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인상 속 페트로달러는 사우디 공장으로… 韓 기업 수혜 가른 ‘현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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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1 00:00 기준

한은 금리 인상 속 페트로달러는 사우디 공장으로… 韓 기업 수혜 가른 ‘현지화’

뉴스로드 2026-07-16 13:16: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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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이 인상에 찬성했다.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강해졌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2%까지 높아졌으며,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집값·가계부채도 불안하다는 판단이다.

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현송 신임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달러 방어비용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인상 폭은 작지만 시장에 던진 신호는 작지 않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추가 인상 기조까지 명시했다. 한 차례 금리를 올려 물가를 누르겠다는 조치가 아니다. 중동 유가와 미국 고금리가 달러를 밀어 올리는 동안 원화 가치와 국내 금융시장을 지키는 비용이 더 비싸졌다는 선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묶어두고 있다. 한국은행의 인상으로 양국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줄었다. 금리 차는 좁혔지만 달러 압력을 꺾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Fed가 지난 10일 공개한 통화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4% 부근까지 오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보다 약 0.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Fed가 먼저 내리고 한국은행이 뒤따르던 시간이 끝났다. 미국이 버티거나 다시 올리면 한국도 환율과 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0.25%포인트는 대기업 재무제표를 당장 뒤집을 숫자가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현금이 많은 기업은 이자비용보다 환율과 수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조선·방산업체가 쌓아놓은 장기 수주도 하루 만에 달라지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현재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실적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방향을 위쪽으로 돌리면 원화 약세에 기대온 수출기업의 환율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 한국이 금리를 올려도 Fed가 더 오래 버티거나 다시 올리면 원화가 강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수출기업은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확신할 수 없고, 내수기업은 높아진 조달비용을 피하기 어렵다. 환율 이익은 불확실해지고 이자비용은 확실해지는 구간이다.

이때 기업을 가르는 것은 수출 비중이 아니다. 달러로 얼마를 버느냐보다 달러 매출에서 달러 원가를 빼고 얼마를 남기는지가 먼저다. 고객이 차입과 프로젝트금융으로 발주하는 민간기업인지, 원유 판매대금을 쥔 산유국 정부인지도 따져야 한다. 한국에서 제품만 보내는 기업과 현지 공장·기술·유지보수 체계까지 들어간 기업의 손익도 달라진다. 같은 수출주라도 페트로달러가 실제 계약으로 바뀌는 길목을 차지한 기업과 길 밖에서 환율만 기다리는 기업은 다른 시간을 맞게 됐다.

Kevin Warsh, the next chairman of the U.S. Federal Reserve/yonhap news
Kevin Warsh, the next chairman of the U.S. Federal Reserve/yonhap news

▲페트로달러는 Fed의 돈이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 Fed 금고에 달러가 쌓이고 그 돈이 한국 기업으로 흘러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실제 돈의 길은 다르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고 판매대금은 아람코에 들어간다. 이 돈은 세금·로열티·배당을 거쳐 사우디 정부와 국부펀드로 옮겨간다. 산업 투자와 선박·무기 구매를 지탱하는 재원이 된다. Fed는 이 달러를 소유하지 않는다. 금리를 통해 달러를 빌리는 비용을 결정한다.

사우디 리얄화는 달러에 고정돼 있다. 사우디 금리도 Fed의 방향을 대체로 따라간다. 유가 상승은 사우디 정부와 아람코의 현금을 늘린다. 미국의 고금리는 그 돈에 외부 자금을 보태는 비용을 높인다. 같은 페트로달러가 한쪽에서는 발주를 늘리고 다른 쪽에서는 사업을 늦춘다. 국고나 보유 현금으로 집행하는 사업은 앞으로 나가지만 차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하는 사업은 수익성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차이는 한국 기업에 그대로 전해진다. 미사일과 탄약처럼 정부가 안보예산으로 구매하는 물자는 금리 영향을 덜 받는다. 선박과 해양플랜트처럼 대규모 금융이 필요한 자산은 유가만 오른다고 발주되지 않는다. 앞으로 벌어들일 원유 판매수익이 건조비와 운영비, 이자비용을 모두 넘어서야 최종투자결정이 나온다. 유가가 높아도 Fed 금리가 더 높거나 고유가가 오래가지 못하면 사업은 멈춘다.

