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살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두 대회 연속 월드컵 결승으로 이끈 뒤 자신과 대표팀을 향한 비판에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서른아홉 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 리오넬 메시 인스타그램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잉글랜드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의 동점골과 후반 추가시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두 골 모두 출발점은 메시였다.
아르헨티나는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단숨에 승부를 뒤집으며 또 한 번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경기 뒤 메시는 승리의 의미를 짚는 동시에 결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쏟아졌던 비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후반 40분부터 시작된 반전…메시 발끝에서 나온 두 골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잉글랜드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특히 메시가 공을 잡을 때마다 잉글랜드 선수 여러 명이 달라붙어 드리블 공간을 차단하고 패스 길목을 봉쇄했다.
그럼에도 메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총 54차례 패스를 시도해 43개를 동료에게 정확히 연결하며 8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득점 기회도 네 차례 만들어냈다. 집중 견제 속에서도 드리블을 11차례 시도해 9번 성공했다. 드리블 성공률은 82%에 달했다. 득점 기회 창출과 드리블 성공 횟수 모두 양 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메시의 영향력은 아르헨티나가 가장 절박했던 순간 폭발했다. 0-1로 뒤진 후반 40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메시에게 잉글랜드 수비수들이 일제히 몰렸다. 메시는 자신에게 압박이 집중된 틈을 놓치지 않고 중앙에 자리 잡은 엔소 페르난데스에게 공을 내줬다. 메시가 끌어낸 공간을 확보한 페르난데스는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패색이 짙던 아르헨티나를 되살린 1-1 동점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메시가 해결사로 나섰다. 오른쪽에서 올린 정교한 크로스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머리에 정확히 배달됐고, 마르티네스가 이를 헤더로 연결해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직접 득점하지 않고도 아르헨티나의 두 골에 모두 관여하며 2-1 역전승을 완성했다.
통산 12도움·공격포인트 33개…39세에도 새로 쓴 기록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 잉글랜드에 짜릿한 2-1 역전승 / 리오넬 메시 인스타그램
메시는 잉글랜드전에서도 월드컵 역사를 다시 썼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결승골을 도우며 자신이 보유한 월드컵 통산 최다 도움 기록을 12개로 늘렸다. 이번 대회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첫 추격골을 도우며 아르헨티나의 전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의 월드컵 통산 8도움을 넘어선 데 이어, 스위스와의 8강전과 잉글랜드전에서도 도움을 추가했다.
월드컵 통산 공격포인트도 33개로 늘었다. 메시는 현재까지 월드컵 무대에서 21골과 12도움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록만 쌓은 경기도 아니었다. 잉글랜드가 수적 우위를 두고 메시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상대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인 뒤 동료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바꿨다. 3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드리블과 패스, 경기 조율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르헨티나가 선제골을 내준 뒤에도 끝까지 공격의 중심을 지키며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베스트일레븐에 따르면, 경기 뒤 메시는 아르헨티나 매체 ‘Ty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믿기지 않는 수준”이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잉글랜드전 승리는 그냥 한 번의 승리가 아니었다”며 “아르헨티나 국민이 간절히 원했고 우리도 원했던 위대한 승리였다. 이 승리가 우리를 다시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졌다면 온갖 헛소리했을 것”…비판에 날린 한마디
메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은 동료들을 향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월드컵 결승을 두 번 연속 치른다는 건 미친 일”이라며 “이 팀은 경이롭다. 오늘도 선제골을 내줬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믿음을 잃지 않았으며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실점 이후 경기력이 되살아났다. 엄청난 행복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승리의 기쁨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성과를 폄훼하거나 대표팀이 흔들리기만을 기다렸던 비판적인 시선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세계 챔피언의 자격으로 다시 결승에 올랐다. 지난 4년 동안 우리는 최고였다. 남들이 뭐라고 비난하든, 배가 아파 무슨 말을 하든 우리가 해온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메시가 꺼낸 다음 발언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만약 오늘 우리가 졌다면 일부는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온갖 헛소리들을 지껄여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꼬투리를 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승리를 기다려온 국민과 동료들에게는 자부심을, 패배를 기다렸던 비판자들에게는 분명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메시는 잉글랜드전이 일반적인 준결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경기였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잉글랜드와의 경기는 특별했다.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승부였다”며 “사람들은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술적이고 기술적인 축구로 맞서면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역사적인 배경을 비롯해 이 경기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었다. 특별한 경기였고 반드시 이겨야 했다”고 밝혔다.
37경기 무패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격돌 / 리오넬 메시 인스타그램
마지막 상대는 37경기 무패 스페인…2회 연속 우승 도전
잉글랜드를 넘어선 아르헨티나는 이제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결승 상대는 37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는 ‘무적함대’ 스페인이다. 두 팀은 오는 20일 오전 4시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아르헨티나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스위스와 잉글랜드를 연달아 꺾고 마지막 무대에 도착했다.
중심에는 여전히 메시가 있다. 직접 골을 넣는 해결사를 넘어 상대 수비를 끌어당기고, 결정적인 패스와 크로스로 동료들의 득점을 만드는 지휘자로 팀을 이끌고 있다.
월드컵 통산 21골·12도움, 공격포인트 33개. 그러나 메시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숫자는 기록이 아닌 결승전의 최종 점수다. “우리가 해온 모든 일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힘줘 말한 메시가 37경기 무패의 스페인을 넘어 다시 한번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결승전으로 향하고 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