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1992년생 축구인에게 30대 중반은 아직 그라운드 위 시간일 수 있다. 손흥민, 이재성 등 동갑내기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에 나섰고, 지금도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 나이는 경험과 기량이 함께 쌓이며 팀의 중심으로 뛰는 시기다. 그러나 같은 세대 안에서도 다른 시간표를 먼저 받아 든 축구인이 있다. 선수의 시간을 일찍 접고 자신의 축구를 다시 쓰고 있는 이승준 동명대학교 감독이다.
이승준 감독은 제62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에서 동명대를 결승까지 이끌었다. 동명대는 조별리그 6조를 3승, 11득점 2실점으로 통과했다. 본선에서는 강서대, 한양대, 용인대를 차례로 넘었다. 앞선 대회에서 반복됐던 8강의 벽도 ‘4전 5기’ 끝 이번 대회에서 넘어섰다. 선수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그라운드 위에 선 젊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결과로 주목받았다.
▲미완의 선수에서 일찍이 지도자로
처음부터 지도자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이승준 감독은 아버지가 체육 교사 출신이었던 영향 속에 임용고시를 준비하려 했다. 대구예술대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코치를 시작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현장을 떠날 생각도 했다. 축구를 계속 붙잡고 있었지만, 그 길의 끝을 지도자로 정해둔 것은 아니었다.
진로는 이창원 감독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이창원 감독은 2024년 동명대를 이끌었고,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승준 감독은 “지도자로서 제 이야기를 하려면 이창원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며 “팀을 이끄는 방향과 선수들을 이끄는 방법, 이기는 방법, 팀 문화를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축구를 하는지 궁금해 1년만 함께해보자는 생각이었다”며 “그 1년 동안 명장이라는 말의 의미를 체감했다”고 돌아봤다.
선수로서의 미완성도 지도자로서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이승준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대학교 2학년 때 선수 생활을 멈췄다. 용인축구센터 시절 김보경, 이범영, 오재석, 이승렬 등을 선배로 보며 꿈을 키웠지만, 자신의 한계도 분명히 기억했다. 그는 “공을 예쁘게 차는 데만 신경을 썼다. 활동량과 피지컬, 투쟁적인 부분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지금 선수들에게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안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감독 부임 뒤에는 나이와 선수 경력에 대한 시선도 감당해야 했다. 이승준 감독은 또래 선수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상황에서 대학 감독을 맡았고, 초기에는 어린 감독이라는 이유로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그래도 이창원 감독의 신뢰와 주변 지도자들의 조언 속에 버텼고, 성적으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가까운 나이는 장점이 될 수 있었지만, 감독의 자리는 친근함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그는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한다. 생활에서는 선수들과 편하게 지내려 하지만, 운동장에서는 팀의 규율과 기준을 분명하게 지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동명대가 증명한 원팀의 힘
17일 중앙대와 결승전에서 0-1로 아쉽게 패한 후 본지와 만난 이승준 감독은 긴 대회의 끝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17일 동안 선수들과 축구만 생각했다. 대회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문턱에서 멈춘 아쉬움은 남았지만, 대회를 치르며 확인한 팀의 힘도 컸다. 그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선수들의 단합력과 원팀이 되려는 의지가 크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동명대의 결승행에는 선수단 내부에서 만들어진 동기가 있었다. 동명대 축구부는 대구예술대 축구부 해체 이후 이창원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합류해 2023년 12월 새로 출발한 팀이다. 당시 함께 팀을 옮긴 선수들 가운데 4학년에게 이번 대회는 대학축구연맹 주최 마지막 대회였다. 이승준 감독은 동명대의 출발을 함께한 선수들과 좋은 기억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대회 준비 과정부터 선수단에 전했다. 이승준 감독은 “선배들이 팀에 좋은 기운을 주는 선수들이었고, 후배들도 형들을 위해 뛰어보자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짚었다.
동명대는 이번 대회에서 오랫동안 팀 앞을 막았던 8강의 부담을 넘었다. 이승준 감독은 “8강만 넘으면 자신이 있었다. 8강을 넘은 뒤 4강에서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동명대는 8강에서 한양대를 2-1로 꺾었고, 4강에서는 용인대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상대에 따라 경기 운영 방식을 바꾸고, 후반에 투입된 1, 2학년 선수들의 에너지까지 활용한 동명대는 결승까지 올라섰다.
동명대의 결승행은 이승준 감독 개인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잘해야 하는 이유를 비슷한 길을 걷는 지도자들에게서 찾는다. 이승준 감독은 “대학 감독을 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제가 잘해야 저와 같은 선수 경력을 가진 지도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프로 입단 이력 없이 대학축구 감독으로 성과를 내는 그의 도전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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