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남부 집중 폭격서 공습 범위 넓혀…이란도 엿새째 맞대응
'지상전 거론' 강대강 대치 가운데 이란 협상 대표 "외교도 활용해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미국과 이란이 1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두고 엿새째 공습과 보복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종전 양해각서(MOU)를 이탈해 무력 충돌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날 이란에서는 남부 호르무즈 해안에 이어 북부 본토까지 포화가 이어지면서 미군의 공습 표적이 내륙 깊숙한 지점까지 확대됐다.
이란은 즉각 중동 주변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을 날려보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는 지상전 투입 시나리오까지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확전 불씨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 이란 남서부 집중 폭격·북부도 폭발음…어린이 병원도 피해
미군은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하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단행한 공습을 이어 갔다.
대(對) 이란 군사작전을 수행중인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현지시간 15일 오후 1시 30분 대툰브 섬에 정밀 유도 무기를 투하했으며 오후 10시 30분부터는 두번째 공습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15일 저녁 공습은 페르시아만 항구 도시 반다르 아바스를 포함해 아흐바즈, 차바하르 등 이란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CNN 방송은 아흐바즈에 위치한 어린이 병원 인근에도 포탄이 떨어져 환자들과 가족들이 일시적으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란도 곧장 주변국 미군 주요 시설 등을 겨냥한 맞공격을 가했다.
쿠웨이트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의 악의적인 드론 공격에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바레인에도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이란의 보복 공격 후 이날 오전 이란 내륙 곳곳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감지됐다.
IRNA 통신 등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란 중서부 로레스탄주 호라마바드시, 북부 센남주 등 여러 곳에서 폭음이 들렸다.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파르친에서도 방공망이 가동됐다. 파르친은 이란 미사일 개발·생산과 핵 시설이 있는 곳이다.
양측 공격이 격화되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 항행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CNN 방송은 선박추적사이트 마린트래픽 자료를 인용해 15일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3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며칠간 자료와 비교해도 통행량이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 이란 "협상 예정없다"면서도 대화 창구에 여지
종전 MOU 유지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양국은 각각 협상 중단을 위협하거나 지상전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의) 협상 계획은 없으며 국가 방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이란은 어떤 합의도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5개월째 이어진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결정적 선택지로 미 행정부 내에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열린 이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 국한된 군사작전 범위를 확장해 대규모 공세를 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규모 공세'의 방안으로 공습 강화, 지하 핵시설 폭격, 지상군을 활용한 호르무즈 인근 해협의 섬 장악 등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 측 종전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이 전장과 협상 테이블 양쪽에서 모두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면서 소통의 창구 가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는 국가 이익을 현실화하고 성취하기 위해 협상과 외교라는 도구를 또한 활용해야 한다"며 갈등 악화 방지 노력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유명 팟캐스터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의 대이란 전략을 "경제적 지렛대를 활용한 섬세한 외교적 춤"이라며 "우리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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