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HMM이 고부가가치 화물로 꼽히는 신선화물 운송을 확장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고도화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콜드체인 역량을 바탕으로 항공 운송에 의존하던 냉장·냉동 화물 운송 수요를 흡수하고, 거점 항만과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허브 앤 스포크’ 전략을 통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HMM에 따르면, 오렌지 수입 물량 감소에도 국내 운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해운조사기관 JOC의 ‘피어스 데이터(Piers Data)’에 따르면 올해 한국으로 수입된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중 42%(3060TEU)를 HMM이 운송했다. 2023년 시장점유율 25%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1위다.
오렌지 운송은 단순한 화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렌지와 같은 신선식품 화물은 냉장·냉동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인 ‘리퍼 컨테이너’로 운송된다. 장거리 운송에서 품질 변수를 줄이는 것이 신선화물의 경쟁력인 만큼 콜드체인 관리 역량이 중요하다. 오렌지 운송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신선화물 관리·운송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비결은 IoT 기술이다. HMM은 약 9년간 리퍼 컨테이너에 IoT 기술을 접목하며 역량을 쌓았다. 각종 센서를 기반으로 리퍼 컨테이너의 위치와 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관리 체계다. 이전에는 선원들이 수시로 냉장 상태나 전원 이상 유무 등을 확인해야 했지만 IoT 기술을 접목하면서 관리 효율과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HMM은 2017년 IoT 기술 시범 사업을 시작해 경제성과 효율을 입증하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리퍼 컨테이너에 설비를 도입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리퍼 컨테이너에 IoT 기술을 적용한 상태다. 나아가 리퍼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미국 워싱턴의 체리 등 항공으로 운송되던 고가의 화물을 해상 운송 시장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국제 화물 수송량 중 99.7%는 해운이 담당한다. 항공의 점유율은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항공은 귀금속·전자기기·신선 식품·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화물을 주로 운송한다. 업계에서는 해운 화물과 항공 화물의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에도 화물 자체의 총 가치는 비슷하다고 평가한다.
이는 항공 운송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지표지만 해상 운송의 중요성을 방증하기도 한다. 해운사가 다양한 화물을 저렴하게 운송하지 않으면 무역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HMM은 항공 운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고가의 화물을 해상으로 안전하게 운송하며 국내 화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식품·화장품·어류·꽃·와인 등 냉장·냉동이 필수적인 다양한 화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HMM 관계자는 “리퍼 컨테이너 운송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품목이 다양화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라며 “신규 고부가가치 시장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MM의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도 서비스 영토 확장의 핵심이다. 허브 앤 스포크는 대형선이 중심 항만을 오가고, 중소형선이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 해운 네트워크 전략이다. 육상으로 따지면 대형선은 지하철, 중소형선은 버스로 비교할 수 있다. 중심 거점은 지하철로 이동하고, 남은 거리는 버스로 갈아타는 것과 비슷하다.
HMM이 운용하는 대형선박은 크기가 300~400m에 달한다. 선복량이 많은 대신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많지 않아 주로 글로벌 거점 항만 위주로 화물을 운송했다. 허브 앤 스포크는 거점 항만에서 중소형 피더선(Feeder Ship)을 연결해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항만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다. 국가 간 수송과 지역 간 수송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셈이다.
HMM은 지난 7일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첫 번째 서비스인 유럽-서아프리카 노선의 출항을 알렸다. 원양 항로인 FIM(극동-인도-지중해) 노선의 주요 기항지인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중심으로 서아프리카의 주요 항만을 연결한다.
HMM은 서아프리카 지선망을 통해 국내산 소형 고등어 수출 물량을 운송하고 있다. 소형 고등어는 국내에서는 선호도가 낮지만 통째로 생선을 요리하는 아프리카 식문화에 적합하다. 북유럽산 대비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 콜드체인 역량과 지선망 확충을 통해 신규 무역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HMM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대형선과 피더선 연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선대 및 네트워크 확장, 친환경 선박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선사로의 도약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