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딱새 둥지 위치…도시화 적응·천적 막는 보호막 전략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목탁, 대학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의 책 사이, 편지함, 화물차 배터리, 유조차와 청소차, 비닐하우스, 밀짚모자, 창문틀까지."
그동안 강원도 내 곳곳을 탐조하며 관찰하거나 사진으로 담아낸 딱새의 이색 둥지 장소들이다.
딱새는 조류 세계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독특한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인간의 생활 공간과 매우 밀접한 곳에 대담하게 둥지를 틀어 종종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한다.
몇 해 전 강릉의 한 대학교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의 한구석에 책 한권이 들어갈 법한 좁은 틈새에 딱새가 둥지를 틀고 6개의 알을 낳아 화제가 됐다.
어미 딱새는 구멍뚫인 유리, 열어 놓은 유리창 사이로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지극정성으로 새끼를 키워냈다.
대형산불 피해를 봤던 강릉시 외곽의 폐 공중전화 부스 역시 딱새 부부에게는 훌륭한 육아 공간이 돼 줬다.
불심 깊은 사찰도 예외는 아니다.
속초의 한 전통 사찰에서는 하안거에 들어간 스님들이 정진 중인 한 선원의 기둥에 걸어둔 목탁 속에 딱새가 둥지를 틀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딱새의 기상천외한 둥지 위치는 도내 전역에서 목격됐다.
속초에서는 한 비닐하우스 안에 걸어둔 밀짚모자 속, 원주 한 주차장에서는 세워둔 청소차, 양양에서는 농가 장작더미 속과 펜션 우편함, 강릉에서는 아파트 치하실 창문 환풍기, 차량 앞바퀴 흙받이 위에서 관찰됐다.
강릉시 성산면의 한 외딴 농가 비닐하우스에서는 웃지 못할 풍경도 관찰됐다.
딱새 부부가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큰 뻐꾸기 새끼에게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주며 탁란 육아를 하고 있었던 것.
뻐꾸기가 몰래 딱새 둥지에 알을 낳고 간 것을 모르는 딱새 부부가 자기 자식인 줄 알고 정성껏 키우는 애틋한 모습이었다.
비닐하우스 주인 부부는 딱새 부부가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밤에도 하우스 문을 살짝 열어두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밖에도 자주 쓰지 않는 경운기 엔진룸이나 트랙터 적재함 역시 딱새들이 탐내는 단골 명당이다.
덕분에 농번기 농민들이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농기계 사용을 기꺼이 멈췄다는 훈훈한 미담도 매년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딱새는 왜 이토록 희한한 곳을 고집하고 선택하는 것일까?
조류 전문가들은 이를 영리한 생존 전략으로 분석한다.
뱀이나 족제비, 까치 같은 천적들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인공 구조물을 일종의 보호막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로 둥지를 틀만한 장소가 사라지자 인간의 물건을 대체재로 삼는 뛰어난 적응력과 대담함이 결합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은 딱새 둥지를 발견했을 때 기꺼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새끼가 무사히 날아갈 때까지 따뜻한 마음과 시선으로 기다려준다.
경이로운 생명력과 인간의 배려가 만들어낸 딱새의 기묘한 보금자리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유쾌하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소리 없이 보여주고 있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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