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대표적인 친여 성향 방송인 겸 유튜버 김어준(58)씨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권 안팎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원이 김씨가 “허위사실을 반복 적시해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하면서, 그동안 공적 의제를 주도해 온 김씨의 정치적 영향력뿐 아니라 발언의 신뢰성과 윤리성도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10월까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이 전 기자가 다단계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허위 제보를 하라”고 종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6차례에 걸쳐 해 이 전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김씨의 발언이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을 뿐만 아니라 김씨가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자와 제보자 사이의 녹음파일 등 제출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허위 제보를 요구했다고 인정할 만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로비 의혹과 관련한 제보를 권유하면서 경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전하고, 취재에 협조할 경우 검찰과의 비공식적인 플리바게닝(유죄협상)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김씨가 관련 녹음파일을 확보 가능한 점과 당시 허위 제보 종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공작”, “범죄 공모”라고 한 점은 허위성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했고, 비방할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강 판사는 양형 이유에 대해 “범행 횟수가 적지 않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문제가 된 수사 상황에 대한 논평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근거로 허위사실을 반복 적시해 여론 형성을 왜곡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인 이 전 기자의 취재 활동에도 일부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측면이 있었던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선고 직후 항소 계획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 의향, 비방 목적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원을 떠났다. 이후 1심 선고 하루 만인 지난 15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1심 판결에 불복했다.
김씨 측은 그동안 “해당 발언은 개인적 의견 표명이자 언론인으로서의 비평”이라며 “최강욱 전 의원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사실로 믿었고, 이를 신뢰할 만한 상당한 근거도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판결은 개인 간 명예훼손 사건의 의미를 넘어 정치권과 공론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수년간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주요 정치 현안을 선점하며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아젠다 세터’이자 여론 형성자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김씨가 던진 의혹과 주장이 여권 지지층의 여론을 결집시키고, 정치권이 이를 주요 쟁점으로 다루도록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김씨의 발언을 단순한 논평이나 의견이 아닌 ‘허위사실 적시’로 규정하고, 허위성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서도 반복적으로 발언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김씨의 공적 발언에 대한 신뢰성과 윤리성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씨는 1심 결과에 대해 어떤 사과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아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김씨를 둘러싸고 정치적 편향성이나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에 대한 비판은 이전에도 반복돼 왔다. 다만 그동안의 논란이 정치적 공방이나 평가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법원이 특정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하고 ‘여론 왜곡’과 ‘죄질 불량’까지 명시했다는 점에서 파장의 성격과 무게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허위조작정보의 온라인 유통을 규제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지난 7일부터 시행된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법 시행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위축과 정치적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유튜버와 방송인의 사실 확인 의무와 윤리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에도 다시 불을 붙일 전망이다.
김씨가 사실상 여권 지지층의 대표적인 여론 형성 창구로 기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여파가 개인의 신뢰도 하락에만 머물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씨의 발언이 여권 내부의 의제 설정과 지지층 결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온 만큼 향후 여권 당권 경쟁과 주요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론전에서 그의 역할과 발언 수위에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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