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물가·환율 등 입장 변화 주목…美 CPI, 8월 인상 가능성 완화
(서울=연합뉴스) 강수지 기자 = 한국은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년 6개월 만에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은 한은의 미묘한 입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와 물가, 환율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시그널이 나오면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동안 이어져 온 약세장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2.50%에서 2.75%로의 25bp(1bp=0.01%P) 인상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시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후 내놓을 시그널이다. 한은이 경기와 물가, 환율 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이를 어떻게 반영할 지 여부다.
시장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던지기를 원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3년 6개월만에 단행될 금리 인상 초기 단계에서 한은이 명확한 목적지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5월 금통위 이후 여러 차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했고,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리스크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유가나 환율 상승세가 상당폭 완화된 만큼 시장은 이에 대한 한은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지난 5월 금통위보다 경기·물가·환율 상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축소됐는데, 금통위에서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중요하다"며 "5월 점도표가 여전히 적절한지에 대한 한은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 축소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경우, 채권금리는 올해 상단을 확인하고, 1년물 미만 채권과 크레디트 스프레드도 점차 안정될 수 있다"면서도 "한은이 통화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7월에 이어 8월 연속 인상 전망도 여전하다. 신 총재가 5월 간담회에서 채권시장이 안정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시장 반응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점은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IBK투자증권 정형주 연구원은 "한은의 인플레이션 대응 기조는 전격전(단기 집중 대응)에 가깝다"며 "7월 2.75%로 금리 인상 후 8월에도 인상에 나서며 기준금리를 3.0%까지 빠르게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인플레이션 진압이 길어지며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를 3.25%까지 인상할 수 있다"며 "한은이 채권시장 시계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8월에 올려야할 금리를 안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내년 1분기까지 더 급하게 기준금리를 올려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소 낮아진 점은 한은의 7, 8월 연속 인상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의 긴축 압력이 완화될수록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 흐름 등을 확인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하락해 시장 전망치 0.1% 하락을 밑돌았다. 근원 CPI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이에 따라 미국 물가 지표 선방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전망도 약해졌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하루 전 41.7%에서 물가 발표 후 15.5%로 크게 낮아졌으며, 동결 가능성은 58.3%에서 84.5%로 높아졌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유가 충격의 2차 파급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며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우려를 완화했다"며 "적어도 연준의 7월과 9월의 조기 인상을 정당화할 근거는 약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한은의 연속 인상 가능성을 약화하는 요인"이라며 "과거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시기는 연준의 급격한 긴축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됐던 국면이었다"고 전했다.
안 연구원은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10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고 원화가 큰 폭 약세를 보일 경우 추가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skang@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