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 e-스쿨' 5년새 1천명 돌파…지리적 한계 넘어 인적 역량 강화 거점으로
한국어문화학과장 "순수한 열망이 기회 만나…아이들의 내일이 바뀌었다"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가장 놀라운 변화를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희망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후에외국어대학교(HUFLIS) 한국어문화학과는 대한민국이 인적 역량 강화 지원을 통해 현지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노이나 호찌민 같은 대도시와 달리 한인 사회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소도시 후에에서 학생들은 일상에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6년 시작된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의 파트너십은 이 지역에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KF가 주최한 '글로벌 e-스쿨 한국어 교원 초청 연수' 참석차 최근 방한한 딘 티투히엔 후에외대 한국어문화학과장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세계 한국어 교육자 통합연수' 개막식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그간의 성과를 전했다.
2008년 설립돼 18년 역사를 자랑하는 후에외대 한국어문화학과는 누적 졸업생이 2천명을 넘는다. 현재 750명의 전공생(부전공 포함 1천200명)이 재학 중이며, 한국어·한국학 온라인 강좌인 KF의 글로벌 e-스쿨에는 2022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딘 학과장은 "학생들은 한류를 통해 한국어를 접하고 꿈을 키우지만, 대도시로 유학 갈 수 없는 경제적 한계를 지닌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리적·경제적 장벽을 허무는 데 KF 글로벌 e-스쿨 사업이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사업은 한국 대학들이 해외 대학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정규 강좌를 제공해 교육 수요와 전문 교수진 수급 간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남대, 사이버한국외대, 서강대 등은 실용 회화, 통번역 입문 등 심화 강의를 제공해왔다.
해외 대학은 이 강좌를 학사나 석사 과정의 일반교양이나 전공 필수 학점으로 인정해 정규 커리큘럼으로 운영하고 있다. KF는 국내외 대학 간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강의 사례비와 행정 인건비 등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한다.
수강생 1천명을 넘어선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현지 유학과 유사한 수준의 교육을 누리게 됐다. 딘 학과장은 "한국 교수님의 강의와 현지 교원의 상호작용이 결합한 파트너십 덕분에 진짜 배움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지 교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대부분 박사 학위 취득 전 단계인 현지 교원 10명이 많은 학생을 가르쳐야 해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KF의 객원 교수 파견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가 됐다.
딘 학과장은 "한국 파견 교수가 밤늦게까지 현지 교원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고, 이는 젊은 교원들에게 살아있는 연수가 됐다"며 양국 교수진이 논문 3편을 학계에 공동 발표하고, 베트남 가이드를 위한 한국어 전공 교재 2권을 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베트남 현지 교원들은 전문성을 키우며 더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교원이 성장하자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작은 지방 도시의 강의실에서 피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e-스쿨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교실 밖 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KF가 주관하고 기아(KIA)가 후원해 2023년부터 열린 '베트남 중부 K-한국어 문화 대축제'는 학생들과 대학 본부가 주도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슬로건 선정부터 연극, 드라마 더빙까지 학생들이 기획한 이 축제는 후에외대를 비롯해 다낭외대, 동아대 등 중부 5개 대학이 참여하는 교류의 장으로 발전했다. 딘 학과장은 "학생들이 협업 능력과 창의력, 자신감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교육이 만든 성과는 현업에 진출한 졸업생들의 행보로도 증명되고 있다. 우수 인재 2천여명은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외교 기관, 통번역 분야 등 양국 교류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부는 서울대 석사 과정에 진학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딘 학과장은 소수민족 출신으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제자가 한국 기업의 현지 팀장으로 성장해 "선생님, 이제 제 가족을 든든하게 부양할 수 있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찾아온 일화를 들려주며 "강단에서 보낸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새로운 10년을 향한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현지 교원들의 박사 학위 취득 지원, 5개 대학 네트워크를 활용한 베트남 중부 한국어 교육 거점 확보, 더 많은 성장 기회 제공 등 3가지가 딘 학과장이 구상하는 청사진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형편이 어려워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반드시 기회는 온다"며 "한국 정부에서도 KF가 안정적으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과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KF는 여권 발급에 따른 기여금을 주된 재원(약 96%)으로 활용해 공공외교 등 각종 교류사업을 펼쳐왔다. 2024년 7월 정부의 부담금 개편으로 여권 발급 기여금이 3천원 인하되면서 수입이 감소해 지난 2년간 사업비가 30% 삭감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딘 학과장은 "누군가가 '후에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KF 글로벌 e-스쿨이 가장 열심히 빛나는 곳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후에는 여전히 한인타운 없는 조용한 도시이지만,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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