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통화정책 개입 시도가 없었다고 밝히며, 설령 그런 시도가 있더라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기준금리 1% 이하 인하를 요구해온 가운데, 새 연준 수장의 독립성 발언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워시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5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가 대통령과 재무장관에게 반복적으로 말한 내용에 관해 말씀드리겠다. 그들은 독립적인 임무를 맡기기 위해 독립적인 사람을 선택했고, 그것이 바로 내가 앞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정책 수행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한 적이 없었다”며 “만약 그런 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맡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정책 결정이 백악관의 정치적 요구와는 별개로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3.5~3.75% 수준인 기준금리를 1% 이하로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를 충분히 빨리 내리지 않았다며 ‘멍청이’, ‘바보’라는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취임 후에는 “케빈은 훌륭한 인물이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하길 바란다. 그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의 물가 영향에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AI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게 봤다.
워시는 “한 차례 가격 상승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공급 측면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투자가) 향후 12개월간 물가 지표를 끌어올릴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겠지만, 그것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냐는 연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AI 붐이 단기적 가격 압력은 만들 수 있지만, 통화정책 운용에 따라 중장기 인플레이션은 통제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워시 의장은 그동안 AI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AI 투자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비용·가격 상승과, 이후 생산성 향상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근 연준 내 일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재가열 위험을 공개적으로 우려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부 의견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정책 방향을 둘러싼 심각한 분열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내 의견은 다소 다를 수 있다”면서도 이런 논쟁을 “선의의 집안싸움으로 봐달라”고 표현했다.
워시 의장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AI 투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해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연준이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정치적 압력과 기술 변화라는 이중 과제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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