‘유가가 오르면 조선·방산·자동차가 모두 수혜를 본다’는 해석은 절반만 맞는다. 유가는 사우디가 쓸 수 있는 돈의 양을 늘린다. Fed는 그 돈을 조달하는 가격을 정한다. 사우디 산업정책은 마지막으로 그 돈을 받을 기업과 생산지를 고른다. 한국 기업의 승패는 유가가 아니라 페트로달러가 실제 계약으로 바뀌는 길목을 차지했는지에 달렸다.

아람코의 첨단소재 연구개발 전략. 아람코는 이산화탄소 광물화와 첨단 복합소재, 원유의 화학제품 전환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개발비는 6억2300만달러로 전체 연구개발비의 63%를 차지했다. 오른쪽은 탄소섬유·그래핀·복합재를 자동차·건설·재생에너지 분야에 적용하는 구상이다. [자료=아람코]
아람코의 첨단소재 연구개발 전략. 아람코는 이산화탄소 광물화와 첨단 복합소재, 원유의 화학제품 전환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개발비는 6억2300만달러로 전체 연구개발비의 63%를 차지했다. 오른쪽은 탄소섬유·그래핀·복합재를 자동차·건설·재생에너지 분야에 적용하는 구상이다. [자료=아람코]

▲아람코 석유 판매자서 산업 표준 설계자로 진화 중

아람코가 내놓은 ‘첨단소재 전환’ 자료는 페트로달러가 향하는 새 목적지를 보여준다. 아람코는 2024년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개발에 6억2300만달러를 투입했다. 전체 연구개발비 9억9600만달러의 63%다. 세계 38곳이 넘는 제조업체·연구기관과 협력해 75개 이상의 시제품을 개발했고, 출원·등록한 특허는 50건을 넘었다. 기업형 벤처캐피털인 아람코벤처스의 운용자산도 75억달러에 이른다.

돈은 탄소강을 대체하는 열가소성 복합재 파이프와 그래핀 전극, 탄소섬유·고분자 소재로 향하고 있다. 아람코는 이 소재들을 자사 유전과 가스전에서 먼저 사용하고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한다. 검증된 기술은 아람코의 설계·조달 기준에 들어가고, 건설·자동차·에너지·전자산업으로 확산된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다음 산업이 사용할 소재와 생산방식까지 설계하는 구조다.

아람코는 구매자에 머물지 않는다.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며 현지 생산을 유도한다. 아람코가 특정 소재를 채택하면 사우디에 진출한 건설사와 조선사, 기자재업체도 그 기준을 따라야 한다. 한 기업의 구매 결정이 사우디 공급망 전체의 진입 조건으로 바뀌는 셈이다.

한국 기업이 봐야 할 것도 배럴당 유가만은 아니다. 유가는 아람코가 쓸 수 있는 돈의 규모를 정한다. 아람코의 기술 기준은 그 돈을 받을 기업을 정한다. 어느 소재가 표준으로 채택되고 어느 기업이 사우디 생산망 안으로 들어가느냐가 한 차례 유가 상승보다 더 오래 한국 기업의 손익을 좌우한다.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바라본 조선소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바라본 조선소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조선의 승패 후판보다 사우디 현지화서 갈려

가장 앞선 곳은 HD현대중공업이다. HD현대는 아람코 등이 참여한 사우디 IMI 조선소와 선박엔진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IMI 조선소는 연간 최대 40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2026년 전면 가동이 예정돼 있다. 선박엔진 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아람코의 현금흐름이 늘면 원유운반선과 해양플랜트, 지원선 발주 여력도 커진다. 사우디 해군 현대화가 본격화하면 특수선 시장까지 열린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에서 건조한 배를 넘기는 회사에서 설계·엔진·조선소 운영체계를 수출하는 회사로 이동했다. 사우디가 자국에서 더 많이 만들겠다고 요구할수록 현지 기반을 먼저 깔아놓은 HD현대중공업의 가치가 커진다.

