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구직급여)가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제 월급보다 많아지는 이른바 '소득 역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다.
월별 지급액은 줄이는 대신 전체 지급 기간은 늘리는 방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난 18일 조선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노동계와 경영계가 참여하는 '고용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실업급여 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노사 의견을 수렴한 뒤 연내 최종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실업급여는 실업으로 인정된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반면 근로자는 주 5일 일하면서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받는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일정 수준을 기준으로 산정되고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를 공제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근로자의 실제 수령액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해 왔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지급 방식을 손질하기로 했다.
검토안의 핵심은 실업급여 지급일 계산에서 무급 휴무일을 제외하는 것이다. 현재는 한 달 동안 실업 상태로 인정되면 30일분을 모두 지급하지만, 앞으로는 일반적인 사업장의 무급 휴무일인 토요일 등을 제외해 실제 지급일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30일분의 실업급여를 받는 경우라면 앞으로는 무급 휴무일을 제외한 26일분 정도만 지급받는 방식이다.
올해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30일 기준 약 198만 원이다. 지급일이 26일로 줄어들 경우 월 지급액은 약 171만 원 수준으로 감소해 약 26만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대신 전체 수급 기간을 늘려 총수급액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소 120일부터 최대 270일까지 지급하지만, 앞으로는 월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지급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조기 재취업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지급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더 오랫동안 지급하면 실업급여 수급자가 취업을 미루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저임금 근로자와 취약계층의 생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 수급액이 줄어들 경우 생활비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지급액 감소가 취약계층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실업급여 상·하한액 산정 방식도 함께 손볼 예정이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자동으로 오르지만 상한액은 별도로 정해져 있어 매년 역전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상한액을 인상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다시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상황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한액 산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하나의 개편 대상은 출산·육아 지원 급여다. 현재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급여는 실업급여 계정에서 함께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관련 지출이 크게 늘면서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출산·육아 지원 급여 지출은 약 4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실업급여 계정 지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정부는 실업급여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출산·육아 지원 급여를 별도의 계정이나 기금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실업급여' 실직자의 생계를 지키고 재취업을 돕는 사회안전망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국가가 생활비를 지원하는 복지급여가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했을 때 재취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고용보험 제도'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평소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실직이라는 위험이 발생했을 때 보험 방식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는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를 그만뒀다고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가입 기간과 수급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다. 이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피보험 단위기간이 통상 180일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중대한 잘못으로 해고됐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다. 다만 임금 체불이 반복됐거나 직장 내 괴롭힘, 장시간 근로, 사업장 이전으로 출퇴근이 지나치게 어려워진 경우, 질병이나 가족 간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퇴사했다면 예외적으로 자발적 퇴사자도 수급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상태라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취업하려는 의사와 능력이 있어야 하며,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용센터에 정기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입사지원, 면접 참여, 직업훈련 수강, 취업 상담 등이 대표적인 인정 대상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급여 지급이 중단되거나 반환 명령을 받을 수 있다.
지급 금액은 퇴직 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현재 구직급여는 원칙적으로 퇴직 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을 지급한다. 다만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금액이 지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한액과 하한액이 함께 운영된다. 하한액은 최저임금과 연동돼 매년 조정되며, 상한액은 정부가 별도로 정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하한액이 상한액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반복돼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급 기간도 모두 동일하지 않다.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부터 최대 270일까지 차등 지급된다. 일반적으로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길고 연령이 높을수록 더 오랜 기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실업급여는 개인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소득이 끊긴 근로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도록 돕고, 생계 압박 때문에 충분한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제도의 본래 목적이다. 또한 경기 침체나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했을 때 소비 감소를 완화해 경제 충격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도 한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급여는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근로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아지는 경우에는 재취업을 늦추거나 구직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월 지급액을 일부 줄이고 지급 기간을 늘리는 방향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면서 실직자의 생계 보호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는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