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빚투 이후의 냉혹한 현실…"집 가진 거지 또는 다시 무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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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빚투 이후의 냉혹한 현실…"집 가진 거지 또는 다시 무주택자"

르데스크 2026-07-18 07:53:51 신고

전국적인 집값 폭등을 비롯해 '빚투(빚 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이 답"이라는 주장, 과연 어디까지 맞는 말일까. 르데스크가 최근 몇 년 이내 거액의 빚을 내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의 반응을 취재한 결과는 '완벽하게 틀렸다' 쪽에 가까웠다. 그들의 대답은 하나 같이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을 현실에 옮긴 순간부터 재앙은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빚투로 집 산 30대 미혼 남성의 현실 "빚 갚느라 허리 휘청, 집 가진 거지가 딱 내 신세"

 

30대 초반의 미혼 직장인 박모 씨는 코로나19 펜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부동산 대박의 부푼 꿈을 안고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아파트 한 호실을 매입했다. 1·2금융권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통해 5억원을 조달했고 나머지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다. 5억원이라는 거액의 빚을 지는 결정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하루가 다르게 부동산 가격이 올랐고 주변 사람들도 집 살 궁리뿐이었기 때문에 전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 빚을 내거나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한 이들의 고충과는 별개로,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부동산만이 가장 확실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실정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오피스 밀집 지역 인근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그로부터 약 5년여가 흐른 현재, 박 씨는 당시의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30년 만기로 돈을 빌려 금리 재산정을 거친 끝에 현재 원리금·이자를 합쳐 월 200만원 가량을 꼬박꼬박 갚고 있다. 그의 현재 월 수입이 실수령액 기준 약 400만원이 조금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 월 수입의 절반을 빚 갚는데 쓰는 셈이다. 여기에 관리비나 공과금, 보험금 등을 납부하고 나면 매 월 쓸 수 있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다. 경조사나 집안 행사라도 있는 달에는 그 마저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집을 산 이후로 박 씨는 취미 생활은 물론 여행다운 여행을 단 한 번도 간 적 없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도 술은커녕 밥 한 끼 사는 것도 부담되다 보니 만남 자체를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다. 내 집을 마련하면 곧장 연애를 시작해 결혼까지 할 생각이었지만 그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당장 데이트 비용이 부담되다 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도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매 주 소개팅 자리가 끊이지 않았던 과거와는 딴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상적인 삶이라고 하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부동산 시세가 올라 부럽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이다. 시세차익도 부동산을 팔아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지 팔기 전에는 체감조차 하지 못한다. 파는 것도 문제다. 주변 시세가 전부 오른 탓에 집을 팔더라도 마땅히 다시 살 수가 없다. 결국 몇 년 동안 고생만 하고 다시 무주택자가 되는 것이다. 박 씨는 "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표현하자면 '집 가진 거지'가 가장 어울린다"고 토로했다.

 

▲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33% 상승하며 전월(0.21%) 대비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30대 중반의 기혼 직장인 김모 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지난 2022년 주변에서 "지금 집을 사면 무조건 돈 벌고, 안사면 무조선 손해"라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내 집을 마련했다. 당시만 해도 내 집이 생겼다는 안도감에 앞으로 아이도 낳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월 수입의 거의 절반 이상이 이자와 원리금, 공과금으로 나갔고 매 년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까지 부담하다 보니 오히려 삶의 질은 반전세를 살던 시절보다 열악했다.

 

김 씨는 "집을 사고 나서 생활이 더욱 열악해졌다"며 "원리금에 이자를 내고 양가 집안 경조사비, 세금, 생활비, 교통비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정말 회사·집 빼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흔히들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면 돈을 번 줄 아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며 "집을 팔 때나 돈을 만질 수 있지 사는 동안은 전혀 체감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설령 집을 판다고 해도 이미 주변 집값까지 전부 올라 그 집을 팔아도 다시 집을 사면 시세차익은 꿈도 못 꾼다"고 강조했다.

 

빚투·영끌족 후회와 별개로 여전히 부동산 불패 인식 팽배…"부동산 빚투의 실상 이해해야"

 

빚투·영끌로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의 고충과는 별개로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무조건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를 보면 매매와 전세 등 주택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국 기준 115.9를 기록했다. 지역 별로는 수도권 127.4, 비수도권 108.8 등이었다.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0~200의 값으로 표현되는데,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월에 비해 가격상승 및 거래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수가 115를 넘으면 상승 국면으로 분류된다.

 

▲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 투자 불패'라는 인식에 기반한 무분별한 매수세에 있는 만큼, 빚투·영끌을 통한 부동산 매입의 실상이 제대로 알려질 경우 과열된 매수 심리가 일정 부분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강남 일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상승 전망은 실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집값이 그 증거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6년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33% 올라 전월(0.2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1.03% 오르며 올해 상반기 누적 상승률 4.52%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34%) 대비 약 1.9배 높은 수치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전월 대비 1.21% 오르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가계대출 상황도 심상치 않다. 올해만 해도 이제 갓 절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가계 대출 여력은 턱 끝까지 찬 상태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잔액은 648조3607억원에 달했다. 전년 말 대비 3조3846억원 늘어난 수치다. 각 시중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 목표치 총액(약 4조3400억원)의 78% 수준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 '부동산 투자불패'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무분별한 매입 러시에 있는 만큼 빚투·영끌 부동산 매입의 실상만 제대로 알려져도 폭발적인 매수세가 어느 정도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면서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사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지만, 실제 주택 보유자는 원리금 상환과 세금·관리비 등 상당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며 "가계의 현금흐름과 소득 대비 부채 부담,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져 매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투자의 수익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비용과 위험까지 충분히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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