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감미로운 V8 엔진음과 스포츠 배기음이 귓가를 가득 메운다. 포르쉐의 '파나메라 GTS'는 운전의 본능을 자극하는 퍼포먼스와 일상을 품은 GT카의 여유를 겸비해 고성능과 실용성의 경계를 허물었다.
"내가 꿈꾸던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포르쉐의 창업자의 아들 페리 포르쉐가 한 말이다. 이는 단순한 브랜드 철학이 아닌 방향성 그 자체였다. 그는 평생 '4명이 탈 수 있는 스포츠카'에 집착했다. 당시 스포츠카는 2도어·2인승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포르쉐는 일찍이 그 틀을 깨려 했다. 브랜드 대표 스포츠카 911의 뒷좌석부터 1980년대 개발됐던 '989' 프로토타입까지. 포르쉐는 기존 스포츠카의 고정관념을 깰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개발 비용 부담과 시장성 우려가 겹치며 4도어 스포츠카 프로젝트는 번번이 중단됐다. 페리 포르쉐 역시 자신이 꿈꿨던 4인승 스포츠카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카이엔의 등장으로 포르쉐에 새로운 전환점을 안겼다. 마침내 2009년 포르쉐는 4인승 스포츠카 '파나메라'를 선보였다. 단순히 문짝 두 개를 더한 세단이 아니다. 스포츠카 브랜드가 고성능과 실용성, 그리고 장거리 GT 감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모델이다.
이번에 시승한 주인공 '파나메라 GTS'는 포르쉐의 방향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거듭 강화되는 환경 규제 속에도 파워트레인은 강력한 8기통(V8) 엔진을 고수했다. 그리고 낮고 넓게 깔린 차체, 네 명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실내 구성까지. 서킷과 일상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이번 시승에서는 파나메라 GTS가 왜 포르쉐가 오랫동안 꿈꿔온 '완벽한 4도어 스포츠카'에 가장 가까운 모델인지 직접 확인했다.
▲ 고성능 스포츠카 감성에 GT카의 여유로움까지 더하다
먼저 안팎 소개부터. 3세대 파나메라의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5052x1937x1415㎜로 준대형 세단급 덩치를 자랑한다. 2세대와 비교하면 길이와 폭은 비슷하나 높이는 10㎜ 낮다. 덕분에 실물은 2세대보다 더 날렵해 보인다. 도어를 가로지르는 'ㄷ'자 형태의 캐릭터 라인과 네 갈래의 보닛 주름도 한몫 거든다. 고성능 스포츠 세단답게 긴 보닛과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매력 포인트. 포르쉐 특유의 둥글둥글한 실루엣은 최소화하고 자잘한 군살도 훌쩍 덜었다.
GTS는 고성능답게 안팎을 블랙 컬러로 마감했다. 이른바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앞범퍼 스포일러 립과 GTS 로고가 새겨진 사이드 스커트, 리어 디퓨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시승차 네 발에 끼워진 21인치 블랙 톤 휠과 6피스톤(P) 캘리퍼가 탑재된 앞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 차의 공격적인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킨다. 검게 칠한 에어블레이드와 엔진룸 내부의 에어 인테이크 역시 이 차의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실내는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1열 운전석에 앉으면 낮게 깔린 시트 포지션과 계기판부터 동승석까지 펼쳐진 화려한 3개의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운데 자리한 큼직한 터치스크린은 인테리어의 방점을 찍는다. 터치 방식이지만 인터페이스도 간결하고 작동 여부도 알아채기 쉽다. 버튼에 손가락을 댈 때마다 진동과 소리로 반응해 생각보다 직관적이다. 게다가 주행 모드와 같이 운전 중에 즉각 조작해야 할 기능들을 스티어링 휠에 물리 버튼으로 마련한 점은 역시 포르쉐답다.
내부 공간을 가늠할 휠베이스는 2950㎜. 웬만한 준대형 세단보다 길다. 이 혜택은 고스란히 뒷좌석이 받았다. 평균 키 성인 남성 기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2개 이상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여유 넘친다. 지붕도 날렵한 패스트백 형태로 떨어지지만 천장에 머리 닿을 걱정 없이 쾌적하다. 독립식 2열 시트도 전동식 조절 버튼으로 등받이를 눕히거나 무릎 받침대를 조절할 수 있어 소위 회장님 모시는 용도로 손색이 없다. 이처럼 파나메라는 GTS에도 '완벽한 4도어 스포츠카'라는 철학을 곳곳에 세심하게 녹여냈다.
▲ 강력한 심장, 정교한 거동…운전 재미 극대화한 V8 퍼포먼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운전석 시트에 앉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조작계의 완성도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브레이크 페달의 감각이 여느 스포츠 세단과 결이 다르다. 핸들링은 어떠한 코너에서도 한계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포텐셜이 높다. 꽤 묵직한 답력을 자랑하는 브레이크 페달은 어느 주행 상황에서도 든든하다. 페달에서 발을 떼는 과정도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제동은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트레일 브레이킹이나 타이어에 접지력을 불어넣는 하중 브레이크 등 기술도 누구나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이유다.
