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연구 자산으로"…KAIST '실패 아이디어 공모전', 생명연 '실패학 세미나'
'실패사례집' 배포 계획도…항우연, 연소 실험서 폭발 누리호 엔진 '그대로' 공개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최근 30여개 정부출연연구소가 입주해 있는 대전 대덕특구에서 도전 과정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연구 자산으로 삼으려는 새로운 연구문화가 조성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대덕특구 등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실패연구소는 인공지능(AI)이 일상화한 미래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와 사회적 리스크를 시민 시선으로 탐구하기 위한 '2026 AI×실패 아이디어 공모전'을 마감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전 주제는 '2036년, 우리는 왜 실패했는가? 미래에서 온 오답노트를 써주세요'로, 참가자들은 AI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2036년의 미래를 가정해 발생할 수 있는 실패의 원인과 우리가 놓쳤던 신호를 되짚어보는 사고 실험에 참여했다.
KAIST는 전임 이광형 총장이 취임한 직후인 2021년 6월 실패연구소를 설립했다.
조성호 실패연구소장은 "KAIST는 실패를 숨겨야 할 결과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중요한 학습 과정으로 바라보며 사회와 함께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최근 연구 과정에서 얻은 실패 경험을 개인의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공동체의 연구 자산으로 축적하기 위한 '2026년 KRIBB스쿨 실패학 세미나'를 개최했다.
생명연은 학생연구원들이 직접 겪은 연구 실패와 극복 과정을 공유해 실패를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고,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연구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
세미나에서는 새로운 실험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실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음에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반복되자, 실험 과정을 하나씩 점검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 사례가 소개됐다.
시료 보관과 실험 준비 과정의 작은 실수가 이후 배양과 분석 단계까지 영향을 미쳐 연구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했던 경험도 공유됐다.
이 밖에도 기존 연구 가설을 수정하거나 연구 방향을 전환해 새로운 접근법을 찾은 사례, 실험 실패 조건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해 후속 연구자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사례 등 다양한 경험이 소개됐다.
생명연은 이번에 선정된 우수 실패 사례를 엮어 실패사례집으로 발간, 학생연구원들에 배포할 계획이다.
권석윤 원장은 "과학 연구에서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더 나은 연구를 위한 과정"이라며 "실패 경험을 숨기기보다 기록하고 공유할 때 연구의 재현성과 효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도전과 실패를 존중하는 건강한 연구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도 한국형발사체인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연소시험 중 폭발한 75t급 엔진 실물을 공개하기로 해 관심을 모은다.
이번에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실물전시관에서 공개되는 엔진은 2020년 5월 13일 나로우주센터 엔진 고공 연소시험 설비 진공 챔버 내부에서 진행된 시험 중 폭발한 누리호 2단용 75t급 엔진(17A)으로, 해당 엔진은 인증시험을 위한 8차 연소시험에서 시동 명령 직후 폭발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사고 직후 엔진 잔해를 모두 수거해 폭발 원인을 규명하고, 분석 결과를 엔진 설계와 시험 절차 개선에 반영했다"며 "폭발 당시 파손 형상을 최대한 보존해 관람객이 실제 개발시험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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