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권한 커지면 공정성·독립성 훼손 우려…"외부 견제 장치 필요"
자치경찰제 동력 약해질 가능성도…"중앙 차원의 통제 필요성"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정부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경찰 내부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자치경찰제 확대도 추진하면서 치안 운영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경찰 조직의 지역 유착을 끊겠다면서도 경찰을 지역사회에 더 밀착시키는 자치경찰제를 확대하려는 만큼 제도 운용의 균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장윤기 사건 후속 대책으로 경찰 가족 사건 상피제 도입, 내부비리수사대 신설 등 조직 내부 통제 방안을 추진한다. 이해충돌 문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범정부협의체를 출범시키는 등 자치경찰제를 단계적으로 확대·실질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과 책임 아래 주민 치안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제도다.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정책을 강화하고 경찰 행정의 민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가족 사건 처리를 두고 지역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치경찰제 확대 논의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밀착형 치안을 강화하는 제도적 방향이 자칫 지역 인맥 중심의 이해충돌이나 '향찰(鄕察)'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역은 관할 경찰서 수가 많지 않아 동일 생활권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선후배와 동료, 지역 유지 등 인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구조인 만큼 자치경찰제가 확대될 경우 이런 관계가 사건 처리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남 창원의 한 경찰은 "지역 경찰은 한 지역에서 20∼30년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와 지나치게 밀착되지 않도록 제도 운용 과정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치경찰제가 확대돼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커질 경우 지역 인맥 중심의 이해충돌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장의 인사권이나 예산권이 확대될 경우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은 "자치경찰이 실질화돼 시·도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자치경찰에 대한) 외부 압력도 커질 수 있다"며 "건설 인허가나 관급공사처럼 지자체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수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의 밀착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면서도 이해충돌을 차단할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은 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토착 세력에 포획될 가능성도 있다"며 "권한 확대와 함께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도 "문제는 경찰과 지역사회가 가까운 것 자체가 아니라 부적절한 유착"이라며 "지역 밀착형 치안은 유지하되 주민에 의한 외부 통제와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치경찰제 확대 동력이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착 문제가 부각된 만큼 중앙 차원의 통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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