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 성과급 체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공식'의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보상 방식을 도입한 지 불과 10개월 만이다.
한입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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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공식이 국내 기업 보상 체계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과거에는 경영 판단에 따른 재량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계산 가능한 기준으로 변화
이 공식이 도입된 후 현대자동차,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타 기업에도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 확산
SK하이닉스 PS 지급률 올해 기본급의 2964% 기록
일부 직원 억대 성과급 수령
기존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 상한이 있었으나 지난해 폐지
AI 반도체 경쟁 본격화로 대규모 설비 투자, R&D, 주주환원 등 현금 배분 과제 대두
성과급 현금 지급 구조가 장기화되면 미래 투자 여력 감소 우려
자사주 지급 전환은 현금 부담 줄이고 장기적 기업 가치 공유 목적
노조는 현금 보상 축소로 받아들일 가능성 있어 협상 진통 예상
이번 논의가 국내 기업 보상 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으로 평가
AI 시대 투자, 보상, 주주환원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 경영 환경에서 SK하이닉스의 선택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
이 같은 사실은 본지 단독 보도 'SK하이닉스, 영업익 10% 성과급 공식 바꾼다'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기업 성과를 임직원과 나누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제도는 산업계의 새로운 보상 문법이 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이익 공유 확대와 미래 투자 재원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서 기존 성과급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검토하는 방안은 기존 '영업이익의 10%'라는 성과급 재원 기준은 유지하되 지급 방식 일부를 현금에서 자사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금 유출 부담을 낮추면서도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임직원과 성과를 공유한다는 기존 원칙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주주환원, 성과 보상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SK하이닉스의 현실을 반영한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사진=AI(챗GPT) 생성
SK하이닉스의 이번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임단협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한 '영업이익 N%'라는 새로운 성과급 공식이 국내 기업 보상 체계 자체를 바꾸는 촉매제가 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부터 영업이익과 연동한 PS 제도를 운영했다. 다만 당시에는 지급 상한이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로 제한돼 있어 실적이 아무리 좋아져도 보상 규모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노사는 이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준에 합의했다. 개인별 성과급의 80%는 당해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올해 SK하이닉스 PS 지급률은 기본급의 2964%에 달했고 일부 직원들은 억대 성과급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성과를 공유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바꾼 것은 성과급 규모만이 아니었다.
과거 기업 성과급은 경영 실적과 투자 계획,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가 결정하는 재량 영역이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이라는 공식이 등장하면서 성과급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얼마를 직원들과 나눌 것인지의 문제로 변화했다.
성과급이 '경영 판단'의 영역에서 '계산 가능한 기준'의 영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변화는 다른 기업들의 임금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와 LG유플러스, HD현대중공업 등에서도 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 노사 갈등 과정에서 특별성과급 체계를 마련하며 보상 기준 조정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사실상 새로운 협상 기준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쟁사 대비 성과급 규모를 비교했다면 이제는 회사 이익 중 얼마를 직원들과 공유할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며 "영업이익 연동 방식이 새로운 임금 협상의 기준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의 배분 구조다.
AI 시대 산업 경쟁은 막대한 선제 투자를 요구한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수년간 이어진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덕분이다. 앞으로도 차세대 메모리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조 단위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기업이 창출한 현금은 한정돼 있다. 성과급 지급과 함께 설비투자(CAPEX),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배당,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선택지가 같은 재원을 두고 경쟁한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고정 배분하는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미래 성장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주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최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기조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이 창출한 현금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주목하고 있다. 성과급 확대가 주주환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결국 SK하이닉스가 검토하는 자사주 지급 방식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시도다. 성과 공유 원칙은 유지하면서 현금 부담을 줄이고, 임직원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의 과실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노조 입장에서는 기존 현금 보상의 축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어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SK하이닉스 한 기업의 성과급 변경을 넘어 국내 기업 보상 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 N%'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든 회사가 처음으로 그 공식을 조정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성과 공유 확대라는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AI 시대 기업들은 투자와 보상, 주주환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SK하이닉스의 선택은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성과급을 어떤 기준으로 설계할지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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