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찍어 뚝딱?…모듈러 주택, 법도 시장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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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서 찍어 뚝딱?…모듈러 주택, 법도 시장도 외면

직썰 2026-07-16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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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6-3 생활권 모듈러 주택 건축 현장. [LH]
세종시 6-3 생활권 모듈러 주택 건축 현장. [LH]

[직썰 / 임나래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카드로 공장 제작형 ‘모듈러 주택’을 다시 꺼내 들었으나, 규제 장벽과 시장성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가로막혀 대중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기 단축 효과를 극대화할 제도적 기반인 특별법은 반년 넘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민간 시장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사업성 확보도 요원하기 때문이다.

◇공급은 속도전인데 법은 제자리…20년째 기준 없는 모듈러

정부는 공급 확대 수단으로 모듈러 주택을 제시했다. 현장 타설과 시공 비중을 줄이고 공장 제작 비율을 높이면 기후 변화나 현장 인력 수급 변수에 구애받지 않고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한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의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반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에는 “모듈러 건축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도 추가로 발의됐으나 여전히 제도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내 모듈러 시장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형성됐다. 시장 진입 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모듈러 주택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와 통일된 표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법적 체계가 비어 있다 보니 설계와 인허가, 금융 조달, 발주 방식마다 기존 현장 타설식 건축 기준을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하는 실정이다. 다만, 정부가 모듈러를 앞세워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제도적 지원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술은 있지만 사업성이 없다…고층화 막는 ‘수익성 벽’

현재 업계에서는 25층급 모듈러 주택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는 그 이상의 초고층 시공도 가능하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모듈러 공법은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반복적으로 조립할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시장 파이가 충분히 커지고 공장 가동률이 확보되어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은 발주 물량이 적고 수요 예측도 불확실하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층화할수록 모듈의 바닥과 천장이 중첩되면서 일반 건축보다 층고와 용적률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내화 기준도 기존 현장시공 방식에 맞춰져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고층화는 기술이 아니라 수익성의 문제”라며 “고층 건물은 상층부가 최대 5미터가량 흔들릴 수 있어 바람과 진동을 견디도록 더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 보강이 늘어날수록 공사비가 동반 상승해 기존 공법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품질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걸림돌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본 비즈니스호텔의 욕실처럼 규격과 구조가 일정한 공간에는 모듈러 방식이 최적의 효율을 낸다”며 “반면 일반 주택은 방음과 벽체 성능, 내부 마감 등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 기준이 매우 높아 단순한 규격화만으로는 민간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공공임대에 갇힌 모듈러…특별법 없인 민간 확산도 없다

모듈러 산업의 성패는 결국 민간 시장으로의 확장 여부에 달렸다. 공기 단축 성능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실제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부가 제시한 2030년까지의 모듈러 주택 1만6000가구 공급 목표 달성은 요원해진다. 민간 건설사와 시행사, 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구조로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모듈러 산업은 공장 설비에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와 장기적인 육성 정책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대형 건설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본격적인 투자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며, 국회에 계류된 특별법 제정이 투자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모듈러 주택에 대한 시장의 인식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유 위원은 “아직까지 소비자의 머릿속에는 모듈러 건축이 임시 대피 시설이나 저가 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며 “민간 분양 시장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공공 주도 사업을 통해 고층 모듈러의 안전성과 품질을 선제적으로 입증하고, 주민 편의시설 등 일상 공간으로 접점을 넓혀 친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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