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부 영주권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약 1억4900만 원)의 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토미 피것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민자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하고 미국 사회에서 받는 혜택보다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여섯 자릿수’ 규모의 보증금 제도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것 대변인은 “미국 법을 집행하고 이민제도의 온전성을 회복하는 한편, 막대한 의료비 등 재정적 부담을 안고 입국하는 외국인들로부터 미국의 공공복지 프로그램을 보호하기 위해 국토안보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무부가 이민·국적법(INA)에 규정된 기존 권한을 활용해 ‘공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큰 일부 비자 신청자에게 보증금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청자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도가 시행되면 미국 정부가 신청자 본인이나 미국 내 가족에게서 보증금을 받은 뒤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추후 반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대규모 추방 정책을 추진하는 등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 출산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이른바 ‘원정 출산’을 억제하는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10만 달러 규모의 보증금 제도 역시 경제력이 부족한 이민자의 미국 입국과 영주권 취득을 제한하려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전문직 취업비자인 H-1B 비자 신청에도 10만 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무효화된 바 있다. H-1B 비자는 미국 기업이 기술 분야 등 전문직에 외국인 인재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로, 일반적으로 3년간 체류할 수 있지만 영주권과는 구분된다.
현재 영주권 신청 비용은 신청 유형과 미국 안팎에서의 신청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내 신청자가 제출하는 I-485 양식의 기본 수수료는 1440달러(약 215만 원)다. 노동허가서나 여행허가서 등을 추가로 신청하면 별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밖에서 신청하는 경우에는 국무부 영사전자신청센터를 통해 DS-260 비자 신청 수수료 325달러(약 48만 원)를 낸다. 비자 승인 후 영주권 카드 발급 등을 위해 미 시민권이민국(USCIS)에 235달러(약 35만 원)의 이민 수수료도 추가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10만 달러의 보증금이 도입되면 미국 영주권을 얻으려는 신청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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