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령 때 만나면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통합 교육으로 '국군 정체성' 함양"
"3군 사관학교 교육내용 70%가 동일…'규모의 경제'로 교육여건 개선"
총동창회 "졸속 통합" 투쟁 예고…정부·여당, 내년부터 예산반영 '속도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철선 기자 = 정부가 16일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필요성으로 든 핵심 논리는 '규모의 경제'와 '합동성 강화'였다.
군별로 쪼개진 기존 사관학교 체제를 통합한 규모의 경제로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할 수 있고, 군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전 양상에 대응해 생도 시절부터 통합 교육을 통해 합동성을 갖춘 정예 장교를 길러낸다는 것이다.
다만, 대전 자운대에 창설될 국군사관학교의 인재 확보 문제를 비롯해 구체적인 합동성 강화 방안 부재 등 각론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는 데다 야권과 사관학교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도 거세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사관학교 통합 정책에 대한 신속한 정책추진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 '규모의 경제' 내세운 정부…인재 유치 가능성은 물음표
정부는 이날 사관학교 통합 명분으로 '규모의 경제'를 첫번째로 꼽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각 군 사관학교가 병립해 자원이 중복·분산 투자되는 비효율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2천900여 명의 생도를 양성하기 위해 3명의 3성 장군을 포함한 7명의 장성, 약 3천명의 지원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각 군 사관학교 한 학년당 인원은 육사 330여명, 공사 230여명, 해사 170여명 등 총 730여명이다. 일반 종합대학 단과대학 규모에 불과해 그간 과감한 교육시설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대부분이 현역 장교인 교수진에 파격적 처우를 보장하기 어려운 점, 각 군 사관학교 내 경직적 교과 과정 등도 교육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었다.
실제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 2024년 육·해·공사 3·4학년 사관생도 794명과 현역장교 950명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반적인 교육 수준 및 교육 전문성에 대한 만족도가 낮게 나타났다.
국군사관학교 설치와 함께 국립대 교수 수준으로 교원 처우를 보장하면 우수한 민간교수를 유치할 수 있고, '스마트 캠퍼스' 조성과 자율적 학사운영 등 보다 나은 학습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인구절벽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면 각 군 사관학교 규모의 협소화 문제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3개 사관학교 교육은 70%가 동일한 내용"이라며 "인구 절벽 문제로 민간 대학들도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관학교라고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태릉에 있던 육사가 국군사관학교로 통합되고 대전 자운대로 가게 되면 우수 생도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300점 만점인 육·해·공사 1차 필기시험 입학 합격선은 최근 공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민관군 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도 1·2학년 때 서울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우수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자퇴율이 15%를 웃도는 등 사관학교가 직면한 문제는 결국 초급간부 처우 개선 등 군을 젊은 세대에 매력적인 일터로 바꿀 다른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소령 때 만나면 언어도 달라" 합동성 조기교육 들었지만 반론도
또 다른 통합 명분으로는 합동성이 중요해지는 미래전 양상에 맞는 교육체계 변화 필요성을 내세웠다.
최근 전장이 육·해·공 군종 경계를 넘어 우주, 사이버, 전자기 스펙트럼 등 전 영역 통합작전으로 진화하는 만큼 이에 대비할 교육이 조기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존 육·해·공사를 분리해 교육하는 체제에서는 각 군 정체성이 우선시돼 합동성 보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시각이다. 과거 여러 정부에서 사관학교 통합이 검토된 이유도 생도들의 상호 교류를 통한 합동성 제고 필요성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소령 때 만나면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다. 전력 증강 과정에서 각 군간 경쟁도 심각하다"며 "일각에서는 합동성이 사관학교 시기가 아니라 영관장교 시절부터 체득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합동성의 근간은 국군이라는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생도들을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아 놓는 것이 합동성 제고를 위한 효과적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합동성은 어디까지나 각 군 전문성을 먼저 배양한 토대에서 길러지는데 자운대에서 통합 교육을 하면 이에 필요한 시설이나 여건이 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공사 총동창회 등에서 이런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자운대에서 활주로가 있는 청주 공사까지 40분 거리, 해군 2함대가 있는 평택까지 1시간 30분 거리로 보완할 수 있는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최근 연합뉴스에 "육·해·공 전문성을 가지고 필요한 시간, 장소에서 전력을 조합해 전체적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합동성"이라며 "합쳐 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인적 구성과 조직, 합동지휘통제 등 시스템이 잘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선발 방식·시기는 '빈칸'…정부·여당 '속도론' 속 반발 여론 설득 과제
정부가 이날 발표한 국군사관학교 창설 기본계획에는 창설 시기부터 생도 선발 방식까지 메꿔야 할 '빈칸'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우선 수험생,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및 생도 선발 일정은 구체화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설치법 제정 등 국회 차원의 입법 절차가 선행돼야 하므로 창설 시점을 못 박을 수 없다는 입장이나, 사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들 입장에선 입시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관생도 선발 방식도 미정이다. 군 구분 없이 통합선발 후 군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 초기에 검토됐으나, 이 경우 특정 군으로 생도들이 쏠리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에 군별 인원 할당에 따라 생도를 선발하고, 일정 인원에 대해선 입학 후 군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혼합형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정부·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사관학교 통합 정책의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지만,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하는 예비역, 총동창회 등 반발 여론을 넘어서는 것도 과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히 국군사관학교 설치법을 신속히 처리해 제도적 기반을 닦겠다"고 밝혔고,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2027년 예산 반영 등으로 스마트 첨단강군 육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사관학교 통합 속도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졸속 통합"이라며 반발하고 있으며, 사관학교 통합 반대 여론을 주도해온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예비역들도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총동창회 단체는 집단행동도 예고한 상태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사관학교 통합 반대 청원'이 14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 국방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비록 청원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상임위에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국방부는 이날 기본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공청회, 정책설명회 등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설득작업을 벌이고, 오는 10월께 국군사관학교 창설 상세계획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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