GTS답게 파워트레인도 남다르다. 이 차는 4기통씩 나눈 V형 실린더 사이에 두 개의 터빈을 심은 4.0ℓ 심장을 품는다. V8 엔진답게 최고 출력은 510마력, 최대토크 67.3kg·m를 자랑한다. 힘이 넘치는 만큼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아도 즉각 반응하는 발진 가속력은 2.1톤(t)이 넘는 몸무게가 무색하리만큼 민첩하다. 이를 수치로 표현하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3.8초 만에 주파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02km에 달한다.
실제 가속 체감은 그 이상이다. 퍼포먼스 넘치는 감성 제대로 자극하기 때문.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푸슝' 공기 소리를 내뱉는 터보 흡기음과 발을 떼는 순간 터지는 팝콘 사운드가 귓가에 감미롭게 울려퍼진다. 덕분에 페달 누르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터보차 특유의 지연 반응 '터보랙'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때론 고성능 자연흡기 스포츠카를 모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터빈의 사이즈를 줄이되 가속 응답성을 높인 비결이다.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3가지. 스티어링 휠에 자리한 둥근 다이얼로 즉각 주무를 수 있다. 다이얼 정중앙 버튼을 누르면 20초간 출력과 토크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부스터도 활성화된다. 노멀에서도 가속력은 웬만한 스포츠 세단보다 더 강렬하고 충분히 빠르다. 퍼포먼스를 보다 극대화하고 싶다면 스포츠 모드로도 충분하다. 가속 페달을 꾹 밟는 순간 몸은 자연스레 시트 안쪽으로 파묻힐 정도다. 재빠르게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 솜씨는 물론 시속 200km를 넘기는 과정도 여유가 넘친다.
이 같은 성능은 8단 PDK(포르쉐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한 몫을 한다. 포르쉐가 직접 다듬어 빠른 응답성은 기본이고 성능 좋은 AI가 변속해주는 것마냥 스마트하다. 운전자의 주행 의도를 제때 신속 정확하게 파악하는 점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가령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순식간에 3단을 내리며 맹렬히 가속한다. 반대로 일상에서 운전할 땐 속도에 맞춰 6~8단까지 고루 활용하며 효율을 중시하기 시작한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든 엔진 회전수에 적절한 단수를 순식간에 맞추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심지어 변속 과정조차 자연스러워 눈치 채기 힘들다.
▲ 후륜조향·에어서스펜션의 조화…고성능과 안락함 공존
사실 길이 5m가 넘는 스포츠카를 다루는 건 꽤 부담스럽다. 무려 510마력으로 날뛰는 심장과 큰 차체를 조련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파나메라 GTS는 똑똑한 편의 장치들이 있어 다루기 쉽다. 예컨대 후륜 조향을 담당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좋은 예다. 이는 중저속에서 뒷바퀴를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최대 2.8°까지 비튼다. 덕분에 좁은 골목길에서도 앞머리의 방향을 틀면 꽁무니가 마치 뱀처럼 유연하게 따라와 운전이 편하다.
이와 함께 우수한 핸들링이 시너지를 낸다. 굽잇길에선 부드럽게 궤적을 그리다가도 코너의 정점을 향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앞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예리하게 찔러 넣는다. 제동 성능도 마음에 든다. 코너 진입전 강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앞이 고꾸라지는 일명 '노즈다이브' 현상도 칼같이 억제한다. 분명 제동력은 강력하지만 ABS(잠김 방지 제동 시스템) 개입조차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속도를 줄인다. 어떠한 제어를 하더라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으뜸 매력이다.
반전 매력은 승차감에서 드러난다. 이 차에 탑재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생각과는 달리 탄탄한 성향이다. 그렇다고 노면의 충격을 탑승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지는 않는다. 높은 과속방지턱도 유연하게 소화하고 노면의 잔진동과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단단한 차체를 바탕으로 노면을 움켜쥐면서도 승차감은 웬만한 고급 플래그십 세단 못지않다. 이처럼 고성능과 안락함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자연스럽게 양립시킨 하체는 흔치 않다.
게다가 고속 안정성도 뛰어나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트렁크 리드에 숨겨진 리어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솟아 차체를 노면에 더욱 단단히 붙든다. 고속 영역에 가까워질수록 불안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차체가 한층 차분해진다. 급차선 변경이나 완만한 코너도 부담 없이 소화하며 운전자에게 충분한 신뢰를 준다. 이는 완성도 높은 섀시까지 더해진 결과다. 파나메라 GTS가 단순 스포츠 세단을 넘어 일상과 고성능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유다.
다만 뛰어난 성능만큼 구매 문턱이 꽤 높다. 파나메라 GTS의 국내 판매 가격은 부가세 포함 2억528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차는 다양한 편의 옵션이 추가돼 3억490만원에 이른다. 일반 파나메라 대비 1억원은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일상까지 아우르는 퍼포먼스와 완성도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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