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살해 피의자 정재환(24)이 범행 직후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다 순찰차와 정면으로 마주쳤지만 순찰차가 정반대 방향으로 차를 돌린 장면이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됐다고 뉴시스가 18일 단독 보도했다. 경찰의 초동 대응이 부실했던 게 아니냔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다.

뉴시스가 확보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 4일 오전 4시25분쯤 경찰 순찰차가 피가 묻은 채 알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던 정재환을 발견했다. 순찰차를 발견하고 멈칫하던 정재환은 방향을 바꿔 걷다가 경찰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가볍게 조깅하듯 달아났다. 후진하던 순찰차에서 경찰이 내리는 듯했지만 이내 차 문을 닫고 차를 돌려 정재환을 뒤쫓았다.
정재환은 순찰차와 반대 방향으로 약 50m의 인도를 따라 도주했다. 경찰은 순찰차에서 내려 도주하는 정재환을 확인했지만 곧바로 추격에 나서지 않았고, 차 문을 닫고 다시 순찰차 방향을 돌리는 데 4초가 걸렸다. 이내 순찰차가 정재환을 따라가는 듯했으나, 정재환은 인도 끝 지점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순찰차는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우회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차량에서 내려 정재환을 추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처음 마주쳤을 때 곧바로 하차해 제압하지 않은 데 이어 도주하는 정재환을 뒤쫓은 뒤에도 이동 방향이 엇갈리며 피의자를 놓친 셈이다.

유족 측은 "정재환은 알몸 배회 이후 아파트로 돌아와 몸싸움을 벌이며 난투극을 벌였는데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순찰차가 길거리에서 가해자와 정면으로 마주쳤지만 왜 즉시 하차해 제압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정재환은 4일 오전 4시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A(24)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그는 피범벅이 된 알몸 상태로 인근 편의점 등을 돌아다닌 뒤 집으로 돌아왔다가 뒤늦게 도착한 친구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온몸에 문신을 한 채 편의점에 들어가 태연히 음료를 집어 마셨고, 놀란 점원이 자리를 피하는 장면도 CCTV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정재환은 사건 당일 친구 두 명과 술을 마시던 중 한 명을 폭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말리던 A씨가 표적이 돼 흉기에 수십 차례 찔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도움 요청을 받고 정재환의 아파트로 향하던 지인들은 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폭행 상황이 심각해지는 정황을 그대로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환은 범행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명품 시계와 현금 2000만원을 어머니에게 전달해 달라는 말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환을 안다는 지인들은 그가 상대의 기세에 따라 태도가 돌변하는 이른바 강약약강 성향이었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16일 오전 9시부터 살인 등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인 정재환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는 피해의 중대성과 범죄의 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 증거가 충분한 점,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재환은 앞서 신상 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유예기간이 지나면서 사건 발생 12일 만에 공개가 시작됐다.
정재환은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유족 측은 심신미약을 인정받으려는 전략적 주장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초동 대응 부실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최초 신고가 살인 관련이 아니라 알몸으로 피를 묻힌 채 거리를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내용이었고, 현장에서 정재환을 발견해 멈추라고 했으나 그가 달아나 혈흔을 따라 추적하던 중이었다는 것이다. 혈흔을 좇아 아파트 1층부터 수색하던 중 위층에서 피해자가 숨졌다는 2차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진입한 것이지 뒤늦게 출동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족 측은 지난 15일 시체손괴 혐의를 추가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 측은 피해자의 신체 곳곳에 절단 흔적이 있었다며 정재환에게 시체를 손괴할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북경찰청은 살인 혐의와는 별개로 시체손괴 부분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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