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가가 여전히 3%대로 우리의 잠재성장률이나 물가안정 목표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마저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최근 높았던 원·달러 환율도 이를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
다만 한국은행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2.75%로 올리면서 미국의 실효 연방기금금리와의 격차는 1%포인트 이내로 좁혀졌습니다. 금리차만으로 환율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시장 상황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한두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눈치를 보며 ‘찔끔’ 올리다가 미국 상황이 급변하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했던 2022~2023년 경험이 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있을 기준금리 인상 상황에 얼마만큼 대비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물가를 비롯해 자산가격의 열기가 식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까지 식으면서 위기 차주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 우리 예상보다 더 오를 수도...
우선 시장금리 상황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시장금리는 채권 딜러나 투자자들이 거래하면서 형성하는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집단지성의 장’이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습니다.
채권 시장에 형성된 금리는 채권 투자의 향방을 가르는 인플레이션 상황과 장기 경제성장 전망,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습니다. 경제위기 등의 외부 영향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도 이곳 채권시장입니다.
16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1년물은 3.6% 후반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방향성은 bp 단위에서 아래쪽을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시장이 물가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시장은 당분간 높은 금리가 유지되거나 추가 인상이 있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
특히 향후 기준금리 향방을 가늠하는 채권 금리가 3%대 후반을 가리키는 데는 우리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하며 전월 수준인 3.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2025년 물가상승률이 2.1%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된 것은 맞습니다.
미국 상황은 어떨까요. 현재 미국의 실효 연방기금금리는 약 3.63%이지만 연방준비제도의 단기 정책금리 경로를 반영하는 미국 국채 2년물은 4.18% 선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현재 정책금리보다 높다는 것은 시장이 조기 금리 인하보다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격차만으로 연준이 실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채 금리에는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국채 수급과 재정적자, 기간 프리미엄 등도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 모를까, 중동사태에 따른 국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과 이란 간 중동전쟁이 본격적으로 재개된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파급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도 고환율·고물가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집니다.
결론적으로 경기와 금융시장 지표는 추가적인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가리킵니다. 심상치 않은 국제 정세는 자칫 급박한 상승을 부추길 동력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린 ‘급박한’ 금리 인상 경험이 이미 있다
어제 내린 눈처럼 잊혔지만 우리는 금리 인상 상황을 압축적으로 겪었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 초까지의 급박한 금리 인상기와 이후 이어진 고금리 유지 국면입니다.
2021년 8월 한국은행은 물가와 가계부채, 자산가격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장차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다만 국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로 그 상승 폭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지금 시점과 비슷해 보입니다.
문제는 이후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의 바람’을 뛰어넘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3월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연준은 자이언트스텝으로 불리는 0.75%포인트 인상을 수차례 밟았습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쫓아가야 했던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8월 0.5%에서 2023년 1월 3.5%까지 약 1년 5개월 만에 3%포인트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시대 0%대 초저금리에 취해 있던 가계와 기업에는 금리 인상 충격과 함께 경기 악화 충격까지 왔습니다. 증시가 가라앉은 것은 물론입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즉각적으로 올라갔습니다.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추가 대출을 얻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게 되면서 각 가계의 개인들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이 겹치면서 2022년 이후 개인과 법인의 회생 신청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회생 신청 증가를 금리 하나만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금리 부담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급기야 2025년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증시는 2000대 중후반 박스권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게 불과 1년여 전의 상황입니다.
문제는 우리 나름대로 ‘대비’를 한다고 해도 큰형님인 미국이 2022~2023년처럼 움직이면 별 소용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완만해지고 금리 인상 폭이 우리의 예상보다 낮아지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초고령사회, 반감되는 정부 대응 카드
더 큰 문제는 경기 악화 때 정부가 꺼낼 카드의 효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기가 하강할 때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재난지원금 등을 지원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내수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분명히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효과성이 의심된다는 점입니다.
여러 실증연구를 보면 재정승수는 경기 상황과 지출 방식, 금리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과거 저물가·고성장기보다 최근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작아졌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같은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도 과거와 같은 성장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는 소득 개선 효과도 예전만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구의 고령화도 이를 부추깁니다. 바꿔 말하면 경제활동인구의 수 내지 비율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소득 활동인구가 줄어들면 내수 성장도 둔화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미 여러 연구자료에서 학술적으로 많이 다뤄진 과제입니다.
더욱이 기준금리 수준이 비교적 낮고 경제의 공급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추경은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큽니다.
지난 4월 저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소규모 상가 공실률에 추경이 얼마만큼 효과를 주는지를 이벤트스터디 방식으로 측정해 본 적이 있습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낮아지면 골목상권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제로 상관성을 보려고 했던 것이죠. <추경은 앞으로도 유효할까[김유성의 통캐스트]>
|
코로나19 이전에는 그 효과성이 좀 더 장기적이었고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효과성은 줄어들고 물가 자극 정도는 높아지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 분석만으로 추경이 공실률이나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리와 경기, 코로나19 등 다른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추경이 물가를 어느 정도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습니다.
◇퍼스트 무버가 된 K경제
어쩌면 한국이 처한 상황은 옆 나라 일본도 똑같은 형태로 겪어보지 못한, 세계적으로도 드문 상황일 수 있습니다. 빠른 고령화에 고물가와 고금리 문제가 겹친 것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 특히 초기 케인스주의 경제학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고전학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경제학이 정립되던 시기에는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수요 부진이 지금처럼 중요한 전제로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후 생애주기 모형과 중첩세대 모형 등을 통해 고령화에 대한 연구가 축적됐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고령화와 높은 가계부채, 고물가·고금리 위험이 동시에 겹친 지금의 한국 경제를 기존 이론만으로 온전히 설명하기는 부족해 보입니다. 뭔가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그 예가 되겠죠)
한국의 민주주의인 ‘빛의 혁명’과 문화산업인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부터는 K경제가 주목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성공한다면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겪어보지 못한 길을 우리 경제와 정부가 걷게 됐습니다.
추경은>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