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둘러싼 정부의 결론이 미뤄졌다. 성평등가족부가 수개월간의 공론화 끝에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토론을 지시하면서 제도 개편 방향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3·4월 두 달간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운영하며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공론화를 이끈 성평등가족부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추가 논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성평등가족부 관계자는 본보에 “아직 어떤 부처가 맡게 될지부터 일정이나 논의 내용 등 정해진 바 없다”며 “관련 사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3월 장관과 민간 공동위원장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에는 법무부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법조계·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법·제도 분과와 숙의·소통 분과를 구성해 제도 개선 방안 검토와 시민 숙의 과정을 병행했다.
이 같은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체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권고안을 마련했고 성평등가족부는 이를 전날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이는 모든 범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성과 범죄의 반복 여부 등을 고려해 적용 대상을 한정하자는 취지다. ‘중대범죄’의 구체적인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정부는 후속 논의를 통해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살인, 강도, 성범죄, 집단폭행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권고안에는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의 ‘조건부 연령 하향’ 찬성 비율은 소폭 증가한 반면, ‘전면 하향’ 의견은 감소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평등가족부가 운영한 시민참여단(212명) 숙의토론에서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46.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모든 범죄에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30.2%,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17.0%로 집계됐다.
다만 국민 199명과 청소년 43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실시한 온라인 공청회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의 78%, 청소년의 67%가 ‘모든 범죄에 일괄 적용해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응답해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결과와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공론화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부분적으로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 살만 낮추자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낮추긴 낮춰야 할 것 같다”며 “부분적으로 또는 모든 범죄에 대해 낮출 것이냐, 1년, 2년을 낮출 것이냐. 이 범위 내에서 다음에 또 토론해보자”고 추가 여론 수렴을 주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12세 하는 경우도 꽤 많지 않냐”며 해외 사례까지 언급하며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보류하고 추가 검토를 지시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공론화 권고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촉법소년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후속 논의가 장기화될 경우 제도 개선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만1095명으로 2020년 9606명과 비교해 2.2배 늘어났다.
그러나 추가 공론화 절차를 어느 부처가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현재로서는 1차 공론화를 주관한 성평등가족부가 후속 논의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한성숙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다시 한번 토론을 거치고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무총리실이 논의를 총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일 추가 공론화 과정이 이뤄진다면 시민들의 인식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 미만까지 추가로 하향하는 방안에 대해 시민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성평등가족부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은 연령을 조정할 경우 적정 기준으로 ‘만 13세 미만’이 55.8%로 가장 많이 꼽았다. ‘만 12세 미만’와 ‘만 11세 미만’는 각각 23.9%, 7.9%에 그쳤다.
아동·인권 단체의 반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아동복지학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는 공동성명에서 이번 정부안을 두고 “마치 합리적 절충처럼 보이나 실상은 13세 아동에게 전과자 낙인을 부여하고 교도소 구금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4월에는 참여연대·세이브더칠드런·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 15개 단체가 청와대 인근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대범죄의 범위와 적용 절차에 대한 법리적으로 문제도 신속한 결론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법무부는 연령 하향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법리적 측면에서 우려를 제기했다.
이처럼 촉법소년 연령의 구체적인 하향 연령 폭과 조건부 하향 적절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추가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포함한 추가적인 의견 수렴 방안을 검토하고 전면·부분 하향 여부와 연령 등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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