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30년까지 주요 협력사에 자사 공급 제품 제조에 쓰이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맞추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구글은 이보다 1년 빠른 2029년까지 모든 주요 공급사들에게 자사 공급 제품에 대한 RE100 준수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전력을 요구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2030년까지 협력사에 청정전력 사용을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급사들이 RE100 납품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신규 물량 배정이나 장기 공급계약, 공급사 평가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문제는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여건상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이 이 같은 대형 고객사의 요구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2050년 RE100 달성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2030년 전후까지 이를 맞추는 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삼성전자의 2026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률이 32.5%, 특히 반도체를 포함한 DS부문은 26.2%로 이미 RE100을 달성한 미국 빅테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30년 RE100 달성률 33%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부족한 탓에 구매할 청정전력 자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솔루션은 지난해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현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고려했을 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2030년까지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가까스로 맞출 수 있지만 2032년부터는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매년 10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내 RE100 이행 여건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 1~4월 기준 전체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5%에 그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40%를 넘어선 유럽은 물론 20%를 넘어선 미국·일본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해외 사업장은 이미 RE100 달성에 근접했음에도 전체 달성률이 낮은 것도 국내 사업장의 열악한 여건 때문이다. 각 회사들은 국내 사업장의 RE100 준수를 위해 직접 발전 외에도 녹색프리미엄 요금제 이용이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전력직접구매 계약(PPA)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지만 절대적인 물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정부와 국회가 현재 REC 거래의 기반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폐지도 추진하고 있는 만큼 RE100 이행 수단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지난해 약 37GW이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100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보급에 박차를 가하며 이달 기준 총 41GW를 보급했다. 그러나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선 현재 연 4GW 수준인 보급 속도를 남은 4년 동안 연평균 10GW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히 반도체 공장(팹)에 필요한 대량의 전력 공급을 위해선 GW급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완공돼야 하지만, 이들 사업은 대부분 준비 단계이고 그나마 군 작전성 협의를 비롯한 각종 인허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서정석 김앤장 ESG경영연구소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확보는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뿐 아니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EU CBAM) 등 강화되는 탄소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 경쟁력의 문제”라며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와 함께 PPA 활성화 등 기업의 재생전력 조달 기반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