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에겐 26년 7월은 PC를 맞추기 참 고약한 시기다. 현장에서는 메모리와 SSD 가격은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밀려 고무줄 마냥 부르는게 가격인 그야말로 싯가로 팔리고 있고, 그래픽카드도 원하는 성능보다 감당할 수 있는 가격부터 확인하는 게 버릇이 됐다. 이 상황에서 CPU와 메인보드까지 욕심을 내면 견적은 금세 감당가능한 예산을 벗어난다.
하지만 게이머에게 게임은 자존심 같은 것. 당연히 내키지 않지만 포기하는 건 계획에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발상을 바꿔야 한다. 사고 싶었던 부품을 레고마냥 텀을 두고 하나하나 수집하는 오랜 고행길을 선택하느니, 정해진 예산 안에서 체감 경험을 가장 확실히 안기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가령 CPU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그래픽카드 같은 여타 필수 부품에 힘을 싣는 방식이다.
그리고 답은 우리가 외면했던 낯선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라이젠 5 PRO 7645다. 라이젠인데 그것도 PRO 시리즈다.
기업용 PC에나 들어갈 법한 프로세서로 게이밍 PC를 만든다는 발상이 먼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하지만 안 될 이유도 없다. 업무용과 게이밍용의 구분은 그간 모델명을 기준삼았으나,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이제는 실질 체감 성능을 기준삼아 선회하는 것이 유력해졌다. 즉, 가격만 괜찮다면 PRO도 훌륭한 게이밍 CPU가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가격이 곧 구매를 가능케 하는 합리적인 명분이다.
1. 라이젠 PRO에서 게임을 즐기다
라이젠 5 PRO 7645는 Zen 4 아키텍처 기반 AM5 데스크톱 프로세서다. 6코어 12스레드로 작동하며 기본 클럭 3.8GHz, 최대 부스트 클럭 5.1GHz로 구동한다. 내장한 L2 캐시는 6MB, L3 캐시는 32MB다. TDP는 저전력이라 봐도 무방한 65W이며 DDR5 메모리와 PCIe 5.0을 지원한다. 간단한 화면 출력과 장애 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2CU 라데온 내장 그래픽도 갖추고 있다.
먼저 시피유에 PRO가 붙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 프로는 성능 보다 관리와 보안과 밀접하다. AMD PRO 기술은 메모리 암호화와 보안 기능, 기업 환경에서 필요한 원격 관리 기반을 제공한다. AMD Memory Guard는 시스템 메모리 전체를 암호화하며, DASH 기반 관리 기능은 기업이 여러 PC를 원격으로 점검하고 유지하는 데 쓰인다. 일부 기능은 완제품 제조사의 BIOS와 시스템 설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보니 가정용 게이밍 PC에서 열거한 기능이 필요치 않다. 사용 안할거면 가볍게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 게이머게 관심가져야 할 부분은 PRO라는 네이밍에 가려진 체급이다. Zen 4 기반 6코어 12스레드와 최대 5.1GHz는 게임과 웹 브라우저, 음성 채팅, 영상 재생, 스트리밍 보조 작업을 함께 처리하기에 절대 부족하지 않다. 심지어 전력소모량도 65W TDP에 불과하기에 수냉 조합이 불필요하고, 전원 공급 부담도 없다.
다만 일반 라이젠과 다른 제약은 있다. 라이젠 5 PRO 7645는 배수 오버클럭과 PBO, 커브 옵티마이저, AMD EXPO 메모리 오버클럭을 지원하지 않는다. 재미로 즐길 수 있는 튜닝 보다 정해진 조건으로의 안정적인 구동에 무게를 오버클럭을 즐기는 사용자에게는 맞지 않는 시피유다. 반대로 조립한 뒤 별다른 튜닝 안하고 사용할 보편적인 사용자의 게이밍 PC라면 전혀 괘념치 않아도 되는 부분. 사실 거의 90% 이상의 사용자는 튜닝에 감흥이 없다.