강점은 환율 효과보다 사업구조에 있다. 발주 재원은 달러이고 사우디 리얄화도 달러에 묶여 있다. 핵심 설계와 연구개발은 한국이 맡고 건조와 엔진 생산은 사우디에서 수행한다. 사우디의 산업 현지화 정책과 한국의 설계·제조 기술을 한 계약 안에 묶는 구조다. 원화 약세에 기대 한국에서 배만 만들어 보내는 방식보다 환율과 현지화 요구에 강하다.

한화오션은 다른 길을 택했다. LNG 운반선과 해양플랜트에 잠수함·수상함·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를 더했다. 민간 선박금융이 막혀도 국가 안보예산에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두 번째 다리가 생겼다. 한화시스템의 레이더와 전투체계를 결합하면 걸프 국가에 함정 한 척이 아니라 탐지·지휘·요격을 잇는 해양 감시체계 전체를 제안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유가에 대한 탄력성이 가장 크다. 고유가가 장기간 유지되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개발 사업의 최종투자결정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달러로 받은 선수금과 수주잔고는 원화가 약할 때 매출과 이익 환산에도 유리하다.

Fed의 고금리는 반대쪽에서 작동한다. 선박금융 비용과 해양 프로젝트의 요구수익률을 끌어올린다.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앞으로 벌어들일 원유 판매수익이 건조비와 운영비, 이자비용을 넘지 못하면 발주는 멈춘다. 삼성중공업은 세 조선사 가운데 고유가에 따른 상승 탄력도 크지만 유가 반락과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되돌림도 크다.

아람코의 소재 전환은 조선 3사에 또 다른 시험이다. 복합재가 당장 선박용 후판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강관과 배관, 일부 철강 구조물에서는 변화가 시작됐다. 부식에 강하고 무게가 가벼운 복합재 배관과 수소·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운송설비, 정비 주기를 늘리는 해양 기자재가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사가 철판을 잘 자르고 붙이는 회사로 남으면 소재 전환은 위협이다. 선박과 해양설비의 전 생애 비용을 설계하는 회사로 바뀌면 기회다. 미래 조선업의 경쟁력은 선박에 투입된 철강량보다 고객이 20~30년 동안 절감할 연료비와 정비비, 운항 중단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서 결정된다.

국내 금리 인상의 충격은 대형 조선사보다 협력업체에 먼저 닿는다. 대형 조선소는 달러 선수금과 수년치 수주잔고를 갖고 있다. 기자재업체는 원화 대출로 인건비와 재료비를 먼저 부담한 뒤 납품대금을 받는다. 원화 약세가 조선사 실적에는 호재로 잡혀도 협력업체에는 수입 부품값과 이자비용 상승으로 돌아올 수 있다. 수주가 늘어도 협력업체가 운전자금을 견디지 못하면 생산속도와 납기가 흔들린다. 조선업의 마지막 병목은 도크가 아니라 공급망의 현금이 된다.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 [사진=삼성전자]

▲오일머니는 GPU를 거쳐 HBM으로 흐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에는 유가보다 페트로달러의 도착지가 중요하다. 사우디 국부펀드(PIF) 산하 HUMAIN은 수십만개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다. 아람코도 HUMAIN 지분 투자와 인공지능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국 국채와 부동산으로 향하던 오일머니가 연산장비와 전력, 데이터센터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돈이 한국 반도체 기업으로 곧장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HUMAIN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을 발주하면 GPU·서버·네트워크 업체가 장비를 공급한다. AI 가속기에는 HBM이 함께 탑재되고, 서버에는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들어간다. 사우디의 투자계획이 실제 서버 발주와 반도체 주문으로 전환돼야 한국 기업의 매출이 생긴다.

