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 세계 바둑 랭킹 1위 신진서(26) 9단이 인공지능(AI)을 상대로 한 2점 접바둑 대국에서 승리하며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알파고 등장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최고 성능의 AI를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2점을 먼저 놓고 승리한 기사는 신 9단이 최초다.
신진서 9단은 19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부작 중 제2국에서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290수 만에 흑 4집반승을 거뒀다.
지난 17일 제1국에서 AI의 생소한 초반 수에 당황하며 불계패를 당했던 신 9단은 이날 2국에서는 극도로 신중한 반면 운영을 선보였다. 완벽에 가까운 연산 능력을 가진 AI를 상대로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신 9단은 대국 전 "AI를 상대로 승률이 98%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하다"고 밝혔을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했다.
출발과 함께 18.5집의 형세 우위를 안고 시작한 신 9단은 중반까지 99%의 승률을 유지하며 판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좌하귀와 우상귀에 확실한 집을 마련한 뒤, 집 차이를 10집 안팎으로 유지해 나갔다.
승부처는 돌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 중앙 전투였다. "AI를 상대로는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었으나, 신 9단은 중앙 천원(바둑판의 정중앙) 바로 위에서 상대 돌을 끊어가는 강공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승률이 97% 밑으로 떨어지고 집 차이도 4집까지 좁혀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최정상 기사답게 신 9단은 불꽃 튀는 수 싸움에서 끝내 빈틈을 내주지 않았다. 남은 대국 시간을 효율적으로 안배하며 AI의 추격을 뿌리치고 대국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대국 후 신 9단은 "카타고가 1국과 달리 평이하게 두어 당황했지만 초반 대형 정석이 진행돼 다행이었다"며 "중앙 전투에서는 반발하고 싶은 유혹을 오래 참았으나,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판단해 끊어갔다. 손해를 덜 보면서 전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인간의 실력은 AI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인간의 바둑에는 스토리와 매력이 있다"며 "작은 전투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겼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인간 기사에게 유리하도록 신 9단이 5시간의 제한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를 받는 반면, 카타고는 모든 수를 20초 안에 착수해야 하는 규칙으로 진행된다. 공평한 승패 판정을 위해 흑이 0.5집의 덤을 부담한다. 신 9단은 판당 5,000만 원의 대국료를 받으며, 승리 수당 5,000만 원을 추가로 챙겼다. 이번 대회에서 총 2승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 차량이 부상으로 지급된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