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설명 자료에서 이 사건을 두고 "경찰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자평한 것으로 나타났다. MBC는 경찰청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낸 장윤기 사건 수사 경과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16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증거 인멸 의혹과 관련해 상급 기관인 광주경찰청이 사후 점검 과정에서 케이블타이 미압수 등을 확인하고 수사팀에 대한 수사와 감찰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오히려 경찰의 자정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의 핵심 증거 인멸 정황을 두고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유착 의혹이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 비위라고 선을 그었다. 보고서에서 경찰은 설령 부친의 증거 인멸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개인 비위이며 사건 보완수사의 필요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고 MBC는 전했다.
다만 경찰은 장윤기가 재판 과정에서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인정했고 당시 수사팀장이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된 만큼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유착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 수사팀의 증거 인멸 정황이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사건을 자정 사례로 규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 누리꾼들은 "제 식구 감싸기와 은폐 능력을 보여준 사례가 아니냐", "은폐하려다 들킨 것을 스스로 바로잡은 것처럼 포장한다", "무슨 낯으로 자정 능력을 말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조직적 은폐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개인 비위로 선을 그은 데 대해 "뻔뻔하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수사권 문제와 연결 짓는 목소리도 많았다. 일부 누리꾼이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게 수사권을 모두 넘겨서는 안 된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친족이 피의자인 사건에 현직 경찰이 개입하는 것을 막을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드러난 사건", "제3의 기관에 의한 상시 감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반응도 다수 공감을 얻었다.
논란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진영 간 대립으로도 번졌다. 검찰개혁을 우선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검찰이 워낙 심각해 먼저 손봐야 하며 경찰의 병폐는 별개로 개혁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에 비하면 경찰은 그나마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도 한다", "특정 사건 하나로 경찰 수사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기보다 정치적 악용을 막을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절충론도 제기됐다.
최근 5년간 수사 정보 유출 비위로 적발된 경찰관은 90명을 넘는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수사 정보 유출 비위로 적발된 경찰은 모두 93명이었다. 이 중 44명은 형사 입건됐다. 93명 가운데 5명은 파면됐고 7명은 해임됐다.
적발 인원은 2021년 18명, 2022년 12명, 2023년 21명, 2024년 12명, 2025년 13명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7명이 적발돼 지난해 연간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반년 만에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적발되면서 수사 정보 유출 비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발 인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형사 입건된 것으로 나타난 점도 사안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경찰이 다른 경찰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한 사례는 2023년 2건, 2024년 1건, 2025년 3건, 2026년 1건으로 집계됐다.
검경은 강간살인 정황이 뚜렷했던 장윤기 사건을 살인으로 송치한 과정에 윗선의 부당 지시가 있었는지, 외압과 금전 거래 여부, 수사 기밀 누설 여부 등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장윤기의 부친 장 모 경감과 수사팀 사이에서는 모두 12차례의 통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수사팀원은 현재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청은 현직이 아닌 경찰관에게 정보를 유출한 현황은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관 본인과 관련된 사건은 제척·회피 통계로 관리하고 있으나, 친족이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인 사건은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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