SK하이닉스에는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이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다. 삼성전자는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를 함께 공급할 기회를 갖는다. 사우디가 GPU를 몇 개 사느냐만큼 어떤 AI 가속기를 채택하고 어느 업체의 메모리가 탑재되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투자액 전체를 한국 반도체 수요로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미반도체는 또 다른 길로 연결된다. 메모리 업체가 HBM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결정하면 열압착 본더(TC 본더) 등 후공정 장비를 발주한다. 장비는 HBM이 출하되기 전에 생산라인에 설치돼야 한다. 한미반도체의 수혜 시점이 SK하이닉스보다 무조건 늦은 것은 아니다. 메모리 업체가 실제 수요를 확인한 뒤 증설에 나서는지, 수요를 예상해 먼저 장비를 들이는지에 따라 순서가 달라진다.

세 회사가 받는 돈의 성격도 다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출하될 때 매출을 인식한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가 증설을 확정하고 장비를 발주할 때 매출 기회를 얻는다. 페트로달러가 AI 인프라 계약에서 GPU 주문으로, GPU 주문에서 HBM 생산계획으로 넘어가는 과정마다 수혜 기업과 시점이 바뀐다.

금리 효과는 다른 방향에서 작동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부 현금창출력이 커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직접 이자비용보다 환율과 AI 투자 사이클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의 설비투자 결정과 성장주에 적용되는 할인율에 더 민감하다. 금리가 오르면 장비 수요의 현재가치뿐 아니라 미래 이익을 반영한 주가 평가도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인상이 원화 약세를 누르면 세 회사가 누리던 달러 매출의 환산 효과는 일부 줄어든다. 한국이 금리를 올려도 Fed가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원화 강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을 가르는 것은 기준금리 0.25%포인트가 아니다. 사우디의 AI 계획이 실제 GPU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해당 GPU에 어느 회사의 HBM이 들어가는지, 메모리 업체가 증설을 위해 누구의 장비를 선택하는지가 손익을 결정한다.

K-방산 [그래픽=최지훈 기자]
K-방산 [그래픽=최지훈 기자]

▲방산은 금리보다 안보 시간표를 따른다

방산은 페트로달러의 현금성이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분야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유가와 무기 수요가 함께 오를 수 있다. 민간 건설사업은 금리가 높아지면 사업성을 다시 계산하거나 착공을 미룬다. 미사일 방어망과 탄약은 위협이 현실화된 뒤 금리가 내려가기를 기다릴 수 없다. 안보예산으로 집행되는 사업은 민간 프로젝트보다 금융비용에 덜 민감하다.

그렇다고 유가 상승이 곧바로 방산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유국의 재정 여력을 결정하는 것은 하루 유가가 아니라 일정 기간 쌓인 원유 판매수익과 재정수지다. 실제 발주를 결정하는 것은 위협의 강도와 기존 무기 재고, 납기다. 페트로달러는 구매능력을 만들고 전쟁은 구매시점을 앞당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무기·탄약·항공엔진을 장기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한화시스템은 사우디 천궁Ⅱ 사업에 다기능레이더를 공급한 경험이 있다. 한화오션의 함정·잠수함 사업까지 연결하면 육상 방공망과 해양 감시체계, 위성통신을 묶은 통합 제안이 가능해진다. 개별 무기를 파는 기업보다 탐지부터 지휘·요격까지 연결하는 기업에 계약 주도권이 생긴다.

한화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익은 최초 무기 판매대금에만 있지 않다. 레이더와 요격체계 운용, 탄약 보충, 정비, 교육훈련, 성능개량을 수십년간 묶는 후속군수지원이 남는다. 산유국의 안보 수요가 일회성 무기 구매에서 상시 방공망 운영으로 바뀌면 매출도 납품 시점에서 운용기간 전체로 길어진다. 수주액보다 무기체계의 수명주기를 누가 관리하느냐가 수익성을 결정한다.

