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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