2. 30만원 중반 CPU, 왜 다시 6코어인가
30만원 중반이면 8코어 이상 제품도 레이더 망에 들어온다. 코어가 많을수록 좋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이밍 PC에서 예산 배분은 CPU로 끝나지 않는다. CPU에 더 지출한 만큼 그래픽카드 예산은 줄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게임 성능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 구분 | AMD 라이젠 5 PRO 7645 |
|---|---|
| 아키텍처 | Zen 4 |
| 코드명 | Raphael |
| 소켓 | AM5 |
| 제조공정 | CPU 5nm · I/O 다이 6nm |
| 코어·스레드 | 6코어 12스레드 |
| 클럭 | 3.8GHz ~ 5.1GHz |
| L1 + L2 + L3 캐시 | 384KB + 6MB + 32MB |
| TDP | 65W |
| 메모리 | DDR5-5200 · 듀얼채널 |
| PCIe | PCIe 5.0 · 전체 28레인·사용 가능 24레인 |
| 내장 그래픽 | AMD 라데온 그래픽 · 2CU · 최대 2.2GHz |
6코어 12스레드는 데스크톱 게이밍 PC에서 가장 범용적인 구성이다. 최근 게임은 4코어보다 많은 연산 자원을 활용하지만 모든 게임이 8코어와 12코어를 같은 비율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주요 명령과 드로콜, 물리 연산은 여전히 일부 코어에 집중된다. 복수 코어가 모든 활용성에서 100% 유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라이젠 5 PRO 7645는 최대 5.1GHz와 32MB L3 캐시를 갖췄다. 6코어라는 이유만으로 보급형 CPU로 분류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게임을 실행하면서 디스코드와 웹 브라우저, 녹화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최대 12개 스레드가 작업을 나눠 명령을 수행한다. 물론 고해상도 영상 편집과 3D 렌더링, 대규모 압축, 여러 가상머신을 동시에 운용한다면 8코어 이상이 유리하다.
그럼에도 라이젠 5 PRO 7645를 선택할 명분은 모든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목적 보다는 게임에 필요한 CPU 성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남은 비용을 그래픽카드에 배분해 PC 한대를 가성비 있게 조립하는 데 있다. 이 경우 라이젠 5 PRO 7645는 라데온 RX 9060과 만났을 때 비로소 조합의 목적이 선명해진다.
3. 어떠한 조합? 메인보드는 B650, 그래픽은 RX 9060
시피유를 선택했다면 다음 관건은 어떠한 하드웨어 조합에 달렸다.
메인보드는 A620부터 B650·B650E, B840·B850, X670·X670E, X870·X870E까지 칩셋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예산에 제한이 없다면 비싼 플래그십을 사도 되지만 그게 아닌 한 가장 현실적인 조합은 B650이다. 그래픽카드와 NVMe SSD를 사용하기에 충분한 확장성을 갖추고, 제품에 따라 2.5GbE 유선 네트워크와 Wi-Fi, 여러 개의 M.2 슬롯도 확보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AM5 소켓 메인보드 가운데 유통량과 선택지가 많아 가격을 조절하기도 쉽다.
예산을 더 낮춰야 한다면 A620까지 눈을 낮추면 된다. CPU 오버클럭을 지원하지 않는 PRO 7645의 특성을 고려하면 A620의 기능 제약이 오히려 제격이다. 다만 전원부 방열판과 M.2 슬롯 수, USB 구성, 네트워크 사양이 부족할 수 있다. 물론 향후 상위 AM5 프로세서로 교체할 계획이라면 B650이나 B850으로는 가야 한다. 더구나 AM5 소켓은 2029년까지 신규 프로세서 지원이 예정됐다. 지금은 6코어 PRO 7645로 시작하고, CPU 성능이 부족해지는 시점에 후속 프로세서로 교체할 수 있다
플래그십 X870E 같은 칩셋 메인보드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CPU에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조합에 고가 메인보드를 넣으면 명문이 한없이 흐려진다. 안될것도 없지만 굳이 무리해가면서 구매할 필요는 없다. '난 플래그십 이어야 햇!' 이라는 경우가 아닌한!
어울리는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X 9060이다. RX 9060은 RDNA 4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28개 컴퓨트 유닛과 1,792개 스트림 프로세서, 56개 AI 가속기를 갖췄다. 게임 클럭은 2.4GHz, 부스트 클럭은 최대 2.99GHz다. 8GB GDDR6 메모리와 128비트 인터페이스, 32MB 인피니티 캐시를 사용하며 메모리 대역폭은 최대 288GB/s다.
