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10년간 사업 정체”…롯데 VCM 키워드는 ‘본원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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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10년간 사업 정체”…롯데 VCM 키워드는 ‘본원 경쟁력’

투데이신문 2026-07-15 20:59: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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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동빈 회장(왼쪽)이 롯데지주 황민재 경영혁신실장(오른쪽)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본 회의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 및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동빈 회장(왼쪽)이 롯데지주 황민재 경영혁신실장(오른쪽)으로부터 음성과 모션 인식 기반 ‘AI 비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사장단을 소집해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올해 1분기 그룹 실적이 개선세를 보였지만 자본시장의 시각을 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적 개선을 중장기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경영의 기본’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롯데그룹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회장 주재로 ‘2026 하반기 VCM’을 개최했다.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은 롯데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개최하는 최고경영회의다. 

현장을 찾은 롯데 사장단의 모습은 ‘비상 경영’ 체제의 엄숙한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날 취재진에 포착된 10여 명의 사장단은 다소 엄중한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이 뒤를 따르며 AI 전략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물었지만 말을 아낀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실적 부진과 사업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외부 발언에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웰푸드 서정호 대표이사 부사장이 VCM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롯데웰푸드 서정호 대표이사 부사장이 VCM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번 VCM은 상반기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경영 방침을 공유하는 자리다. 또한 2024년부터 이어온 고강도 쇄신 작업의 중간 점검 성격이기도 하다. 롯데는 지난해 말 전체 CEO의 3분의 1 수준인 20명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조직 쇄신에 나선 바 있다. 

신 회장은 올해 1월 상반기 VCM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 대전환을 선언했다. 수익성을 중심으로 지표를 관리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당시 신 회장은 “익숙함과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금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며 “과거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양적 성장’의 뼈아픈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010년대 롯데는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2012년 유진그룹으로부터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를 약 1조2480억원에 인수했고, 2015년에는 KT렌탈(현 롯데렌터카) 주식 100%를 약 1조200억원에 사들였다. 같은 해 약 3조원을 들여 삼성의 화학 계열사 3곳을 인수해 롯데첨단소재·롯데정밀화학·롯데BP화학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인수합병(M&A)은 2020년 초반에도 이어졌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한샘·미니스톱·칼리버스 등을 인수하고, 포티투닷·쏘카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공격적인 M&A로 자산 규모를 빠르게 늘리며 재계 순위 5위를 지켜냈고, ‘M&A가 롯데의 DNA’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양적 성장’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유통 구조가 재편되면서 롯데의 오프라인 점포들이 힘을 잃었고, 연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 롯데케미칼도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직격탄을 맞았다. 2022년 적자로 돌아선 롯데케미칼은 2024년 8948억원, 2025년 94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약 3조원에 달하는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도 그룹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정현석 대표이사 부사장이 VCM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 정현석 대표이사 부사장이 VCM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에 따라 신 회장은 극단적 자구책을 마련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2024년 8월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고강도 인적 쇄신에 돌입했다. 그룹의 ‘심장’인 롯데월드타워도 시중은행의 보증을 받기 위한 담보로 내놓았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상징적 랜드마크를 내놓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롯데의 쇄신 효과는 지금부터다. 올해 상반기 VCM에서 제시된 사업군별 과제가 가시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앞서 유통군은 상권 맞춤형 점포 전략, 식품군은 핵심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확대, 화학군은 구조조정과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상반기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5816억원, 영업이익 25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70.6% 증가한 영업이익을 냈다. 백화점 기존점 성장과 외국인 매출 증가, 베트남 사업 호조 등이 실적을 이끌었다. 

롯데칠성음료도 해외 사업 확대와 비용 효율화가 실적을 이끌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1.0% 늘어난 47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웰푸드는 인도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성장세를 이어가며 35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118.4% 증가한 수치다. 

롯데케미칼도 올해 1분기 7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분기 만에 깜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속에서 주력인 기초화학 부문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탄력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롯데상사 정기호 대표이사가 VCM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롯데상사 정기호 대표이사가 VCM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하지만 1분기 실적 개선이 그룹 전반의 장기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롯데케미칼은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롯데하이마트는 온라인 중심 시장 변화 속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렌탈 매각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으로 좌초되며 비핵심자산 매각 전략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냉정히 인식했다. 이날 하반기 VCM 회의에서 그룹의 전반적 실적은 개선됐지만, 아직 외부 자본시장의 시각은 냉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그룹의 사업 경쟁력이 정체된 점을 우려하며 ▲선택과 집중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 ▲경영 기본에 충실을 주요 키워드로 ‘본원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룹의 돌파구로 삼은 ‘AI를 통한 생산성 혁신’도 강조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CEO AI 아카데미’에 직접 참석해 “AX는 선택이 아니라 그룹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은 올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실무 교육을 확대하는 등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도 VCM에 앞서 그룹 AX 추진 현황과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를 진행했다. 

신 회장은 “전통은 한계를 가두는 천장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위한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며 “CEO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고객관점에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대담하게 혁신하며 조직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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