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강원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수준이 상향 조정됐다.
집중호우가 내린 18일 서울 동부간선도로 전구간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18일 오전 8시를 기해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문자 공지를 통해 밝혔다. 4단계로 구성된 위기 경보 체계에서 '경계'는 '관심', '주의'에 이은 3단계로,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풍수해 재난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은 이를 위기 징후가 활발해져 국가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도 같은 날 오전 4시 30분 풍수해 위기경보를 '경계'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서울·인천·경기·강원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데 따른 조치였다. 기상청 집계를 보면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서울과 인천 전역이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격상됐고,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경기 김포시 양촌읍에서만 148.5㎜, 파주시 탄현면 138.0㎜, 서울 강서구 135.5㎜, 은평구 128.5㎜의 비가 쏟아졌다. 19일까지 수도권과 강원에는 최대 300㎜의 비가 추가로 예보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재난 상황실을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며 지역별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중이며, 피해가 확인되는 즉시 응급 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궁궐과 왕릉, 유적지의 관람을 제한하고 위험도가 높은 지역은 긴급 보호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악몽…지난해엔 경주·함안·신안이 당했다
이런 피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전국 유산을 할퀴고 지나갔다. 경주 남산의 보물 '탑곡 마애불상군'은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며 울타리가 부서졌고, 신라 진덕여왕릉은 봉분을 감싸던 갑석이 떨어져나가 급히 보수에 들어가야 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고, 신안군 비금도의 국가등록문화유산 옛 담장도 일부가 붕괴됐다.
서산 개심사. / 한국관광공사.
충청권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서산 개심사는 경내로 토사가 밀려들며 출입 자체가 통제됐고, 세계유산인 부여 백제역사유적지구도 함께 타격을 입었다. 산청 율곡사 대웅전은 산사태로 벽체와 주변 건물이 무너졌으며, 국보 석굴암마저 진입로 사면이 붕괴해 안전띠를 두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 도심도 예외 아니었다…2022년 문묘·선정릉도 침수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8월 수도권과 강원에 하루 100~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자, 나흘 만에 국가지정 문화재 피해가 48건이나 집계됐다. 천연기념물 문묘 은행나무는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강남 선정릉은 주차장이 물에 잠긴 채 능 일부가 유실돼 폐쇄됐다. 서초 헌인릉에서는 관람로가 통째로 씻겨나가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혔으며, 세계유산 남한산성은 성벽 일부가, 보물 안성객사 정청은 담장 일부가 각각 무너져 내렸다.
국가유산청도 이런 반복을 막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22일부터 6월 21일까지 창덕궁 인정전, 대구 팔거산성,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 등 전국 425개소를 대상으로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대비한 '국가유산 집중안전점검'을 벌였다. 기존 목조문화유산 위주였던 점검 범위를 석조·자연유산까지 넓혀 배수시설과 수목, 담장, 석축 등 취약 지점을 미리 살핀 것이다. 그럼에도 올여름 다시 위기경보가 격상된 것을 보면, 도심 궁궐부터 산속 사찰, 지방 고분군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이 여름철 불청객 앞에서는 사전 점검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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