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당원 중심 정당'이라는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최근 비당권파 인사들이 잇따라 시·도당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이를 견제하려는 권력 재편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부산에서는 개혁 성향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이, 울산에서는 같은 모임 소속인 서범수 의원이 각각 차기 시당위원장으로 사실상 정리됐다. 경남 역시 박상웅 의원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PK 지역에서 비당권 성향 인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대표와 가까운 김민수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도당위원장을 당협위원장이 아닌 전 당원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며 선출 방식 변경을 공식 제안했다. 장 대표 역시 최근 “당원 중심 정당”을 거듭 강조하며 전 당원 투표 방식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명분은 분명하다. 당협위원장들의 사전 합의나 추대 관행을 줄이고 일반 당원의 참여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폐쇄적인 인선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 자체는 당내에서도 공감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논란은 ‘왜 지금이냐’는 데서 시작된다.
이미 상당수 시·도에서는 현역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간 협의를 통해 차기 위원장 인선이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특히 울산의 경우 지역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모두 서범수 의원 추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점에서 선출 방식을 전면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당내에서는 “제도를 바꾸려는 것인지, 결과를 바꾸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쟁을 단순한 선거 방식 문제가 아닌 당내 권력 구도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6·3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는 당내 책임론과 사퇴 요구에 직면해 있다. 원내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는 반면, 강성 당원층과 원외 조직에서는 여전히 일정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 대표가 최근 연일 강조하는 ‘당원 중심 정당’ 역시 원외 당원 조직을 기반으로 당내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반면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우리 당명은 국민의힘”이라며 “당원이 주인이라는 말이 국민을 소외시키는 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정점식 원내대표 역시 최근 “공당은 국민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당내에서는 ‘당원 중심 정당’과 ‘국민 중심 정당’을 둘러싼 노선 차이도 점차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정치권에서는 시·도당위원장 선출 방식 개편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의원들끼리 사전에 조율해 추대하는 기존 방식이 당원 참여를 제한해 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 개편은 특정 인선 결과가 나온 뒤가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차기 선거부터 일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룰의 내용보다 룰을 적용하는 시점”이라며 “경기가 시작된 뒤 규칙을 바꾸면 개혁이 아니라 결과를 바꾸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이번 논쟁은 단순한 시·도당위원장 선출을 넘어 향후 전당대회와 공천권, 나아가 당의 운영 철학까지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당분간 계파 간 공방은 더욱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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