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경매로 주택을 매입하려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가 완료된 등기부등본을 요구하며 사실상 경락자금 대출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더리브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우리은행 직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A씨에게 “등기부등본 없이 경락자금 대출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경락자금은 부동산이나 동산 경매에서 낙찰자가 최종적으로 법원에 납부하는 잔금이다.
우선 매수권 있지만 대출에 막힌 A씨
전세사기피해자법에 따라 피해자는 피해주택에 대한 우선 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공매를 통해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매입할 수 있다. 법률상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세 보증금과 피해주택 경락대금 사이에 상계처리를 받을 수 있어 차액을 지급하면 매입이 가능하다. 상계처리는 채권‧채무를 같은 금액 범위에서 서로 소멸시키고 차액만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우선 매수권을 바탕으로 A씨는 상계처리를 통해 피해주택을 큰 부담 없이 낙찰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문제는 우리은행으로부터 질권 설정으로 인해 상계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점이다. 해당 주택은 SGI서울보증보험 대출로 은행 질권이 설정돼 있었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 상품은 별도의 상계처리가 불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주택에 거주 중인 A씨가 하루빨리 피해주택을 매입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며 경락대금 대출을 받으려고 했던 배경이다. 다만 우리은행이 경락대금 대출을 받으려면 경매가 완료된 등기부등본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대출을 거부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은행 제시한 차선책, 여전히 전세사기 피해자엔 부담
우리은행 직원은 경락자금 대출 대신 A씨에게 피해주택을 최대한 싼 가격에 낙찰을 받은 후 기존 전세자금 대출을 ‘특례채무조정’으로 변경해 받는 방법을 소개했다. 내부 규정상 경매 완료 서류 없이 경락대금 대출이 불가하다며 다른 방법을 알려준 셈이다.
특례채무조정은 채무자에게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 조건을 완화하거나 채무를 감면 및 연기해 주는 제도다. 이는 상계처리처럼 매입 비용을 극도로 줄일 순 없지만 서울보증보험 심사를 통해 기존 전세자금 대출의 90%를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대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은행이 제시한 특례채무조정도 낙찰을 받고 난 뒤 경매 완료된 등기부등본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다. 낙찰을 받기 위해 먼저 경락대금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서울보증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출 승인 여부는 불확실하며 대출금 외에 10%는 자부담해야 한다. 즉 특례채무조정은 상계처리와 경락자금대출보다 A씨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더 크다.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특례채무조정이 상계처리와 경락자금 대출보다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이 된다”며 “우리은행이 내부 규정보다 전세사기 특별법 취지에 맞게 질권을 해지해줘서 피해자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질권 행사 판단은 은행 몫
전세사기 피해 건에 대해 서울보증은 질권 행사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즉 질권 행사 여부는 은행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다른 시중은행들은 개별 조건을 검토하기는 해도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에게 경락자금 대출을 내주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은 ‘하나주거상생프로그램’을 통해 경락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1년간 이자도 면제해 준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질권 행사 여부는 은행에서 판단해서 진행하는 것이다”라며 “향후 은행에서 보증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협약상 은행 질권 행사를 안 한 경우 면책사항이다”라고 언급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경락대금 대출은 모든 은행에서 가능하고 담보인정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법적 압류 등 물건지 개별적인 리스크 요인이 있을 경우 심사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경락자금 대출 거부에 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더리브스는 우리은행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신지영 기자 szy0918@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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