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15일 17시30분에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간 공정거래 위반과 내부고발이 모두 '0건'이라고 공시했던 HD현대오일뱅크가 정유사 담합 사건으로 ESG 경영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대외적으로는 준법경영을 강조했지만 검찰은 장기간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공유한 혐의로 법인과 임직원을 기소하면서 공시와 현실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지난 6일 경쟁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공유하고 중동 전쟁 직후 정유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법인과 가격결정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2024년 7월부터 서로의 입금가격 정보를 공유하며 가격을 결정해온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담합 수사 결과가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직후 공개됐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에는 최근 3년간 공정거래 위반 건수와 내부고발 건수가 모두 '0건'이며 관련 금전적 제재도 없었다고 공시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기간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공유하며 담합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고, 가격결정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까지 기소했다.
시장에서는 공시된 ESG 지표와 실제 경영 현장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했지만 실제 내부 통제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는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집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리스크 평가 결과에 따라 고위험 부서를 별도로 선정해 맞춤형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 임직원 대상 준법 의식 정기 교육 시간은 전년보다 6.5% 늘었다.
공정거래 교육도 꾸준히 확대했다. 국내사업본부 영업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거래법 교육 누적 시간은 393시간에 달한다. 교육 확대와 별도로 자율준수관리자(CCO)를 지정해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율점검과 법률자문, 임직원 교육 등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소개했다.
그러나 검찰이 판단한 담합 기간은 2024년 7월부터 약 2년에 걸친다. 공정거래 교육과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동안 가격결정부서에서는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준법경영 시스템이 실질적인 예방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준법교육 시간이나 인증 취득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했느냐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은 제도는 갖췄지만 실행력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내부 통제의 마지막 보루인 법무조직까지 수사선상에 오른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와 준법통제 조직에는 법무 부서가 핵심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뒤 경쟁사 가격 정보가 담긴 전산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적용했다. 준법경영을 총괄해야 할 조직이 오히려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셈이다. 회사 측은 담합 혐의와 관련해 사법부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기소는 됐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들의 모든 행위를 통제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보완하고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환경오염 논란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ESG 리스크라는 점에서도 무게감이 크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유해물질인 페놀이 포함된 폐수를 무단 배출한 혐의로 환경부로부터 17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기각됐으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환경(E) 부문에서는 대규모 환경법 위반, 지배구조(G) 부문에서는 담합 의혹이 잇따르면서 시장에서는 개별 사건을 넘어 기업문화와 내부통제 수준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의 핵심은 보고서에 기재된 지표가 아니라 실제 경영 현장에서 준법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여부라는 점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거버넌스는 이번 재판과 별개로 시장의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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