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비용은 정말 '반반'이 원칙일까. 온라인에선 ‘5대5’가 상식처럼 통하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데이트 비용 분담 비율을 묻는 글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8대2가 현실에서 흔하다고 하는데 진짜 솔직하게 얼마씩 내는지 적어달라"며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로 서로 부담하느냐"고 물었다. 이 짧은 질문은 이틀 만에 조회수 1만회, 댓글 384개를 기록하며 격론으로 번졌다.
실제 통계를 보면 '기계적 반반'은 오히려 소수다. 소셜 데이팅앱 위피 운영사 엔라이즈가 2030 남녀 회원 14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트 비용 인식조사 결과 1회 데이트 비용으로 '5만~10만원'을 쓴다는 응답이 남성 52.5%, 여성 52.7%로 가장 많았다. 반면 전체 금액을 절반씩 나누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남성 11.2%, 여성 5.4%에 그쳤다. 남성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내는 방식'(40%)을, 여성은 '장소마다 번갈아 계산하는 방식'(40.8%)을 가장 선호했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미혼남녀 10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분담한다'는 응답이 39.6%로 가장 많았고, '남녀 절반씩'이 38%,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많이'가 31.6%로 뒤를 이었다.
댓글에서 가장 목소리가 컸던 쪽은 "반반이 정상"이라는 반응이었다. 한 이용자는 "서로 좋아서 만나는데 왜 한쪽만 돈을 더 내느냐"며 "여자도 사랑하면 돈을 쓴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8대2는 대체 무슨 계산법이냐"며 "이혼할 때 외모에 따라 재산을 8대2로 나눌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꼬집었다. 한 변호사 이용자는 "남자가 사랑하면 돈을 더 쓴다는 논리를 뒤집으면 돈을 안 쓰는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며 "이 간단한 명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편에는 "남자가 더 내는 게 현실"이라는 반응이 자리했다. 결혼한 남성 이용자는 "돈을 안 내거나 못 내는 사람은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다"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끼리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가 더 냈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남자가 밥을 사고 여자가 커피를 사며, 여행을 가면 남자가 숙소를, 여자가 액티비티를 부담해 대략 7대3이 된다"는 구체적인 분담 방식도 여러 건 올라왔다.
여성 이용자들의 실제 경험담은 한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8대2에서 9대1 수준으로 남자친구가 냈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돈을 내지 못하게 해 미안한 마음에 선물로 갚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 이용자는 "남자친구가 나보다 두 배 이상 벌고 연상이라 카페값 정도만 내가 냈다"면서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적은 없다"고 했다. 반대로 "잘 벌어서 내가 다 냈다"거나 "동갑이라 반반 냈는데 오히려 내가 더 낸 날도 많았다"는 여성 이용자도 있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매달 같은 금액을 넣고 5대5로 정산했다는 사례, 동거를 시작하며 공동 비용을 완전히 반반으로 맞췄다는 사례도 나왔다.
분담 비율이 외모·나이·소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견해도 뚜렷했다. 한 이용자는 "남자가 나이가 많고 상대가 어리고 예쁠수록 남자가 더 내는 경향이 있다"고 정리했다.
논쟁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상대 성별을 비하하는 거친 표현과 인신공격도 다수 오갔다. 데이트 비용을 애정의 크기로 환산하는 태도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돈을 얼마나 쓰는지가 사랑의 크기라면 받기만 하고 준 적 없는 연애가 과연 좋은 연애냐"며 "성별을 떠나 아깝지 않을 만큼 아끼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적었다.
외국은 어떨까. 미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서 "남자가 항상 계산해야 한다"는 응답은 35%(남성 40%, 여성 29%)에 그쳤다. "데이트를 신청한 사람이 내야 한다"가 32%, "반반씩 나눠야 한다"가 15%였다.
미국 개인금융 매체 너드월렛의 조사에서는 "데이트를 신청한 사람이 계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이 65%(여성 77%, 남성 52%)에 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도 미국인 56%가 "첫 데이트 비용은 각자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고, "남자가 내야 한다"는 36%였다.
미국의 1회 첫 데이트 평균 지출은 약 77달러(약 10만원) 수준으로 집계된 바 있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데이팅 서비스 위스프가 영국 이용자 1800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64%가 "신청한 사람이 먼저 내겠다고 하면 이후엔 나눠 내더라도 더 편하다"고 답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미국보다 각자 부담이나 번갈아 내기가 더 자연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유럽에선 폴란드처럼 남성이 계산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나라가 남아 있고, 프랑스 등에서도 첫 데이트만큼은 남성이 부담하는 암묵적 규범이 있다.
다만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거치며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관행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려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남자가 안 낸다"는 주장이나 "무조건 남자가 다 낸다"는 주장 모두 현실과는 어긋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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