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투데이=장효남 기자] 국가 재정이 매년 6,000억 원 규모로 투입되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이 복잡한 유통단계와 농협의 기능 한계, 산지 스마트화 지연 등으로 인해 유통비용을 낮추는 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국회의 공식 평가가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14년 44.8%에서 2024년 49.2%로 오히려 상승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의 절반 가까이가 유통 마진으로 사라지는 구조적 한계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사진)는 유통 혁신의 출발점인 산지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확충과 스마트화를 추진해왔으나, 국내 원예농산물 생산액 대비 전국 APC의 유통 비중은 최근 4년간 29% 수준에 정체되어 있다. 특히 2025년 기준 스마트 APC는 60개에 불과하며, 전체 APC의 86.3%가 단순 수작업이나 부문별 정보 관리만 가능한 ‘Level 1’ 이하의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수급조절과 산지 교섭력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계약재배 비중 역시 20% 미만에 그쳐 가격 급등락을 완화하는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매 단계에서는 기존 공영도매시장의 독점적 수익 구조와 새로 도입된 온라인도매시장의 부실한 내실 관리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가락시장 청과부류 5개 도매시장법인의 최근 5년간(2020~2024) 평균 영업이익률은 23%대를 유지했고, 순이익률은 2024년 20.5%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정가·수의매매 거래실적은 오히려 감소해 경매제 중심의 가격 급등락 폐해가 반복되고 있으며, 도매법인의 막대한 수익이 공공성 강화나 생산자 지원으로 환류되는 구조도 미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디지털 유통 혁신의 핵심으로 꼽히는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2026년 관련 예산 1,304억 원)의 경우 외형적 거래액은 2025년 기준 1조 2,365억 원을 기록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보였으나, 내부 실태는 ‘착시’에 가까웠다. 최근 2년간 정부 지원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결제자금 지원금액의 무려 54.2%가 대표자 동일·특수관계 간 거래 등 ‘특이거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융자 의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유통단계 축소라는 취지와 무관한 내부 거래를 발생시켜 정책 효과를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소매 단계와 유통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농협의 기능적 한계도 유통 효율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농협은 산지 유통에서 56%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도매(34%), 소매(15%) 단계로 갈수록 참여율이 급감해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계통출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매 유통자회사의 농축산물 소매액 달성률은 목표 대비 65.91%에 불과하며 지속적인 적자로 전체 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산지·도매가격이 하락해도 소매 가격에는 즉각 반영되지 않는 ‘가격 등락 비대칭성’ 탓에 가구의 94.1%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등 소비자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단순히 시설을 늘리거나 단기적인 거래액 지표를 확대하는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정처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의 전 과정 물류정보 표준화와 실시간 연계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밝히며, 특히 온라인도매시장의 성과 평가 체계 법제화 및 농협의 공익적 역할 재정립 등 사후 사후관리와 환류 체계를 대폭 강화해 유통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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