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국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목표로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국내 AI 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단순한 정부 지원사업을 넘어 차세대 AI 서비스의 표준과 생태계를 선점할 기회로 평가되면서 이동통신3사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AI 스타트업까지 잇따라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AI 모델 개발 경쟁을 넘어 ‘누가 국민의 AI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3일부터 ‘모두의 AI’ 사업 공고를 내고 8월 11일까지 사업자를 접수한다. 이후 8월 중 서류 및 발표 평가를 거쳐 2~3개 사업자를 선정한 뒤 9월 말 베타서비스, 12월 중 본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공모가 시작되면서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과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기업들은 잇달아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검토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 중 카카오는 참여 의사를 먼저 공식화했다. 카카오톡 운영 경험과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기반으로 국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AI 통합 에이전트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네이버도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제안요청서를 검토한 뒤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3사 가운데 SK텔레콤은 참여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과 협업해 참여하기로 했다. KT도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이다.
AI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엔씨의 AI 자회사 NC AI와 자체 언어모델 ‘솔라’를 보유한 업스테이지는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이다.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는 참여 의향을 밝혔다. ‘알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스트소프트는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에 그룹사 차원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정부는 서비스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 GPU B200 최대 512장을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운영비도 일부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50% 이상 활용하고, 다른 국산 AI 모델도 일정 비율 이상 함께 사용하는 조건을 제시해 국산 AI 생태계 육성에도 초점을 맞췄다.
기업들이 정부 사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사업비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AI 서비스는 이용자가 많을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작동한다. 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수백만명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하면 향후 민간 AI 서비스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제공하는 GPU 인프라와 공공 AI 서비스 운영 경험, 전국민 대상 서비스 레퍼런스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공공사업이 아니라 국내 AI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기술력뿐 아니라 서비스 신뢰도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는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 간 전략 차이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통신사들은 AI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 전국 통신망, 수천만 가입자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AI 비서와 고객센터, IPTV, 기업용 AI 등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AI를 생활 인프라로 확장하는 데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 메신저, 쇼핑, 콘텐츠 등 기존 플랫폼에 AI를 접목해 이용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일상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AI 이용 습관을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결국 통신사의 ‘인프라 경쟁력’과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경쟁력’ 가운데 어느 쪽이 국민 AI 시대에 더 적합한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공모의 핵심이 ‘사업자 선정’보다 ‘서비스 지속성’에 있다고 본다.
정부는 무료 AI 서비스를 구축하되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자체 수익모델을 마련해 서비스를 지속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실제 공모 지침에서도 기업들은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되는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AI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이는 AI 서비스가 단순히 공공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생태계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정부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무료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정부 지원 종료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복 투자 논란과 특정 기업으로의 시장 쏠림 가능성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AI 모델 개발 경쟁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국민이 실제 사용하는 AI 서비스를 얼마나 빠르게 안착시키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이번 공모전의 승자는 단순히 정부 사업권을 따내는 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AI 서비스의 표준을 먼저 만들어가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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