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쉬어가는 섬 골목마다 새의 사체가 흩어져 있었다. 대충 추려낸 새 사체만 100마리가 넘는다. 구독자 53만여 명을 둔 유튜브 채널 '새덕후(Korean Birder)'를 운영하는 김어진씨가 15일 전남 신안군 홍도의 길고양이 실태를 담은 영상을 올렸다. 홍도는 봄가을 이동 시기에 수많은 철새가 거쳐 가는 대표적인 중간기착지다.

김씨는 고양이 밀도가 높은 홍도에서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양이가 다니는 길목과 사체가 쌓이는 자리를 찾아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발견한 새 사체를 종별로 기록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숲새, 유리딱새, 큰유리새, 힝둥새, 쑥새, 검은머리방울새 등 소형 조류의 사체가 잇따라 발견됐다. 김씨는 주로 땅 위를 걸어 다니는 습성의 새들이 표적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고양이가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사냥하는 것이 아니어서 죽인 새를 먹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사료가 놓인 자리 주변에서 새 사체가 반복적으로 확인됐고, 사람들이 먹이를 주면서 큰 무리가 형성됐다고도 했다.
취재 도중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급'(CR) 단계로 분류한 검은머리촉새의 사체도 발견됐다. 검은머리촉새는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 위기가 큰 종이다. 김씨는 고양이에게 물린 흔적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홍도가 그동안 고양이 관련 민원이 잦았고 중성화 후 방사(TNR)가 오래 시행돼온 곳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TNR이 사람과 고양이의 공존 대책으로 제시돼 왔지만 조류 피해를 막지 못했다면서 외래종인 고양이와 자연 생태계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TNR을 사실상 우선 대책으로 삼아온 동물복지 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 담당 부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생물다양성 담당 부서, 서울시 등을 겨냥해 실태를 직시할 것을 요구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홍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의 섬과 내륙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수거한 사체를 관련 연구기관에 보냈다면서 공식 조사 결과는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영상 공개와 함께 김씨는 무분별한 고양이 먹이 주기를 제한하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고정 댓글에 "'캣맘 금지법' 청원을 진행 중이다. 링크 들어가서 딸깍 동의만 하면 된다. 많은 참여 바란다"라며 청원 링크를 안내했다. 김씨는 영상에서 나흘 만에 2만명이 동의했지만 국회 심사 요건인 5만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청원'은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동의를 받는다. 청원인은 김씨다. 16일 기준 청원에 3만397명이 참여했다.
청원은 도심과 주택가에서 소유자가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 고양이에 대한 무분별한 먹이 제공과 급식시설 설치·방치가 생활환경과 재산권, 공중보건, 생태계 보전에 피해와 갈등을 낳고 있는데도 이를 실효적으로 제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현행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이 급식 장소 선정과 토지 소유자 동의, 위생관리 등을 권고하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다.
청원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며 크게 네 가지 내용을 담았다. 첫째, 소유자 없는 고양이에 대한 무단 먹이 제공과 급식시설 설치·방치를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사유지와 공동주택 공용부분, 공원·하천·녹지, 학교 주변, 자연공원, 야생생물 보호구역 등에서는 토지 소유자나 관리주체,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 없이 먹이를 주거나 급식시설을 두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반 시설에는 철거·수거·원상회복 등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되, 지자체의 공적 관리나 수의학적 치료·긴급구조를 위한 급여는 예외로 두자고 했다.
둘째, 지자체의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운영을 상위법상 법정 요건과 재심사 대상으로 제한하고, 요건을 채우지 못하거나 민원이 반복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폐쇄·철거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셋째, 도심과 주택가의 소유자 없는 고양이를 구조·보호조치 대상에서 포괄적으로 빼지 못하도록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제외 규정을 삭제하고, 소유자 없는 고양이도 포획 후 개체식별장치 확인과 공고, 반환, 입양 등 일반 유실·유기동물 보호관리 절차에 편입하자는 것이다. 다만 보호시설 과부하를 막기 위한 단계적 시행계획을 함께 마련하자고 요구했다.
넷째, 소유자 없는 고양이 관리 정책을 야외 방치와 무단 급식, 방사 중심에서 보호·입양·생활환경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청원은 동물을 굶겨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야외 개체군을 계속 유지하는 구조를 멈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덕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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