전력도 부담없다. TBP는 132W이며 AMD 권장 파워서플라이는 450W다. 1개의 8핀 보조전원을 사용해 600~700W급 정격 파워서플라이로도 여유 있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구태여 고용량 전원공급장치 구매에 비용을 추가할 필요가 적다. 단, 권장 해상도는 FHD(1080P) 수준.
더욱이 라데온 RX 9060은 완제품과 시스템 통합 업체(SI)에서 선호하는 모델이다. 이는 품질에 검증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라이젠 5 PRO 7645도 기업용과 완제품 시장에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제품의 조합은 애초에 품질에 의구심이 해소된 검증된 공식이다.
물론 그래픽 기준에서 엔비디아 제품의 선호 현상도 무시못한다. 엔비디아 지포스는 레이트레이싱과 AI 업스케일링, 콘텐츠 제작 소프트웨어 지원에서 강점이 있다. 특정 기능이나 CUDA가 필요하다면 지포스를 고르는 편이 맞다. 라데온을 선택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장점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RX 9060을 선택하는 이유는 같은 예산에서 확보하는 기본 게임 성능과 시스템 비용이다. RDNA 4는 이전 세대보다 레이트레이싱과 AI 연산 성능을 개선했고 FSR Redstone, Fluid Motion Frames, Radeon Super Resolution, Anti-Lag 2를 지원한다. 게임이 FSR을 지원하면 업스케일링으로 프레임을 높일 수 있고, AFMF는 드라이버 단계에서 프레임 생성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라이젠 CPU와 라데온 GPU를 함께 사용하면 Smart Access Memory도 적용할 수 있다. CPU가 그래픽 메모리 전체 영역에 접근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능이다. 게임마다 차이는 있지만 추가 비용 없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은 가성비 조합에서 더욱 강점요인이다. 더 현실적인 장점은 전력과 냉각이다. 65W CPU와 132W GPU의 조합은 시스템 전체 발열을 낮추고, 보급형 공랭 쿨러와 합리적인 용량의 파워서플라이에서 문제 없이 돌아간다.
4. 실증테스트
◆ 테스트 환경(시스템 구성)
① CPU - 라이젠 5 PRO 7645
② M/B - ASRock B650M Pro X3D 대원씨티에스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5600 CL46 대원씨티에스 32GB (16GB x 2ea)
④ SSD - 마이크론 Crucial P510 Gen5 NVMe 2TB SSD 대원
⑤ VGA - AMD 라데온 9060
⑥ 쿨러 - 공랭 히트파이프 + 듀얼타워형 TDP 280W
⑦ PSU - 마이크로닉스 WIZMAX S-EVO 700W ETA실버 풀모듈러 ATX 3.1
⑧ OS - Windows 11 Pro 23H2
5. 살 수 있는 것에서 만족을 끌어내다
사실 라이젠 5 PRO 7645와 라데온 RX 9060은 누구나 선망하는 조합은 아니다. 최신 플래그십도 아니고 스펙표에서 가장 화려한 부품도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PC 부품 가격이 모두 오른 딱 지금같은 시점에는 낯선 조합이 새로운 답이 될 수 있다.
6코어 12스레드와 최대 5.1GHz는 게임을 구동하기에 충분하고, 65W TDP는 냉각도 부담없다. RX 9060은 FHD 게임에 필요한 성능에 충분하면서 132W의 낮은 전력으로 구동한다. 따라서 가성비로 인정받는 B650 메인보드와 낮은 가격대의 600~700W급 정격 파워서플라이로 구성하면 균형 잡힌 게이밍 PC가 부담없이 완성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었던 부품만 장바구니에 담아두는게 우리의 본능이다. 그렇기에 예산은 항시 부족하다. 지금은 살 수 있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의 만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게이밍 PC를 합리적인 가격에 맞추려는 사용자에게 소개한 것 보다 더 비싼 부품을 억지로 담아 무려 무이자 12개월 할부라는 무리수를 둬가면서 사들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가성비 조합은 늘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뿐. 단지 이름 때문에 지나쳤던 PRO CPU와 보급형 라데온을 나란히 놓자 그럴싸한 답이 완성돘다. 지금 살 수 있는 PC에서 최대한의 게임 성능을 원한다면, 라이젠 5 PRO 7645와 RX 9060 조합은 충분히 사야 할 명분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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