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길 열린 홈플러스, 잃어버린 납품사 신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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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길 열린 홈플러스, 잃어버린 납품사 신뢰는?

이뉴스투데이 2026-07-16 1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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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2026.07.13. [사진=이뉴스투데이DB]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2026.07.13. [사진=이뉴스투데이DB]

[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극적 타결되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장기간 대금 지급 중단으로 이탈했던 기존 납품사들의 복귀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자금 수혈이 이뤄지더라도 정상 영업에 한계가 불가피한 만큼 이들에 대한 설득이 새로운 선결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MBK와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가 홈플러스에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금융)을 제공하고 MBK 법인과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을 연대보증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날 메리츠 계열사 이사회 의결이 완료되면서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즉시항고하고 절차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67개 점포 운영 중단…재개장 시점은 ‘아직’

홈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운영자금 고갈로 대형마트 67개 점포와 본사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전체 104개 점포 가운데 37개 점포에 대한 폐점 방침을 세운 데 이어 나머지 매장까지 문을 닫으면서 점포 매출을 통한 현금 유입도 끊긴 상황이다.

매장 상품은 거의 소진됐고 전력 공급 문제도 남아 있다.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전력 복구와 시설 점검, 운영인력 재배치를 거쳐야 해 재개장 시점은 불투명하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거의 없어 협력업체와 협의부터 진행해야 한다”며 “고객을 맞기 위한 전반적인 준비가 된 후에야 재개장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금 막힌 납품사 신뢰 회복이 과제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과 시설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본사와 대형마트의 임시 휴업을 결정한 13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6.07.13. [사진=이뉴스투데이DB]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과 시설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본사와 대형마트의 임시 휴업을 결정한 13일 오후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6.07.13. [사진=이뉴스투데이DB]

공급 조건을 다시 협의하려면 납품사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이후 대금 지급이 수개월째 지연되면서 납품업체와의 거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업계에서는 장기간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종전 후정산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본다. 홈플러스가 기존 미정산 대금의 처리 일정과 신규 납품분의 지급 조건을 먼저 제시해야 거래 재개 협의도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0억원은 협력업체와 공급 재개 협상에 나설 시간을 확보하는 최소 운영자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보안·시설관리 등 점포 유지비에 먼저 투입될 전망이어서 미정산 대금 처리와 신규 상품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데도 제약이 크다.

협력업체 복귀가 늦어지면 상품 공백과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긴급자금이 점포 유지비로 빠르게 소진될 우려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과 납품사의 신뢰를 모두 잃은 상태에서 뒤늦게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결정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평가했다.

 


◇회생 믿고 납품 지속…생산·고용 피해 현실화

납품 현장에서는 미정산 피해가 생산과 고용으로 번졌다. 2000년부터 약 26년간 홈플러스와 거래해 온 한국라이스텍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공급을 이어갔다. 홈플러스의 회생을 기대한 데다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거래 중단을 주저하게 했다.

농산물을 미리 수매해 가공하는 업종 특성상 생산 일정을 곧바로 바꿀 수 없었고, 다른 대형마트에는 기존 납품업체가 이미 들어가 있어 물량을 옮길 판로도 마땅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거래 차질이 길어지면서 판매를 예상해 생산한 가공품과 확보한 원료가 재고로 남았다. 한국라이스텍은 생산 규모를 줄이며 약 35명 가운데 10명을 감축했다. 이와 별도로 매장 직원 14명도 홈플러스 처리 방향에 따라 추가 고용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다.

납품을 끊으면 주력 판로를 잃고, 거래를 이어가면 미정산 대금과 재고가 쌓인다. 대체 판로가 제한된 업체는 어느 쪽을 택해도 손실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윤명희 한국라이스텍 대표는 “홈플러스의 회생을 믿고 거래를 끊지 못한 채 납품을 이어왔다”며 “생산해 둔 가공품과 확보한 원료를 소진하지 못하면서 직원 고용까지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0억원은 공급망을 복구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우선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안에 상품 입고와 매출을 되살리지 못하면 긴급자금은 점포 유지비로 소진되고 유동성 위기가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2000억원 조달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점포 유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납품업체가 다시 거래할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고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는 데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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