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춘천의 한 아파트, 알람이 울리기도 전 집 안이 먼저 깨어난다. 네 남매의 등교 준비가 시작되면 거실과 주방이 동시에 움직인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노현진 씨는 아이들 가방을 챙기고, 올림픽 국가대표 수영 선수였던 남편 이충희 씨는 아침 식사를 책임진다. 바쁜 손놀림 속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눈빛은 부드럽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까지 챙긴 뒤에야 비로소 부부의 호흡이 잠시 멈춘다.
그러나 그 짧은 정적도 오래 가지 않는다. 곧 각자의 일터로 향하며 또 다른 하루가 열린다. 이 가족에게 ‘여유’라는 단어는 사치에 가깝다. 대신 서로를 향한 신뢰와 협력이 일상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았다.
■ 새벽부터 가동되는 ‘6인 가족 프로젝트’
아이 넷의 아침은 한 치의 지체도 허용되지 않는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묶고, 준비물을 확인하는 손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현진 씨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기억하며 맞춤형으로 챙긴다. 같은 집에서 자라지만 각자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남편 충희 씨의 역할도 분명하다. 식탁을 책임지는 동시에 아이들의 동선을 정리한다. 선수 시절 다져진 규칙적인 생활이 자연스럽게 가정에도 스며들었다. 덕분에 정신없는 아침에도 큰 혼란 없이 하루가 출발한다.
등교 시간이 다가오면 집안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신발을 신고 현관을 나서는 순간까지 확인은 계속된다.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나면 집 안은 갑자기 고요해진다. 하지만 이 고요는 휴식이 아니라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기 전의 짧은 공백이다. 현진 씨는 곧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역할을 준비한다.
이 부부에게 육아는 나눠 맡는 일이 아니라 함께 완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서로의 자리를 비워두지 않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간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지금의 단단한 가족을 만들었다.
■ 물속에서 무대까지, 직업 네 번 갈아타는 하루
오전이 되면 현진 씨는 수영장으로 향한다. 17년 경력의 아쿠아로빅 강사답게 수업은 활기가 넘친다. 물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참가자들의 표정도 점점 밝아진다. 그녀의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다음 일정으로 이동한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스케줄 속에서도 집중력은 유지된다. 직업이 바뀔 때마다 표정과 태도도 달라진다.
연습실에 도착하면 그는 배우가 된다. 공연을 앞두고 있어 반복 훈련이 이어진다. 대사 하나, 동작 하나에도 공을 들이며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무대 위에서의 몇 분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한다.
오후에는 폴댄스 학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에서는 원장이자 강사다. 수업을 이끌면서도 운영 전반을 챙긴다. 체력 소모가 큰 일정이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여기에 미용실 운영, 코딩 교육 수강, 그림책 공부까지 더해진다.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작가라는 타이틀도 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도전이 일상이 됐다.
■ “엄마도, 나도 놓치지 않는다”…가족이 만든 균형
현진 씨가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편 충희 씨의 전폭적인 지지가 가장 큰 힘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수영 선수였던 그는 현재 지도자로 활동하며 가정에서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출근 시간이 늦은 덕분에 오전 등교를 책임진다. 아이들을 챙긴 뒤 자신의 일터로 향한다. 퇴근 후에도 집안일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다. 역할을 나눈다는 표현보다 함께 책임진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양가 어머니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시어머니는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기 위해 가까이로 거처를 옮겼다. 친정어머니 역시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주말마다 찾아온다. 가족 전체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인다.
그럼에도 현진 씨는 부모님에게만 기대지 않는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따로 확보하기 위해 ‘엄마 데이트권’을 만들었다. 아이 한 명과 단둘이 보내는 시간을 통해 마음을 나눈다.
네 아이의 엄마로서의 책임과 개인의 삶을 동시에 이어가는 일. 쉽지 않은 길이지만 멈추지 않는다. 가족이라는 든든한 기반 위에서 자신의 꿈까지 확장해 나간다. 그렇게 오늘도 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된다.
24시간이 모자란 현진씨의 하루는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오전 7시 50분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꿈꾸는 다둥이 엄마 현진 씨’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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