LIG Defense&Aerospace(LIG D&A)는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 무인체계가 핵심이다.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미국 현지 사업과 무인체계 기술 기반도 확보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사업의 원화 환산가치를 높이지만 미국 내 인건비·부품비와 투자 관련 금융비용도 끌어올린다. 해외 매출이 달러라는 사실만으로 환율 수혜를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걸프 시장에서 LIG D&A가 노려야 할 것도 미사일 판매량만은 아니다. 레이더가 표적을 발견하고 지휘통제체계가 교전 여부를 판단하며 요격체계가 대응하는 전 과정을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 요격탄 보충과 정비, 소프트웨어 개량까지 공급하면 매출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어진다. 무기를 파는 계약보다 방공망에서 빠질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는 계약이 강하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사일·탄약 업체와 계산이 다르다. 전투기와 훈련기는 계약금액이 크고 인도기간이 길다. 항공기뿐 아니라 조종사 훈련과 정비시설, 무장, 부품 공급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구매국 금융과 수출금융, 정부 간 신용지원 조건이 수주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산유국의 현금이 늘면 FA-50 등 항공기 도입 여력은 커진다. Fed의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구매국이 요구하는 금융조건과 분할지급 조건도 까다로워진다. 항공기 사업은 위협이 커졌다고 바로 계약할 수 있는 물자가 아니다. 기종 선정과 정부 간 협상, 금융조달을 거쳐야 한다. 미사일과 탄약보다 수주 발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금리 영향을 더 받는 이유다.

풍산에는 호재와 악재가 한 회사 안에 들어 있다. 방산 부문은 중동 긴장과 산유국 국방비 확대, 달러 수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탄약은 실제 교전이 시작되면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반복 발주가 발생한다. 생산능력과 납기가 가격보다 중요한 시장으로 바뀐다.

신동 부문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구리 가격과 국내 건설·전자 수요에 노출돼 있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올려 내수와 건설이 둔화하면 동제품 수요에는 부담이다. 달러 강세는 방산 수출의 원화 환산에는 유리하지만 수입 구리 원가도 올린다. 풍산을 방산주 하나로만 보면 달러 매출 뒤에 숨은 원재료 비용을 놓치게 된다.

국내 금리 인상은 방산 대기업보다 협력업체에 먼저 부담을 준다. 대형 방산업체는 선수금과 장기 수주잔고를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협력업체는 원화 대출로 부품과 인건비를 먼저 부담한다. 수출 계약이 늘어도 협력업체의 운전자금이 마르면 생산속도와 납기가 흔들린다. 중동 국가가 원하는 것은 가장 싼 무기가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도착하는 무기다. 방산 수출의 마지막 승부는 금리도 유가도 아닌 생산능력과 납기에서 갈린다.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사진=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는 같은 길에 서 있지 않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페트로달러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세운 합작공장은 PIF가 70%, 현대차가 30%를 보유한다. 2026년 4분기 첫 생산을 시작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연간 5만대까지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유가와 아람코 배당이 사우디 재정을 떠받치면 PIF가 공장과 현지 공급망에 투입할 여력도 커진다. Fed의 고금리는 사우디에서도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 다만 PIF가 대주주로 참여한 국가 전략사업은 일반 민간 자동차 공장보다 정책적 지원과 장기 자금을 확보하기 쉽다. 고금리 충격을 피할 수는 없어도 견딜 수 있는 구조는 갖췄다.

이 공장을 현대차의 수출 증가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사우디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한국산 완성차를 대체하면 대사우디 수출은 줄 수 있다. PIF가 지분 70%를 갖고 있어 공장 매출 전체가 현대차 매출과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가 얻을 수 있는 핵심 가치는 완성차 판매량보다 합작법인 지분이익과 기술지원, 핵심 부품·생산설비 공급, 중동 현지 시장 진입권에 있다.

아람코의 첨단소재 전략은 이 공장과 맞물린다. 아람코는 사우디 자동차 산업에서 탄소섬유·유리섬유 복합재 배터리 케이스의 현지 생산을 추진하면서 예상 수요처에 현대차를 포함했다. 복합재 배터리 케이스는 금속 제품보다 가볍고 부식에 강하다. 여러 부품을 하나로 통합하기 쉽고 단열과 화재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무게를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배터리 보호 성능을 높이는 소재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데 머물면 PIF가 주도하는 공장의 소수 주주에 그친다. 복합재 소재와 배터리 케이스, 핵심 부품, 자동화 설비, 품질관리 기준까지 공급하면 위치가 달라진다. 사우디가 자동차를 만드는 동안 계속 필요한 기술과 운영체계를 쥐게 된다. 완성차 몇 대를 더 수출하는 것보다 사우디 자동차산업의 생산방식과 공급망에 현대차 기준을 심는 편이 오래간다.

기아는 같은 그룹에 속하지만 페트로달러가 들어오는 길은 다르다. 사우디 합작공장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현대차와 플랫폼·부품·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간접적인 공급 기회는 생길 수 있다. 실제 이익은 합작공장이 기아의 플랫폼과 부품을 채택하거나 기아 차량 생산으로 범위를 넓혀야 발생한다. 현대차의 사우디 공장 건설을 곧바로 기아의 현지화 수혜로 계산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아에는 환율과 소비자금융의 영향이 더 직접적이다. 원화 약세는 중동과 미국 등 해외 판매의 원화 환산에 유리하다. 한국은행과 Fed의 고금리는 자동차 할부금리와 리스 비용을 높여 신차 수요를 압박한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수요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대형 내연기관 차량에는 부담이 된다. 다만 산유국에서는 연료 보조와 낮은 현지 유류가격이 국제유가 충격을 일부 흡수하므로 시장별 효과도 다르다.

현대차는 사우디 안에서 생산체계를 구축해 페트로달러를 지분·기술·부품 매출로 바꾸는 길에 들어섰다. 기아는 완성차 수출과 환율, 금리, 차종 구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 같은 그룹이고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도 돈이 들어오는 계약서는 다르다. 자동차주를 한 묶음으로 보면 현대차가 확보한 현지 산업 지분과 기아가 안고 있는 소비자금융 민감도의 차이를 놓치게 된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페트로달러 시대 승자는 사우디 공급망을 쥔 기업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수출주 악재’나 ‘은행주 호재’로만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HD현대중공업과 현대차는 사우디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 D&A는 산유국의 안보예산과 연결된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한미반도체는 오일머니가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 투자로 바뀌어야 매출이 생긴다. 삼성중공업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프로젝트금융에, 풍산과 기아는 원재료 가격과 최종 소비에 더 민감하다.

페트로달러는 모든 한국 수출기업에 똑같이 떨어지는 비가 아니다. Fed가 달러 조달비용을 높이고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를 방어하는 사이, 돈은 현지 공장과 핵심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흐른다. 기업을 가르는 것은 환율보다 계약구조다. 한국에서 제품만 보내는 기업과 사우디 생산·정비·부품 공급망에 들어간 기업은 같은 유가에서도 다른 실적을 낸다.

한국 기업이 노려야 할 것은 높은 유가 자체가 아니다. PIF가 사우디 안에 조성하려는 조선소와 AI 데이터센터, 방산체계, 자동차 생산망에 지분·기술·부품·유지보수 계약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아람코 정유시설 [사진=연합뉴스]

수출액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우디가 직접 생산할 때도 빠질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페트로달러가 한국 제품을 한 번 사게 만드는 것보다 한국 기술을 쓰지 않고는 사우디 공장이 돌아가지 않게 만드는 편이 강하다.

현지화도 수익을 보장하는 증서는 아니다. 사우디 자본은 공장을 지을 수 있지만 생산성과 품질, 수출 경쟁력까지 사주지는 못한다. 한국 기업이 기술 이전만 마친 뒤 밀려날 수도 있다. 현지 생산에 참여하되 핵심 설계와 지식재산권, 소프트웨어, 성능개량, 후속군수지원은 계속 쥐고 있어야 한다. 현지화는 입장권이고 기술 통제력은 잔류 조건이다.

스테펜 헤르토흐 런던정경대(LSE) 정치학과 교수는 파리스 알술라이만과 쓴 공동 기고문에서 “걸프 지역은 실행 가능한 탈석유 성장모델을 만들 수 있는 사상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며 “글로벌 기업을 유인할 충분한 석유 부가 있었지만 과거 산업정책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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